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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악보 - 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1
최정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알라단 신간평가단 8기를 마치며 읽게 된 마지막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는 것이 처음 신간평가단을 했었던 그때의 책임감이 다시 느껴졌다. 머리말인 서곡을 읽으면서 대략 이 책의 내용을 파악하며 가볍게 읽으려고 했으나 서곡과 악장들은 조금 연결성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마치 서곡은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자신의 정리된 생각을 말했다면, 악장들은 독자들이 공감하면 공감하는 것이고 아니면 말자는 식의 자신의 정리된 생각을 나열하고 있다.  

 

  우리에겐 반드시 사유해야 할 당위성 같은 것은 애초부터 없다. '사유해야 한다'라는 저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당하게 보이는 인간학적 당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당위의 이유와 목적, 원인과 지향, 곧 '왜 사유해야 하는가'라는 어떤 회의와 결단의 물음이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7p>

  책의 디자인은 신비로움과 깔끔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500페이지가 넘는 저자의 사유들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읽으면서 이해가 되는 말들보다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들이 더 많았다. 이해가 되는 말들은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 동반된 이해였고, 이해가 되지 않는 말들은 내가 아직 겪어보지 않거나 사전지식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인정해주고 싶은 것은 인정해주고 싶다. 그는 약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신의 분야에 관하여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대상을 향한 자세한 분석과 생각의 산물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비평일수도 있고, 스스로 자신의 지식을 자랑할 수도 있으나 나는 그저 그의 능력이 탁월하다고 현재는 인정하려고 한다. 언젠가 그의 책을 다시 접할 일이 있다면 다시 이 점에 대해 수정되어 논할 수도 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어떤 말을 전달하려기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시각을 잘 정리해둔 기록집 같은 느낌이 든다. 한마디로 독자를 위한 책이 아닌, 저자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어떤 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전체적으로나 부분적으로나 소득이 있는 정보와 지식들을 얻어가겠지만, 나는 읽으면 읽을수록 지루해졌다. 그리고 책을 덮었을 때는 깨달음보다는 혼탁한 사유의 악보들이 구독이 만료된 신문사의 무자비한 신문배달 횡포처럼 현관 앞에 쌓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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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11-05-03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중한 비판의 말씀 겸허히 받아들이고 저 또한 여러 가지 방향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하나의 책은 일단은 기본적으로 저자의, 저자에 의한, 저자를 위한 책일 수밖에 없겠으나, 저 또한 미지의 독자에 대한 크나큰 기대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제가 밝힌 '소수의 독자'란 고정되어 있는 집단이 아니라 언제나 다시금 창조되고 규합되고 다시 (탈)구성될 수 있는 단수들의 복수라고 생각하고 또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저의 책은 단지 '혼탁하기만' 한 악보일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하고, 또한 "독자들이 공감하면 공감하는 것이고 아니면 말자는 식의"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이 책은 또한 '귀 있는 자 들어라' 혹은 '눈 있는 자 읽어라'라는 방식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책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언제나 이 땅에서 이론이 수입되고 유통되는 방식에서 어떤 '식민지적 채무감'을 항상 예민하게 느껴 왔던 편입니다. 따라서 저는 인문학이 단순한 정리나 요약(제 어법으로 말하자면 '이유식 인문학')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탈피의 시작이 '진정한 비판'의 시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점에 입각하여 책을 읽어주신다면 어쩌면 또 다른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측면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은 바람입니다.

EAST-TIGER 2011-05-05 03:12   좋아요 0 | URL
저자인 최정우님이신가요? 저 역시 음악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 왠지 반갑군요. 저 역시 저 나름대로 온라인상에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항상 자신이 의도했던 것과 달리 독자들은 다른 면을 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신이 쓴 글에 독자들의 반응이 어떨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는 있으나 장담할 수는 없겠죠. 이 책 역시 그런 점에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서평을 한 것이고, 책을 읽어봤지만 거창한 서론에 비해 소통할 수 있는 여지는 그다지 많이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독일 대학생들도 처음에 읽다가 덮어버리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역시 자신의 모국어 인데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직 그 책을 읽거 이해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그것에 비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다시 보게 되면 최정우님의 의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죠. 그러나 대중적인 독자들은 이 책에 큰 호감을 보내진 않을 것입니다. 책이란 일단 다수의 독자들과 소통이 되어야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죠. 설사 그게 아니더라도 도 집필활동을 하시다가 보시면 언젠가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겠지요. 건투를 빕니다.

람혼 2011-05-05 10:10   좋아요 0 | URL
글쓰기와 음악을 동시에 하고 계시군요. 왠지 커다란 동류의식과 연대의식을 느끼게 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하나의 글, 하나의 책은 저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이해되거나 받아들여지는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나 서곡에서 밝혔듯이 오히려 그러한 '변주'와 다른 '악보'들을 종용하고 반기는 쪽이고요. 아무튼 저 역시나 저 '소수의 창궐'을, 따라서 단지 소수가 소수가 아니게 되는 어떤 상태, 단수들의 복수화를 꿈꾸는 이들 중 하나이므로, EAST-TIGER님의 소중한 건투의 말씀, 마음속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예리한 비판과 세심한 독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AST-TIGER 2011-05-05 14:59   좋아요 0 | URL
최정우님의 사회적 다양성 추구는 좋은 시도입니다. 저 역시 그 부분에 매우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가 있다면 나중에 만나서도 대화하고 싶군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