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개봉했을 때 보고 싶은 영화였으나 기회가 되지 않아 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 황정민이 출연한 영화였고,

음모론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라 흥미로웠지만,

나는 극장보다 내 방에서 보는 것을 택했다.

  



 

"물고기가 그물을 빠져 나갔습니다."

 

1994년 발암교가 알 수 없는 폭발과 함께 무너지고,

명인일보 이방우, 손진기, 성효괸 기자는 특별취재팀을 만들어서 이 사건을 집중 취재한다,

그러나 취재를 진행할수록 의문의 세력에 위협을 받고,

이방우 기자의 후배 윤혁은 의문의 세력에 쫓기면서도 결정적인 단서를 그에게 준다.

끊임없는 취재 끝에 의문의 세력이 가진 비밀을 풀어 낸 특별취재팀.

하지만 신문에 보도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특종기자의 수칙, 사본을 만들어라!"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부당거래>의 황정민은 스릴러, 범죄 영화에 잘 어울린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거의 모든 배역을 소화해 낸 배우지만,

관객들이 보기에 그가 가장 잘하는 배역은 정해져 있는 듯 하다.

 

<비열한 거리>, <마더>의 진구는 빠른 성장을 보이는 배우이다.

아직은 느와르적인 인상을 주는 연기를 주로 보여주지만,

그것이 그만이 가진 매력이다.

그러나 더 성장하려면 언젠가 그것마저도 뛰어 넘어야 한다.

 

<순애보>이후 김민희의 연기를 오랜만에 보았는데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적당한 연기를 했다.

 

명품 조연들 중 한 사람인 김상호는 이 영화에서 엄연히 주연이었는데 조연에 가까웠다.

개인적으로 영화 중반에 의도된 사고로 죽는 것이 안타까웠다.

주연이라면 좀 주연답게 영화 후반까지 살려 주었으면 한다.

 

<파주>, <써니> 등에서 특별출연한 이경영을 조연으로 보게 되다니!

불미스러운 일로 잠시 영화계를 떠났던 그가 다시 활동을 재개하니 좋다.

세월이 흘러도 그에게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똥파리>, <부당거래>로 명품 조연 반열에 이르른 정만식.

이 영화에서 그는 예전에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에서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신인감독의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고 있는데,

박인제 감독 역시 신인감독이 가지는 패기는 있다.

 



 

"우리나라에도 정부 위에 정부가 있다고 하던데.." 

 

영화의 몰입도는 좋았다.

집중할 수 있도록 긴장의 끈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었고,

후반으로 갈수록 의문이 풀리는 전개라서 끝까지 봐야 영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확실한 결말도 아니고 여운을 남기는 결말도 아닌 수상한 결말이라 아쉽다.

또한 음모론을 구체적으로 풀어낸 것이 아닌 그냥 음모로만 남겨두었다.

'용두사미'와 같은 영화였다. 

 

영화를 집중있게 봤다면 의문의 세력은 정치, 사회, 외교 등의 전현직 수장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들의 엠블렘은 형태만 약간 변형된 채로 정부, 언론사, 기업에 사용되고 있다.

명인일보 역시 비슷한 엠블렘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 기자잖아요."

 

대부분이 SF영화들의 스토리는 음모론에서 시작된다.

최근에 개봉한 <트랜스포머3> 역시 음모론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또한 정치, 범죄 스릴러 영화들에서도 적지 않게 음모론을 볼 수 있다.

그만큼 현대 사회는 음모론에 익숙하고 강력한 힘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음모론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음모론 자체를 부정하진 않지만,

요새는 어떤 사건들마다 음모론을 유발하는 언론의 보도에,

음모론이 또다른 음모론을 낳는 것 같다.

 

이런 경우 영화에서처럼 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민의 알 권리와 투철한 기자정신은 이럴 때 필요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음모론의 그림자만 볼 뿐이고,

음모론의 실체 유무는 민중의 지팡이와 안경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중의 지팡이는 권력에 약하고,

민중의 안경은 발로 뛰는 특종보다는 앉아서 거저 먹는 보도를 하고 있다.

그러니 음모론은 실체를 알 수 없는 '모비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히 음모론의 가능성을 보여주려는 영화가 아닌,

음모론의 실체를 밝혀야 할 사람들을 향한 계몽일 수도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망각하거나 투철한 직업정신을 잃어버린 민중의 지팡이와 안경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들뜨게 하여 불신과 비난을 낳고,

지속적인 위장술로 아예 국민들을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알고도 당하는 음모론이 바로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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