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7월 4주
1.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조엘 코엔 감독
영화에서 OST는 단 한곡만이 엔딩 크레딧에서만 나온다. 배경음악 없이 단지 배우들의 대사와 주변환경에서 나오는 소리 뿐이다. 또한 시거와 모스, 에드는 너무 맹목적이다. 시거는 모스를 찾기 원하고, 모스는 그로부터 도망치기를 바라고, 에드는 적당히 뒤쫓을 뿐이다. 그리고 2백만 달러가 든 가방은 영화 후반부에 모스의 손을 마지막으로 사라져버린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뭔가 심오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내가 보기에는 영화 포스터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 같다. 이 세상에서 살인마 시거가 갈 수 없는 곳은 없다. 그런 시거를 뒤로한 채 2백만 달러가 든 돈가방을 들고 모스는 어디론가 도망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도 시거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결국 어딘가에서 개죽음 당하든 그건 상관없다.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선택할 수 없던 일이니까. 시거는 오늘도 산소통을 들고 그런 사람들과 마주치기를 원한다. 모스는 승산없는 도망을 칠 것이고, 에드는 그 둘을 바라보며 의미없는 고민을 한다. 의미는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2. 추격자 - 나홍진 감독
영화는 희대의 살인범 유영철의 살인극에서 모티브를 잡았다고 한다. 요새는 쥐도 새도 모르게 어린이부터 성인 여자까지 납치해서 그냥 죽이는 것도 아닌 온갖 망나니 짓에 시체토막 내는 시대라, 이 영화가 우리 사회의 불안요소를 나름 표현했다고 본다.
영화 내용은 대충 짐작이 가겠지만 초, 중반까지 잘 나가던 스토리 라인이 후반부에 이상하게 되어버린다. 약간 억지스러운 건지, 아니면 장치였는지 모르겠지만 후반부에 슈퍼마켓에서 벌어진 장면은 엑스트라 연기도 그렇고 내용도 썩 좋진 않았다. 차라리 다른 방법으로 스토리를 전개했거나 수정했으면 좋았을 걸.
영화는 쉼없이 전개된다. 장소도 큰 변동이 없다. 그리고 배우들은 열심히 뛴다. 요즘 영화에서는 경찰들의 나태함을 보여주고 공직사회의 단상을 표현하는데 나는 그것이 유감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을 언제까지 유효할까? 지금은 자기의 목숨하나 지키기도 어려운 시대이다.
윗물이 맑든 더럽든 아랫물은 계속해서 윗물로 부터 온다. 그렇다면 스스로 정화시킬 수밖에... 전직 경찰과 포주 사이에 서 김윤석은 그렇게 스스로 정화하려고 한다.
3. 악마를 보았다 - 김지운 감독
영화를 보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살인마 장경철 앞에서 여자들은 너무나 무기력했고, 범죄 수법과 묘사가 무척이나 섬뜩했다. 놀랍게도 내가 이런 장면들에 익숙해졌는지 무뚝뚝하게 보았지만, 옆에 있던 관객들은 짧은 탄식과 비명을 질렀다. 내용은 어렵지 않으나 너무 엽기잔혹극으로 기울어져 보기가 민망하다.
근래 사회 내 성범죄가 급속도로 증가하여 나이와 장소에 관계없이 여성들이 위험상황에 직면해 있다. 성범죄는 그 피해로 여성 한 사람의 인생이 파탄날 수 있는 잔인한 범죄이기에, 정부차원에서 더욱 큰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범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기에, 정부 이전에 시민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자신과 관계없다고 방관하거나 무시하기에는, 지금의 사회 내 범죄들이 너무 잔혹하고 엽기적이다. 서로가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 관심을 가지며 돕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 내에 범죄자들은 그 틈을 타서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들을 빼앗을 것이고, 피해자 가족들의 눈물에 안타까움을 느끼거나 침묵, 방관할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그 피해의 주인공이 나 자신이나 가족이 될 수 있고, 이는 심각한 사회 치안 문제와 개인 도덕성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영화로 제작되었고 개봉했기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이 영화를 보고 모방범죄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영화에서 살인마에 목숨을 잃은 여성들처럼, 우리 사회 내 여성들이 스스로 약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객들 스스로가 경각심을 가져, 우리 사회 내 이런 유사한 범죄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여성을 비롯한 약(弱)자들을 도왔으면 한다.
만약 당신이 영화 속의 김수현이라면 굳이 이런 우려들이 필요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