오늘도 아침을 다툼으로 시작하고 말았다. 애들 앞에서. 그이는 욱해서 버럭하고(나는 이게 제일 싫다.), 그러고나면 나는 그만 기분이 상해버려서 입을 확 다물고 행동거지가 거칠어진다. 애들 옷 입히는 손도 빠르고 거칠어지고, 밥먹고 양치하라고 다그치는 내 목소리에도 상냥한 기는 쏙 빠져있다. 무서운 명령조로 돌변하면 애들은 슬슬 기면서 옷을 챙겨입고 양치를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해원이는 분위기를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엉뚱한 애교를 부려본다.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 애처롭다. 자동차를 굴려놀면서 그냥 상황을 주워삼키는 제호도 안스럽고.
요즘 이런 일이 잦다. 서로 노력하는 타이밍과 코드가 맞게 않고 돌아가는 느낌. 결혼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런 위기. 이렇게 출근한 아침이면 꿀꿀한 기분이 그대로 남아서, 계속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결국은 그래, ...했으니 자기도 힘들었겠지. 나도 ...은 참 미안하네. ...도 못 챙겨주고. 뭐 이런 처절한 자기 반성의 단계가 찾아오고 그러면 기분은 더 꿀꿀해지고. ㅠㅠ
난 하루종일 기분이 찝찝한테 사과의 말도 없고, 풀어볼 생각도 안 하고, 답답해진 내가 얘기라도 해서 풀어볼라치면, 자기는 일하다보니 화가 가라앉았다며 미안하다.라는 둥 얼척없는 소리를 하고. 구체적으로 뭐가 미안한지, 앞으로 어떻게 했음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이. '미안하다'는 말로 상황종료하고 피하고싶어하는 느낌. 얘길해도 뭔가 풀리지 않는 요즘 상황. 답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