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삶이 추악할수록, 사람은 그 삶에 매달린다. 그때 삶은 모든 순간들에 대한 항의며 복수다.
ㅡ 오노레 드 발자크
˝간호사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근데 부모님 집에서 나와 혼자 살다 보니, 파출부 일을 할 수밖에 없어요.˝ 나는 적절한 대답거리를 찾느라 머리를 쥐어짰다. 그 순간 내가 셸부르의 집세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기라도 했어야 하는 걸까? 결국 내가 택한 대답은 ˝아, 예......˝였다. 이 말 속에 나는 그 어떤 삶에 대한 이해를 담고자 했다. 그 대답이면 족했던지, 그녀는 문쪽으로 걸어갔다.
ㅡ 미셸 우엘벡 《플랫폼》
출근길에 이 책을 가지고 나오길 잘했다 생각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검고 작은 물체가 내 커피컵 앞으로 다가왔다. 제법 큰 파리였다. 어디서 사고를 당했던지 다리를 절고 있었는데 난간 모서리에서 주춤하더니 픽 떨어져 사라졌다. 나는 실소했고 파리에겐 날개가 있으니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설마 그게 마지막이었다면 미안해서 어쩌지. 또 다른 소리가 들려 돌아봤다. 비닐 하나가 바람결에 바닥을 기어 다니며 내는 소리였다. 내 작은 선생님들, 배우들. 울리고 웃기는 재주는 그들보다 못하지만 사람치고 나는 조용한 편 아닌가 생각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다른 생물들처럼 대부분의 사람도 조용히 제 삶을 산다. 주머니 속에 손을 집어넣으니 돈 같은 건 없고 모래 같은 게 가득했다. 올해 처음 입은 옷이었다. 그것은 내가 손대는 모든 것을 버석거리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