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보성 차밭에서

시를 읽으면 행복하다..
시는 내게 있어 가장 절실한 안식처요 최고의 처방전이다..
대학시절 3년 동안 시를 썼고 그 무렵이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서울에 올라와 몇 편의 졸작을 쓰긴 했지만 만족하지 못했다..
자꾸만 인생의 사연이 늘어감에 따라 시와 멀어질 때 다만 멀어져버릴 때 비로소 나는 숫접던 내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시를 읽는 것 만큼은 소홀하지 않으려 한다..
시가 내게 가르쳐준 그 많은 편편의 지혜를 어찌 잊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시를 읽는 동안 가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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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정호승 지음 / 창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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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 동백
송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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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문태준 지음 / 창비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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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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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뒤흔드는 소설


눈길

나는 행복하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좋은 소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이 책들은 내 인생에 있어서 유독 사연이 깊다..

故 이청준 선생님에게는 소설을 배웠고..
매해 장마가 시작되는 무렵에는 윤흥길의 <장마>를 읽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 '무진'은 내 고향에 있는 마을이 무대이고..
작가 서정인은 나의 고향 순천 출신이다..
<사람의 향기>는 내가 가장 많이 선물한(약 30여권) 책이고..
작가 황석영의 <삼포가는 길>의 영달은 내가 닮고 싶어했던 인물이었다..


장마

모두 다른 성격의 소설들이지만..
내겐 하나 같이 젊은 시절에 눈물을 찍어낸 소설들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갖는 굴풋한 인생처럼 여기 담긴 이야기들은..
더러는 따뜻하고 더러는 애틋하고 더러는 슬프다..


안개

누가 뭐라해도 꿈을 꾸지 못하던 나의 이십대에 꿈을 다시 불러다 준..
주옥 같은 단편집들이다..




이후 나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고..
다시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걸 알았고..
설레임, 가슴아픔, 사랑을 비롯해 모든 감정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사람들

얼마전 작고하신 故 이청준 선생님의 문상을 갔을 때..
한없이 죄스럽고 송구하고 부끄러웠다..
조만간 다시 소설을 쓰겠노라고 스스로 다짐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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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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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득하고 가슴 아픈 소설
장마
윤흥길 지음, 윤삼육 각색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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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우기를 기다리며
무진기행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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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무진에 가자

서정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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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에 가면 안식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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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문학과지성 시인선 238
황동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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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을 걸어/사람 밖으로 나간다

- 「1998년 5월의 문답」중에서

산다는 것이 결국 사람 속으로 들어가 헤아리고 사랑하고..
그런 다음 사람 밖으로 나오면 비로소 사람을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다..

시인 황동규는..
'다시 만날 때까지는/온기를 잃지 말라고/다시 만날 때까지는/눈감지 말라고/치운 세상에 간신히 켜든 불씨를/아주 끄지 말라고/이 세상에 함께 살아 있는 그 무엇'(「퇴원 날 저녁」에서)을 위해 따뜻하기를 열망한다..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물이든 감정이든 그 무엇에게 이토록 온유할 것을 바라고 또 바란다..
나는 진정 누구에게 따뜻한 적이 있었을까..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안도현의「너에게 묻는다」전문)고 말했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이 되기 노력한다..


두 마리의 물고기

'추억은 인간을 사람으로 만든다'(「산당화의 추억」에서)고 했듯이 '추억'이란 우리에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나 역시 자꾸만 나이를 먹다보니 고향을 추억하고, 친구를 추억하고, 연인을 추억하고, 과거의 많은 시간들을 추억한다..
그러면 나도 이제야 사람이 되고 있는 것일까..
이 시집은 한때 모질게 살았던 내 자신을 아름답게 추억하도록 만든다..
내게 수많은 추억의 에피소드가 있기에, 그래서 '외로움이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토요일 저녁」에서)..
아직 나는 '삶의 온갖 고통 다 살아버리고 다 살아버리'(「바우아 데비의 그림」에서)지도 않았는데 어찌 이렇게 약해 빠졌을까..
마흔 즈음 다시 유턴한다..
순수했던 내 유년의 아름답던 시절과 같이 다시 회귀하리라..

유채꽃

여기 이 시집의 시인 황동규 시들은 자못 쓸쓸하다..
외로움, 사랑, 나이듦, 홀로움, 추억, 사람 등등 인생을 회고하듯 쓸쓸한 느낌이 강하다..
'외따로 핀 꽃들./꽃판에서 떨어져 작게 외따로 서 있는 꽃에게/잠시 마음 주어보라./마음 온통 저며진 꽃!'(「외따로 핀 꽃들」에서)처럼 시인은 진정 쓸쓸하고 외로운 것 같다..

하지만 표제작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시다..
아내나 연인에게 꼭 들려줘야 하는 시다..
시를 읽어주는 것으로 끝나면 안된다..
아래 시처럼 우리나라 남자들이 진정으로 아내나 연인을 위해 큰 일도 아닌 설거지 같은 걸 해주는 남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그대에게 해주려는 것은
꽃꽂이도
벽에 그림달기도 아니고
사랑얘기 같은 건 더더욱 아니고
그대 모르는 새에 해치우는
그냥 설거지일 뿐.
얼굴 붉은 사과 두 알
식탁에 앉혀두고
간장병과 기름병을 치우고
수돗물을 시원스레 틀어놓고
마음보다 더 시원하게,
접시와 컵, 수저와 잔들을
프라이팬을
물비누로 하나씩 정갈히 씻는 것.
겨울 비 잠시 그친 틈을 타
바다쪽을 향해 우윳빛 창 조금 열어놓고,
우리 모르는 새
언덕 새파래지고
우리 모르는 새
저 샛노란 유채꽃
땅의 가슴 간지르기 시작했음을 알아내는 것,
이국 햇빛 속에서 겁없이.


-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전문

함께 마시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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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에 가는 분들을 위해서 tip을 모아 주세요
님은 진정으로 책 좋아하고 인심 좋은 이 시대의 지성이십니다.

두바이의 꿈 - 지식채널e(2008.05.05)

처음 그곳은
50도를 오르내리는 사막과
바닷가의 어촌마을에 불과했다

진주조개잡이와
'오일머니'에만 기댈 수 없었던
두바이 국왕의 야심

"새로운 산업인프라를 구축하겠다!"
"세계의 허브로 나아가야 한다!"

세금면제
간편한 비자 발급
외국인 부동산 소유권 인정
막대한 해외자본 유치...
그리고
사막에 일궈낸
거짓말 같은 최첨단 건축물들...

2008년 4월
착공 3년 만에
지상 630미터 돌파
세계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건물
버즈 두바이

아직 최종높이조차 공개되지 않은 건물을
5.5초당 100미터씩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하늘로 올라가는
두바이의 꿈

그리고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등지에서 지원한
다국적 노동자들이
브로커에게 수천 달러를 주고 산
두바이행 티켓은

또 하나의 꿈

이들이 하는 일은
건설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허드렛일
하루 12시간 넘게 일해서 받는 돈은
5천 원
그마저도 지급이 늦어져
고향에 송금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다른 가욋일을 못하게 하기 위한
회사의 방침에 따라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숙소에서는
빨리 퇴근한 사람만이 침대를 차지할 수 있다

"이곳이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삶은 악몽입니다.
사람들은 과연
누가 이 건물을 지었는지
기억이나 할까요?"


두바이 전체 건설현장에서
4일에 1명 꼴로 자살
하루 평균 2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한다

=====

두바이의 신화는 무서울 만큼 위대하다
모래사막과 오일과 진주조개 밖에 없던 두바이
오일이 많아 자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처럼 사계절이 있고 산과 강이 있고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지도 않는 곳
어쩌면 척박한 땅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곳은 세계의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가 두바이에 집중하고 그곳에 비즈니스 투자를 엄청나게 하고 있다
지금 그 건설현장에서 사고로 죽고 자살하는 노동자들
두바이가 꿈을 꾸듯 노동자들도 꿈을 안고 갔다
그러나
그들의 꿈은 모래무덤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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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슬리 2009-06-02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짧은 글
님은 진정으로 책 좋아하고 인심 좋은 이 시대의 지성이십니다.

올림픽, 정신 - 지식채널e(2007.09.17)

1968년
제19회 멕시코올림픽
남자 200m 결승
올림픽 최고기록 20.3초를 깨고
19.8초의 신기록이 수립됐다

신기록의 주인공은 미국의 토미 스미스(흑인)
은메달은 호주의 피터 노먼(백인)
동메달은 미국의 존 카를로스(흑인)
시상식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자
금메달리스트는 고개를 숙인 채 오른팔을 들고
동메달리스트는 왼팔을 들었다
그리고
세 메달리스트의 가슴에는
똑같은 모양의 하얀 배지가 달려 있었다

검은 양말은 흑인의 가난
검은 스카프는 흑인의 긍지
왼손은 단결
오른손은 아프로-아메리칸의 힘

호주의 백인 노먼이 함께 달았던
배지에 적힌 말은

인권을 위한 올림픽
"Olympic Project for Human Rights"

미국올림픽위원회는
즉각 두 선수의 메달을 압수하고
국가대표팀에서 영구제명
선수촌에서 추방했다

올림픽정신
올림픽, 정신

"스포츠로 세계평화를 이룰 수 있다"
- 쿠베르탱

=====

2008 베이징 올림픽
중국, 대한민국, 자메이카, 케냐, 에티오피아
모두 백인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은 열심히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메달을 따고 아니 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도
그들이 흘린 땀방울은 세상에서 가장 값진 노력이다

올림픽은 '스포츠로 세계평화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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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올림픽이 평화를 가져올까?
    from 비밀의 화원 2008-08-25 18:45 
    베이징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올림픽 기간 동안 매일 유머러스하게 올림픽 종목들을 보여주던 구글의 로고도 평범하게 돌아왔습니다. 일상의 평화가 돌아옵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래, 나는 올림픽에 시큰둥하게 되었습니다. 스포츠와 평화, 올림픽 정신에 대해 회의하게 되었지요. 성인이 되어, 스포츠와 애국심의 결합에 대해서는 반감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국가의 이름을 거는 국제 스포츠대회는 재미있습니다.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모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천국보다낯선 2008-08-25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림픽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 줄 수는 없겠지요..
평화란 올림픽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이미 그 열쇠는 인간의 정신과 행위에 있을 테니까요..
'지식채널e'와 '지식e시즌3'을 보고서, 멕시코 올림픽 당시의 인종과 인권에 대한 문제가 심각했음을 알았습니다..
어쨌든 요즘은 인종차별 만큼은 그때에 비하면 없는 것 같습니다..

평화를 올림픽에서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중국은 올림픽 직전에 티베트 강제 탄압을 했었으니까요..
올림픽 전에 티베트에서 독립을 요구했으나 오히여 폭력적인 진압으로 대응했지요..

예전에 비하면 올림픽이란 게 이제 식상을 넘어서 진부해 보이기도 합니다..
국민들의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과거에 비해 덜 열광적인 것 같기는 해요..
아마 초반에 유도, 수영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그동안 올림픽을 위해 노력하고 비지땀을 흘리며 참고 견뎌온 시간들을 생각하면 자랑스럽습니다..

저마다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온 선수들도 많더라구요..
자신의 내면과 체력을 극복하고 이겨낸 선수들..
대한민국 276명 국가대표 선수들..
비록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까지도 모두 승리자로 인정해주고 싶습니다..
우리 선수들 화이팅~

웨슬리 2014-06-1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림픽 정신도 월드컵 정신도 '최고로 최선을 다한다'와 '더불어 잘 살자'로 함축될 국제적 축제라면, 그 정신이 온전해 지지 않을 경우의 게임판이란 분명 미친짓 맞죠?

월드컵 마치고는 연이어 아시안게임 모드로 갈 이 나라 대한민국이 대한망국이 되고 안되는 것은 우리의 깨어 있는 의지의 한국인 사상 그 자체려니 합니다!

아닌지요?

늦은 답방이지만 책 탐닉자이신 님의 방 잘 다녀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