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시에선 붉음이 나비처럼 영혼처럼 떠돈다.
<雄鷄(웅계:수탉) 下> 첫 시구처럼 모든 사랑하는 것의 피를 갈구하는 시인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그에겐 입맞춤도 ˝피묻은 입마춤˝(<五午의 언덕에서>)이어야 했다.
Black String의 앨범 제목 《Mask Dance》 처용 가면을 쓰고 잡귀를 쫓는 내용의 처용무(處容舞)에서 왔다. 앨범 커버도 붉은 처용 가면을 형상화 한 것일 텐데 붉은 맨드라미 같기도 하여라.


*처용의 이야기가 가진 기괴하면서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음악을 통해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사운드적으로도 앰프와 이펙터들을 국악기와 결합하여 강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국악 장단인 칠채를 바탕으로 완성한 Seven Beats, 진도 씻김굿 초가망석 중에 등장하는 신노래를 새롭게 재해석한 Song From Heaven, 문묘제례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듯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실험적으로 표현한 Strangeness Moon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한국 음악이 나아갈 또 다른 길을 제시한다.(앨범 소개 글 발췌)


 

 

 《Mask Dance》에서 "Song From Heaven"이 나는 가장 좋았다.

 

가면을 쓰고 추는 춤 속에서 영(靈)과 씨름하며 노래하는 듯한 미당 시를 읽으며 Black String을 들으니 설움 굿판이었다.

`아무 病도 없으면...슬픈일좀 슬픈일좀, 있어야겠다`(<봄>)니..... 슬픈 정조 없이 사람이라 할 수 없어 그러셨겠다. 올더스 헉슬리는 비극이 가장 고양된 형식은 아니라고 말하며, 비극과 희극의 완전한 융합을 가능하게 하는 형식으로 희곡을 그리고 그것을 계승하는 소설을 높이 평가한 것 같다. 그러나 가장 고양된 형식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도 했다

벽에 내 이마를 쿵 찍어 보았다. 설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설움 하나 떨어져 나갈까 해서. 설움만큼 많은 바보짓이지. 설움은 벙어리 같은 것을. 어떤 이름도 부를 수 없었다. 그래서 듣는 것인가. 그래서 읽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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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6-10-24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이/청년들은 실험정신 혹은 도전정신이 없다면 반쯤 죽은 것이죠. 우리 한국 음악계에선 실험정신/도전정신을 목격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요. 있다고 하더라도 1회성 ‘이벤트’나 단기 ‘프로젝트’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한데, 일단은 Black String의 실험/도전정신에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밴드/그룹의 공연을 보고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음향학적 혹은 악기학(?)적 고려가 거의 없거나 매우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음악을 하자면, 악기 연주 능력, 작사작곡편곡 능력, 가창력, 해석력 등등의 기본은 있어야겠죠. 여기까지는 한국인 음악가들 자신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이런 기본적 능력을 제대로 펼치는 데 필수불가결한 음악학적/음향학적/악기학적 기반에 대해선 한국 음악가들의 탐구의 시선이 전혀/거의 가닿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그 영역은 과학의 영역이기 때문이죠. 우리 한국인들이 음주가무 주색잡기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소질을 보입니다만, 그래서 음악 분야에서만큼은 성과를 보이고 있고 미래를 기대케 합니다만, 그 음악적 역량을 더욱 더 증폭시키고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수불가결한 음악학/음향학/악기학적 연구 역량, 즉 전반적인 음악과학의 연구 역량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우리 전통 악기인 거문고/가야금, 징, 북, 장구, 꽹과리, 아쟁, 해금 등등은 서양 악기들, 특히 전기 기타와는 그 음향학적 주파수 특성이 매우 다른데요. 그래서 그 전통 악기들에서 나오는 소리를 제대로 처리해줄 (전용) 마이크, 녹음기, 믹서기, 스피커, 등등을 특수 설계하고 제작하고 운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관해선 사물놀이 음악이 본격적으로 녹음되고 음반/음원으로 나오기 시작한 1980년대 말~19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도 거의 해결된 게 없어 보입니다. 여기에 대한 문제의식도 한국 음악가들이나 음악학자/음향학자/악기학자들한테는 거의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악 음반이나 음원, 저 위 Black String의 공연처럼 국악기와 서양 악기를 섞어 연주하는 실험적 ‘퓨전 음악’ 따위를 들어보면 전통 국악기들의 그 고유한 음과 맛이 제대로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는다는 겁니다(솔까 기존 음향 기기/장비들은 모두 서양인들이 혹은 일본인들이 설계하고 서양인 귀와 서양인 악기에 맞게 설계/제작되고 조율된 것들이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걸 그냥 그대로 들여와 아무런 맞춤/조율 과정 없이 쓰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우리 한국 음악엔 결정적인 약점인 동시에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이랄 수 있습니다. 국악의 확산과 발전에 결정적인 걸림돌입니다. 해서 한국 전통 국악기에 대한 음악학/음향학/악기학적 속성을 과학적으로 낱낱이 파악하고 체계적/이론적으로 정립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입니다. 이건 과학의 영역이죠. 우리 한국인들한테 절대적으로 약한 분야입니다. 거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음주가무나 주색잡기, 권력놀음 투입하는 한국인들로선 귀찮기도 하고 재미없는 분야인 것이죠. 그러나 이런 기본적 문제 해결 없이 한국 음악의 발전은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실험정신, 도전정신을 뒷받침해주려면 반드시 과학적 기반 기술이 동반해야 할 것입니다.

AgalmA 2016-10-25 03:48   좋아요 3 | URL
qualia님의 한국문화 염려는 잘 알겠습니다. 한국 음반 산업이 주로 엔터테이먼트식으로 돌아가니 제반적인 투자가 많이 부족하죠. 거기도 경제 시스템으로 돌아가니까. 구조적 문제가 크죠. 뮤지션들이나 음악에 종사하는 분들의 전적인 잘못이라 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빚내서 장비와 완벽한 음향시스템 갖춰서 음악하라고 할 순 없잖아요? Black String 경우는 해외 유명 재즈레이블에서 먼저 러브콜을 해 와서 앨범 5장 내는 걸로 추진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외에 국악 크로스오버 밴드 ˝잠비나이˝도 실험적이면서 뛰어난 기량으로 주로 해외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국악에 대한 여러 모색은 민족음악연구소 같은 데에서도 노력하고 있죠.

우리가 즐기는 대부분의 음악은 서양이 토대죠. 일전에도 이 비슷한 논의를 한 거 같은데 이런 교육 제도 속에서는 재능 개발도 어려울 뿐더러 창의적인 활동도 어렵죠. 본고장으로 가 공부하려면 왠만한 투자론 어려운데 개인들의 노력만 바라야 되는 상황이죠.

한국에서 1년에 공연 가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문화에 대한 한국 사람들 전체의 무관심이 문제입니다.
서양은 부르주아와 경제력으로 그런 문화를 꾸준히 키울 수 있었죠. 그런 풍토가 이어져서 문화 전반이 풍부해진 거고요. 먹고 살기 더 힘들어진 지금 시대에선 한국의 문화 산업은 더 어려운 지경이 되어 버렸어요. 예전 싸이- 강남스타일 반짝 인기에 많은 사람들이 대리만족했지만, 그건 참 우연이었죠. 투자나 관심은 안 주면서 뭘 내놓기만 바라니 딱한 노릇 아닙니까?

국가적인 문화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이번 부산영화제만 해도 작년 다이빙벨 상영 문제로 정부가 간섭했던 게 해외에 좋지 않은 인상을 줘서 올해 해외작품 상영이 반이나 줄었다고 하죠. 한국에서는 늘 이런 식인데 과학 기술 있다고 뜻있고 자유로운 창작이 되겠습니까. 청와대가 블랙리스트 만들어서 예술진흥기금 혜택도 악의적으로 안 주는 나라! 멀쩡한 인공위성도 헐값에 팔아 누구 주머니에 간 건지 알 수 없게 된 꼴통짓에, 복지 사업, 우주 개발 산업에 써야 될 돈도 강바닥에 퍼부은 나라 아녔나요?

이런 속에서도 창작에 애쓰는 창작인들에게 관심 가져주는 것밖엔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AgalmA 2016-10-25 0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네루다에 대해 ˝스탈린을 찬양했던 그의 시를 잊을 수만 있다면˝ 이라고 말했듯이, 서정주에 대해서도 김춘수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럴 것이다

2016-10-25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5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5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