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 Unbo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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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한민국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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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 Unbo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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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바쁜 삶을 살고 있지만,

바쁘다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몸은 약간 피곤했지만 예정대로 수정 누나와 영화를 보러 강남CGV로 갔다.

수정 누나는 근래에 Th.M 입시에 관련된 의혹으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나는 이미 축적된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고 싶었다. 

신도림역부터 강남역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계속 대화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오랜만에 강남역에 온 것 같다.

사람들은 역시 많았고 수많은 인공 빛들이 세상을 밝혔다.

잠시 지나간 일들을 생각했다.

그때도 겨울이었고 몹시 추웠다.

그리고 이제 그럴 일은 없다.

 

개인적으로 강남CGV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CGV에 걸맞지 않는 극장 분위기를 가졌고,

강남에 있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만약 극장에 있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둘 중에 하나가 멈추면,

강남CGV는 '영업 중단'이라 비슷한 일을 겪을 것 같다.

 

10관에서 저녁 8시 5분에 정지영 감독의 신작 <부러진 화살>을 보았다.

시사회였지만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고,

좌석이 임의로 배정되어서 정말 오래간만에 D열에 앉았다.

스크린에서 가까워지니 약간 눈이 피곤했다.

 

 

"법은 아름다운 겁니다."

 

대학에서 부당하게 해임된 김경호 교수는 자신의 해임이 부당하고 생각하여,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하지만 대학 측의 물량적 대응으로 패소하고,

항소심에서도 최종 패소하자 담당 판사의 집으로 찾아가 석궁으로 위협한다.

 

김 교수는 석궁을 장전한 채로 담당 판사와 몸싸움을 벌이고,

그 모습을 본 경비원과 보좌관은 김 교수를 제압한다.

이후 담당 판사는 김 교수를 고발하고,

김 교수가 실형을 받을 수 있게 상황을 자신 쪽으로 유리하게 만든다.

법의 공정함이 아닌 불법들의 난무함을 본 김 교수는, 

자신의 무죄함을 밝히고자 변호사를 직접 선임하여 투쟁한다.   

 

 

"대한민국에 전문가가 어디 있습니까? 사기꾼 빼고!"

 

<7광구>에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줬던 안성기였지만,

이 영화에서는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배역과 무척 잘 어울렸고 차분한 연기가 보기 좋았다.

 

<범죄의 재구성>, <알포인트>의 박원상은 무척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잘 살린 연기였다.

명품 조연들 중 한 사람이지만,

이제 명품 주연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나영희는 역시 도도한 중년 여자가 잘 어울린다.

얼굴 표정만 보아도 소통할 수 있는 배우라 생각한다.

 

<꼬리치는 남자>의 김지호를 오래간만에 영화에서 보았다.

여전히 수려한 외모를 지닌 여배우지만,

특유의 당찬 모습은 그녀만의 매력이다.

 

문성근, 김응수, 김준배, 이경영, 정원중 등등..

정지영 감독의 인맥을 엿볼 수 있는 조연들이 출연했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의 정지영 감독.

오래 전에 케이블에서 보았던 그의 영화는 매우 흥미로웠다.

고령의 나이지만 신작을 제작한 그의 열정은 대단하고,

열정과 실력이 어우러진 멋진 영화였다.

또한 현 정권에 대한 감독의 소신있는 연출이 유쾌했다.

 

 

"재판하기 싫죠?"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를 보는 것 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주제를 풀어 나가는 방식에서 <부러진 화살>이 좀 더 재미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법정 영화들은 심각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극중 내내 유지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유쾌함과 담백함을 적절하게 섞어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았다.

영화가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확실하게 전달되었고,

관객들은 전달된 메시지들을 각자의 판단으로 해석했다. 

 

개봉하게 되면 충분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예전에 매스컴을 통하여 영화의 소재가 되었던 사건을 접했지만,

당시에는 제대로 이해하지 않았고 대수롭지 않게 보았다.

그러나 영화를 본 관객들 중에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던 사람들은 달라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계몽적인 요소가 있다. 

 

 

"아빠, 힘내세요."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워 구속시키고 자살하게 만들기도 하며,

정치적 보복 행위에 온상이자 국민들의 인권을 짓밟기도 하는,  

대한민국의 절대 권력 기관인 사법부.

아무리 법의 사각 지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각 지대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법이 뚜렷하게 역할을 해야 하는 공간에서,

법은 권력과 결탁하거나 침묵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한 법은 마땅히 지켜져야 하고,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인 처벌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법은 그저 도구이자 수단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우리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력을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하거나,

권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경쟁 권력자들을 고발한다.

그러므로 법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재판은 법의 공정성에서 비롯되는 재판이 아니다.

재판은 단지 제출된 증거와 눈에 보이는 상황에 따라 판단되어질 뿐,

진실을 규명하고 억울한 누명을 구제하는 것에 목적이 있지 않다.

  

사법부가 절대 권력을 가질수록 국가는 패도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어떠한 사람이든지 법 앞에서 평등할 수 없다면,

법은 더이상 지켜져야 할 명분이 없다.

그리고 누군가의 의도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 법이라면,

법은 부당한 거래들과 거짓된 판결들을 낳아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 사회에서 억울하고 불의한 일을 당하여 법을 의지했던 사람들 중에,

어느 정도가 재판을 통하여 명예 회복을 했을까?

공공의 권력인 사법 기관들이 스스로 권력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더이상 피고와 원고에게 법에 근거한 처벌과 보상을 집행할 명분이 없다.

 

개인적으로 진정한 사회 개혁은.

사법 기관들이 본래 제 역할을 충실히 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한 법은 누구나 적용되어야 하고,

누구나 법적인 처벌과 보상을 차별없이 받아야 한다.

정말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말이지만,

이것이 2012년 대한민국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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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 Love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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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항상 생각나는 영화.. 이와이 슌지 감독과 곽재용 감독은 통하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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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 The 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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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인공이었다면 그렇게 사랑한 여자의 손을 놓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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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 The 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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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아주 편안한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근래에 들어 가장 편안한 마음이었다.

나는 겨울을 싫어하는데 무엇보다 추위를 잘 타고,

그렇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도 싫어 한다.

그래서 겨울에는 마음이 가는 일이 아니면 잘 추진하지도 나서지도 않는다. 

이런 나에게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것은 칩거의 즐거움이자,

삶의 멘토를 만나는 것과 같다.

  

 

 

"넌 오늘 오후를 평생 기억하게 될 거야, 내 얼굴과 이름은 잊겠지만."

 

15살의 반 년을 프랑스의 식민지인 베트남에서 보내던 이름 없는 프랑스 소녀.

그녀는 방학을 마치고 사이공에 있는 학교를 가던 중에 32세의 중국인 남자를 만난다.

중국인 남자는 엄청난 부호이자 유력한 가문의 아들이었고,

소녀는 백인이자 프랑스 시민이었지만 몰락한 가문의 딸이었다. 

두 사람은 나이, 인종, 신분을 뛰어 넘어 사랑을 하게 된다.

소녀에게는 첫사랑이었고 중국인 남자에게는 처음으로 설레임을 갖게 한 여자였다.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컬러 오브 나이트>의 제인 마치(Jane March)는 무척 아름다웠다.

지금도 중년 여자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만 소녀 시절은 더 아름다웠다.

영화를 보면서 <블루라군>의 브룩 쉴즈(Brooke Shields)가 잠깐 떠올랐는데,

두 여배우 모두 정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소녀들이었다.  

연기 또한 훌륭했다.

 

홍콩 배우 양가휘의 연기를 처음 보게 되었는데,

어떻게 보면 내가 그동안 중국 영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매우 좋은 연기였고 진심이 느껴지는 애절함이 있었다.

 

<에너미 앳 더 게이트>의 장 자크 아노(Jean-Jacques Annaud)는,

영화를 통해 인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선 보인다.

사랑에 대한 인간의 순수한 감정과 행위.

그것을 원초적으로 표현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 만 하다. 

 

 

"내 몸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원하지 않아."

 

이 영화는 영화 <로리타>처럼 도발적인 사랑을 말하고 있지 않다.

소녀와 중국인 남자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것을 리얼하게 표현했다.,

물론 여러 가지 제약들,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가족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들이 이 영화에서는 크게 드러나지는 않은 느낌이다.

원치 않게 헤어진 것이 아닌, 헤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헤어진 것이다.

아니, 헤어졌다기 보다는 둘의 사랑을 마음으로만 간직해야 했다.  

이런 느낌들이 영화를 보면서 느껴졌다면 이들의 사랑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인상적인 장면은 소란스러운 시장 어느 밀실에서, 

햇빛이 비치는 바닥에 누워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었다.   

여러 사람들의 삶들이 공유되는 시장과,

손잡이 잡아 당기면 열려질 것 같은 낡은 문을 경계로,

두 사람의 사랑은 특별하고 은밀했다.

운명 같은 그들의 사랑이 무척 아름다웠다.  

 

 

"그가 거기에 있었다."

 

내 나이가 30세를 앞두고 있어도 나는 늘 운명 같은 사랑을 기다린다.

지금 시대처럼 외모와 능력, 재력을 보는 시대에,

나 같은 사람은 왠지 이방인 같다.

나는 아직도 배움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길을 걷고 있으며,

그저 간간히 생기는 수입에 의존하며 그 대부분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장래의 꿈을 위해 저축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영화에서 보았던 남자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다.

나의 생활만 놓고 본다면 여자 주인공과 가깝다.

 

하지만 사랑이 위대한 것은,

서로가 처한 조건과 상황을 뛰어 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사랑` 앞에 괴로워하고 기뻐했으며,

심지어 죽기도 하고 살기도 했다.

불변의 진리는 사람은 사랑을 하고 살아야 한다.

 

근래에 누군가가 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를 보고 싶다.

문제는 보고 싶어하는, 보고 싶은 그 `누군가`를 모르겠다.

살면서 나를 알았던 사람들이 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리고 나를 그리워 하거나 기억하고 있다는 것,

나도 그들을 그리워 하거나 기억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서로가 그리워 하거나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감히 운명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원치 않게 헤어져야 할 때가 있고,

다시는, 영영 못 만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놓치지 않기 위해서 붙잡아야 하고,

어떻게든 내 곁에 머물도록 해야 한다.

그 순간에 `나`는 없어지고 `그(녀)`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아직 그렇게 해 본 적이 없다.

떠나는 사람을 붙잡지 않았고,

간단하게 인연이 아니고 운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쉽게 사랑을 하지 않았지만,

헤어짐이 무서워 힘들어 하진 않았다.

하지만 근래에 처음으로 후회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지만,

앞으로 내게 다시 사랑이 찾아 오고,

내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나는 다시는 그런 후회를 하지 않을 사랑을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영화에서 보던 두 남녀는 후회했을 것 같다.

다른 남자의 아내,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된 상황에서,

지난 날을 그저 아름다웠던 추억으로만 생각했을까?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그렇게 사랑한 여자의 손을 놓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처한 상황과 조건을 핑계 삼는다면,

처음부터 사랑하지도 않았을테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용기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는 자신의 자존심과 정체성이 위협 받을 정도로 큰 용기를 의미한다.

결국 모든 조건과 상황,

심지어 자신도 뛰어 넘을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자가 사랑을 얻는다.

그것도 자신이 그토록 꿈꾸었던 운명적인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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