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쉬카르(Pushkar) ▒
1. ghat
가짜 수도자와 행상들의 치근덕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어느 가트(ghat)든지 그 영적인 분위기는 훼손되지 않는다.
특히 새벽의 가트를 보기 위해 나는 매일 같이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아니, 매일 다음날을 설레며 기다렸다.
서울에서의 새벽 5시, 먹고사는 일 때문에 부리나케 일어나거나 쓸데없이 고민하다 깨어 있거나
술독에 빠져 있다 첫차를 기다리던 그러한 시간에 말이다. 마치 그 몇 년 뒤 지금의 나처럼.
2. 시야
서울에서 내려다보는 건 거의 내 발끝이다. 생각도 내 몸 안에서 끝나고 만다.
인도에서 내 시야는 거의 3~4㎢ 이상이었다.
시선의 끝없는 질주, 마음은 평야처럼 풀려나간다.
나는 이 상태가 여행의 참맛이라고 생각한다.
3. Blue
눈이 시리도록 파란. 시바 신의 피 같은 블루.
4. 강아지
인도 어느 동네를 가나 강아지들의 태평한 낮잠 자는 모습은
부럽다 못해 옆에 누워 자고 싶은 유혹을 불러일으키는데
왁! 하고 깨우고 싶다가도 늘 조심조심 그 곁을 지나고 만다.
5. 아저씨 1 - 수제 잎담배
인도에는 향신료 추가에 따른 씹는 담배의 가지 수가 매우 많다.
우리나라 호떡판 같은 곳에 담뱃잎을 올려놓고 녹용 같은 약재들을 담아 쌈처럼 만든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다. 초보는 입천장 까지기 딱 좋은 위험한 수제 잎담배.
현지인들은 진액을 입가에 가득 묻히고 오래오래 이것들을 씹는다.
이 담배가게 아저씨의 손놀림은 사두 못지않게 엄숙해
조제 담배를 기다리고 씹는 행위까지 경건해진다.
담배 가게 옆에는 으레 짜이 가게가 같이 있어 담배를 씹은 뒤 짜이를 마시는 게 좋았다.
특히 어둑어둑한 저녁 무렵이면 더욱.
짜이를 파는 소년들의 투박하고 거친 손이 건네는 한 컵의 짜이는
달콤함과 슬픔을 한데 섞은 진액 같곤 했다.
6. 연, 아이들
인도의 저녁은 아이들의 연날리기 場,
연들은 저녁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허공을 가득 채우며 어둠을 끌어당긴다.
인도의 거의 모든 저녁, 나는 아이들이 끌어당기는 어둠도 보았다.
7. 저녁
가트를 가득 채우는 저녁.
음악, 연인, 차. 더 이상 채워질 것이 없어도 좋을 저녁의 조합.
8. 낙타, 사막
가벼운 낙타 산책. 낙타는 참 짓궂고 장난기 많은 동물이다.
낙타가 오줌 누는 모습은, 어느 터미널 화장실에서 급하게 뛰어 들어온 자가
화장실 문을 쾅 닫고 들어간 뒤의 정경 같아 웃음이 나온다.
9. 동화
푸쉬카르는 골목마다 동화 속 난쟁이들의 집 같은 풍경이 숨어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색채.
꾸미는 인테리어에만 집착하는 도시인은 실질적으로 감각에 있어서는 문맹인에 가깝다.
10. 아저씨 2 - 수제 햄버거
메뉴 가득 적힌 한국어. 한국인을 볼 때마다 아저씨는 라면 없냐고 물어본다.
심지어 메뉴판에 라면과 교환 가능이라는 표기까지ㅋㅋ
중독에 대한 거라면, 미국에는 코카인이, 우리나라에는 라면이 있다-_-!
아저씨의 햄버거가 맛있어서 아침저녁으로 먹었는데,
양배추가 3분의 2를 차지해도 버거킹보다 맛있었어.
11. 詩
소, 쓰레기, 꽃... 이 세 가지가 시처럼 어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도에서 나는 배웠다.
버려진다는 의미가 일시에 소거되는 땅.
12.
언제나 꿈꾸듯 가고 싶다.
Iron & Wine - Fever Dream
https://youtu.be/5PLeyG7EX_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