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날 지름 책
- 실존철학의 두 거장 마르틴 하이데거와 장 폴 사르트르. 장 발도 독일 비롯 유럽권에서 엄청 영향도 끼치고 유명한 실존철학자인데 한국에서는 왜 알려지지 않는 건지....
사르트르 《존재와 무》를 읽기 전에 하이데거를 읽어야 할 거 같아 이번에 샀다. 늘 언젠가 읽어야 할 책 들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이 그때인가는 모르겠다. 과연 소화가 가능한지는 읽어보면 알겠지ㅎ 이런 책은 양이 아니라 이해가 문제다.
《존재와 무》보다 《존재와 시간》이 더 얇아서 다행이다;(약 680페이지) 올해 700페이지 책을 좀 본 터라ㅡ리언 레더먼/딕 테레시 《신의 입자》, 데이브 컬런 《콜럼바인》ㅡ그리 겁을 먹진 않았다. 부들부들))
- 백상현 교수의 명성은 익히 들었다. 저자는 "존재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모든 것들에 저항하라고 말하는 라캉의 윤리는 예술의 창조 행위와 닮았다"라고 하니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에서 그 논증을 어떻게 풀어 낼지 궁금하다. 일단 구매. 내년에나 읽게 되겠지만; 아, 궁금해! 궁금함을 못 참고 조금 읽어보니 저자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유령을 느끼는 시작부터 스산한 것이 이 겨울에 딱일세! 지금 읽을 때가 아닌데 손을 못 놓겠다;
"라캉이 여기서 '실재'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의 심리가 결코 볼 수 없으며 또한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으로서, 텅 빈 공허이다. 세계의 완전함의 신화가 해체되는 지점, 균열의 텅 빈 진리라고도 불릴 수 있는 이것은 허무 그 자체, 또는 가장 엄밀한 의미에서의 죽음이다. 세계의 스크린은 바로 그 검은 구멍을 가리는 장막이다.
그런데 유령이미지란 이 같은 보호 장막이 오작동을 일으키는 순간 출현한다. 혹은 오작동 자체가 바로 유령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이 출현하는 순간 우리는 세계의 리얼리티의 확실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ㅡ 백상현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 中
- 나탈리 레제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
베케트의 문서들을 다루고 전시를 기획했던 저자라고 한다. 베케트를 두고 "침묵과 말의 궁극적이며 유일한 결합"(p89)이라고 평하며 쓴 한 편의 산문. 질 들뢰즈가 베케트의 텔레비전 단편극에 대해 쓴 에세이 《소진된 인간》도 읽고 있는 중인데 두 책을 같이 읽는 기쁨! 그래도 역시나 올해 안에 끝내진 못할 거 같다...
매일 책을 만나는 건 참 기쁘지만 매일 완독이 안된 책을 봐야 하는 것도 고역...
*워크룸프레스
그런데 이 책사기 행렬은 금방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어서... 12월 알라딘 <작고 강한 출판사 초대전>에 워크룸 프레스가!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171456
워크룸 프레스 책만도 아니고 끼워서 25000원 이상(약 2권) 사면 멋진 활자 비누를 받는다. 오오, 아아, 책을 또 사야...
그러나 워크룸 프레스라면 망설임은 필요 없다!
뭘 사지~ 살 책 모아두고 아껴놓길 잘했지 뭐야~오호호
이참에 베케트를 모두? 즐거운 갈등~
*12월 머리맡 책
보르헤스 《보르헤스의 꿈 이야기》, W.G. 제발트 《현기증 감정들》, 장 자크 루소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베르톨트 브레히트 《검은 토요일에 부르는 노래》기타 등등...
에드거 앨런 포 「애너벨 리」만큼 아름다운 베르톨트 브레히트 「물에 빠져 죽은 소녀에 관하여」 시를 언제든 펼쳐 볼 수 있게 머리맡에 두었다. 나만 아껴 읽으려고 시 전문을 옮기지 않겠다ㅎㅎ
주말이 소용없는 날들.
일상을 멈추긴 역부족인 계절.
유일한 책이여,
내게
꿈 없는 잠을,
미련 없는 출구를,
열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