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강튀아.팡타그뤼엘 대산세계문학총서 35
프랑수아 라블레 지음, 유석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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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해석들에 반, 아니 불만스럽다.
(수전 손탁<해석에 반대한다> 다시 읽어봐야 되는데...)


<가르강튀아ㅣ팡타그뤼엘>
1차 감상자들 반응은 엽기, 폭소, 조롱으로 끝. 라블레가 서문에서 주의를 줬는데도 그런 답밖에 못 가져가다니 애석한 일이다. 애들 때만큼이나 참 똥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순수니 본능이니로 위장하지 말기를, 언제나 해석은 독단과 불확실성을 야기한다.
2차 독해자들 또한 역시나 라블레가 서문에서 주의를 준, 플라톤 [국가]2부에서 나오는 개처럼 그 속 골수만 빨아먹으려는 자세다. 바흐친, 카니발리즘, 르네상스와 위마니슴...대단한 알레고리가 그 속에 숨어있어야만 한다!는 듯이 그 자체에서만 무언가를 얻으려는 독법. 독자들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맞나 싶다. 왜 자기 해석은 없고 기존 이론에 대입하려고만 하는가. 정치적 대입은 그나마 현실적 접근은 해보려고 한 것 같다.
3차 독해자들이 보이지 않는 게 내가 눈이 어두워서인지 모른다(사실은 찾기 귀찮아서). 역시나 내가 논문을 쓸 생각이 아니기 때문에 내 생각의 단편만 남긴다.
<가르강튀아ㅣ팡타그뤼엘>(16C)과 후대 작품인 <걸리버 여행기>(18C초), 사드(18C 후반) 비교분석이 요구된다(17C <돈키호테>와는 비교재미는 없을 거 같은데... 칭송하는 고전들이니 서구에서는 여러모로 분석했을 거다. 뭘 발견했을까) 라블레 저서는 금서가 많이 돼서 당시 파급력은 강하지 않았을 거 같지만 작가층에겐 대단한 영향력을 미쳤을 거 같다. 후대 작품이 각 시대 사조로 인해 어떤 걸 더 표방해 발전했는지 비교해볼 지점이 있다. 계몽주의 추종자였던 사드는 해학과 웃음보다 사디즘으로 발전했다(당연히 라블레처럼 금서 조치) 조만간 <걸리버 여행기> 원전번역을 읽어봐야 할 일거리가 또 생겼다. 취미생활 맞나.

라블레가 의사였던 만큼 <가르강튀아ㅣ팡타그뤼엘>과 현대의 몸철학, 현상학 관련해 달리 살펴볼 수도 있다. 몸을 통해 세계를 보는 작가의 인식들이 작품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지가, 요즘 내가 작품을 볼 때 가장 주목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밀란 쿤데라 최근작 <무의미의 축제>에서 왜 전립선 비대증 오줌싸개 칼리닌을 통해 칼리닌그라드를 구축했는지, 칼리닌그라드는 왜 이름이 바뀌지 않고 건재할 수 있었는지, 작가의 의도가 흥미롭지 않은가. 아닌 게 아니라 밀란 쿤데라는 라블레적이다. 소련에 대한 풍자. 전체 작품의 카니발리즘적 기조. 그가 자신의 작품 주석과 해설을 거부하는 것 또한 라블레가 <가르강튀아ㅣ팡타그뤼엘>서문에서 밝힌 바를 계승하고 있는 것 같으니 관련지어 생각할 수 밖에. 나는 이런 괘변적인 비교들이 재밌다. <가르강튀아ㅣ팡타그뤼엘>에서처럼 행동으로 극단의 재미를 추구할 순 없지 않은가. 토마스 만 최근 번역작 <뒤바뀐 몸과 마음>도 이런 관점에서 매우 흥미로워 장바구니~ 토마스 만 <마의 산>, <베니스에서의 죽음> 등 그의 소설 많은 부분이 병을 통한 신체 관찰-정신 흐름의 고찰이다.

<가르강튀아ㅣ팡타그뤼엘>은 여러모로 대입해 볼 것이 많아 작품 속 내용보다 더 생동하는 작품이다. 500년 전 사람이 이렇게 현재적으로 즐겁게 만들다니, 역시 소설은 놀랍다.
현재 한국엔 위무를 위한 작품보다 이런 작품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격이라 해도 생동하지 못하고 고여있다. 단지 시대분위기 때문일까. 안주하려는 생각들을 자꾸 깨워줄 장치들이 많아야 한다. 울며 위안만 해서는, 똥만 보고 조롱하다 끝나서는 이 현실에서 어떤 맷집도 키울 수 없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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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1-08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르팡디아를 초등학교 때 읽었습니다. 삽화 많은 어린이용 가르팡디아였습니다.
물론 어린이용 축약본이기는 하나, 그때 꽤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AgalmA 2015-01-08 16:54   좋아요 0 | URL
곰곰 생각하는 발님과 참 어울리는 작품이죠. 이 책 읽을 때 곰곰 생각하는 발님 문체가 오버랩이 되기도 했어요 ㅎ 어릴 때부터 본인 취향을 제대로 아셨네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5-01-09 09:2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그렇습니까 ? 얼른 사서 봐야겠네요. 기억은 안 납니다만. 하여튼 무지 많이 먹고 무지 많이 똥 싸고.. 뭐 그런 내용만 기억이 납니다.

AgalmA 2015-01-09 13:25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에 곰곰 생각하는 발님이 라블레를 엄청 좋아하셔서 그런 문체이신 건가 했을 정도. 원작 꼭 보세요. 곰곰 생각하는 발님의 잃어버린 형님 만난듯 반가울, 아니 닮아서 싫을래나ㅎ 잊지마세요. 나랑 한몸 같은 작가 만나기가 그리 쉬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