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방에는 책꽂이가 두 개 있습니다

#. 책꽂이 1의 역사

이사 올 때 처음 샀던 제 책꽂이입니다
6만원에 원목이라며 팔짝팔짝 좋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군요



원래 이 책꽂이에는 소설, 역사, 철학, 여성학, 기타 등으로 분류해서
구입 순서대로 책을 꽂아놨더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근처 서점 폐업 행사에 가서 30여 권의 책을 사들고 와버린 저,
바닥에 쌓아놓기 시작하였더랬습니다
바닥에 점점 쌓여만 가는 책, 이를 우짭니까...
그러나 사방 벽에는 더 이상 뭔가를 채워 넣을 수가 없었지요
서랍장, 행어, 컴퓨터 책상, 작은 서랍장 위 텔레비전, 침대가 벽을 죄 둘러가며 서 있었으니까요
하여 저는 중대한 결심을 내립니다
바로... 컴퓨터를 빼 버리고 책꽂이를 한 개 더 산 것이지요
그 때부터 이 책꽂이는 '비소설' 책꽂이가 되었습니다
분류는 예전과 같아요
책을 산 순서대로 꽂으면 내가 그 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었는지가 대충 눈에 들어오거든요
책이 더 늘어나면 가나다 순으로 바꿔볼까 생각도 하지만
아직은 귀찮으니 그냥 이대로 둘랍니다
(실은 저 책꽂이도 모자라서 이제 마구 끼워넣고 있는 터라... 흑흑)

아참, 그렇지만 둘째 칸은 예외입니다
양장본이나 문고판은 다른 책하고 같이 넣으면 책꽂이의 수납 용량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몽땅 두 번째 칸으로 밀었습니다



이렇게 말이지요

아차, 제가 자랑하는 마지막 칸 클로즈업을 빼먹었네요
제 책꽂이에서 가장 '뽀다구' 나는 칸입지요 ^^



아스테릭스와 땡땡 시리즈입니다
아스테릭스가 다 나오기 전에 더 큰 방으로 이사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T.T

참참, 책꽂이 관리 팁!!
저는 책꽂이 아래에 늘 물먹는 하마를 놓아둡니다
종이는 습기를 잘 먹잖아요
그래서 사시사철 책꽂이 한 개에 하나씩 놓아두지요
장마철 같은 때는 스프레이 곰팡이 제거제를 책장 안쪽에 조금씩 뿌려주면
퀴퀴한 냄새도 없고 좋아요
(단 너무 많이 뿌리시면 책이 웁니다 T.T 이렇게요
아니 ~~ 이렇겐가? ^^)





#. 책꽂이 2의 역사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결단을 내리고
애인에게 컴퓨터와 책상과 의자까지 몽땅 패키지로 가져가게 한 다음
바로 동네 가구점에 달려가 책꽂이를 찜한 후
컴퓨터 책상 있던 자리에 넣으니 크기가 딱 맞더군요
역시 그 자리는 컴퓨터가 아니라 책꽂이를 위한 자리였나 봅니다, 후후



이 책꽂이에는 소설을 꽂습니다
물론 구입 순서대로요
하지만 보시다시피 역시 용량이 꽉 차서 이제는 보이는 공간에 쑤셔 넣어요 흙흙
심지어 앞 쪽의 "객주"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김소진 전집"은
어쩔 수 없이 방바닥을 차지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제가 소설을 좋아하는 데다 위치 또한 책꽂이 1보다는 손 닿기 쉬운 곳에 있어서
이것 저것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많습니다


까만 케이스는 책도장이고요 ('이따위冊' 이렇게 생긴 플라스틱 도장인데요
생각보다 잘 안 찍혀서 몇 번 쓰다 말았네요)
그 옆에 있는 고릴라는 옛날에 학원강사 알바할 때 학생이 준 거구요
93년 1월에 세뱃돈 받아서 큰 맘 먹고 샀던 "죽음의 시간"(Time To Kill)이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오래 된 소설이네요
물론 유일하게 존 그리샴의 소설이기도 하죠

둘째 칸은 역시 양장본 전문 칸입니다





흐흐, 해마다 샀던 이철수님의 판화달력을 작년에는 안 샀군요
근데 어찌나 게으른지 작년 11월 달력을 그냥 놔두고 삽니다
집에 달력 없어도 뭐, 그럭저럭 살 만하더라구요

오른쪽 칸은, 음음, 백세주와 산사춘 미니어처입지요
저 백세주는 유통기한 지났는데도 아까워서 못 마시고 있습니다 ^^
옆에 있는 종지 같은 건 향 그릇예요
가끔 필 꽂히면 향을 피우지요

아아, 책꽂이 위에 있는 녀석들 소개를 안 했군요



때가 꼬질꼬질... 4년 동안 한 번도 손을 안 댔으니 그럴 만도 하죠
오른 쪽에 강아지는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생일선물 받았던 거고
가운데 세 개는 학부 때 아는 언니의 논문 타이핑 해 주고 받았던 거고
왼쪽에 있는 놈은 홍대 앞 오락실에서 아는 오빠가 따 준 거죠 ^^
맘 같아서는 저기다도 책을 올리고 싶은데 접근할 방법이 없네요
(의자 하나 없는 따우네 집)
그래서 저 녀석들끼리 사이 좋게 놀라는 계시려니 하고 삽니다


#.제 꿈은

책 읽으러 오는 동네 도서관 만드는 것이어요
지금도 주위 사람들에게 알라딘 서재 주소 일러 주며
보고 싶은 책 있으면 거기서 찜해 달라 하죠
물론 한 번 빌려 주면 몇 번씩 닦달할 때까지 다시 안 가져오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그게 제가 책 욕심 내는 것에 조금이라도 죗값(?)을 치르는 일인 것 같아요

저 책들, 다 읽었냐고요?
이쯤에서, 한강이 인터뷰 했을 때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반 이상은 읽었어요." ^^;;
예전에는 사 놓고 다 못 읽으면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하고 짜증이 났었는데
이제 저 책꽂이들은 내 취향에 맞는, 나만의 도서관이려니 생각합니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책꽂이 앞에 서서 책들을 주욱 훑다가
순간 눈에 띄는 책 한 권 집어 들 때의 기쁨도 만만찮거든요

그나저나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제 저 책꽂이들도 조만간 한계에 부딪힐 것 같은데
어디 싸고 넓은 방 없을까요?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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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ann 2004-07-09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어서 프루스트도 제자리를 가질 수 있기를^^

비로그인 2004-07-11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