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님의 "곽재구 - 사평역에서"
와우~ <사평역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로 시작하는 80년대 숫접한 시의 걸작..
곽재구 시인이 군대 가기 전에 썼고, 대학 동인에서 입대 전에 발표했다던 시..
제대 후 응모해서 등단으로 이끌었고 그후로부터 시인의 길을 걷게 됐다던 시, <사평역에서>..
'그믐처럼 몇은 졸고/(…)/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청색의 손바닥을 불빛에 적셔 두고/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대합실의 그로테스크한 풍경..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침묵해야 한다는 것을/모두들 알고 있'듯이 사평역 대합실에는 모두 굴풋한 인생을 지닌 납작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래 지금은 모두들/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자정 넘으면/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이렇게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그들을 품고 있는 시골의 작은 역사가 한겨울 눈속에 파묻히는 풍광이 사뭇 쓸쓸하고 고즈넉하다..
<사평역에서>를 읽고난 후부터, 이 겨울 풍경을 잊지 못해, 늘 간이역을 볼 때면 '사평역'을 떠올리곤 한다..
대학시절 시인 곽재구는 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내가 3학년 이후부터 재직했기 때문에 그에게서 시를 배우진 못했지만 가끔씩 이 시를 즐겨 읽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