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칼 포퍼 지음, 허형은 옮김 / 부글북스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부 역사와 정치에 관한 고찰

제1장 자유에 대하여

p26

  계몽주의가 자주적 의견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 것은 존 로크 시대부터였다.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영국과 대륙에서 일어난 종교전쟁들의 직접적인 결과였고, 그러한 전쟁들은 '종교적 관용'이라는 사상을 낳았는데, 종교적 관용은 많은 이들(대표적 아놀드 토인비)이 주장하듯 그렇게 부정적인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정신, 혹은 두려움이 사람들을 특정한 종교적 믿음으로 몰아넣지 못한다는 깨달음, 그 이상이다. 오히려 그것과 반대선상에 있는 개념이다. 강요된 종교적 일치는 철저하게 무가치하다는, 오직 자유의지로 선택한 종교적 신념만이 가치가 있다는 긍정적 이해로부터 나온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모든 거짓 없는 믿음에 대한 존중, 나아가 모든 개인과 개인의 의견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위대한 계몽주의 철학자 칸트의 말을 빌면, 인간적 인격체human person의 가치에 대한 자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칸트가 말한 '인간적인 인격체의 가치'는, 모든 인간 그리고 그 사람의 신념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중략)…

  모든 합리주의자는 칸트의 지론에 동조해야 한다. 누구도 철학을 가르칠 수 없으며 기껏해야 철학적 사색을 할 수 있을 뿐이라는 지론이다. 그것은 곧 비판적 태도를 취함을 의미한다.

 

#(Agalma) 비판적 태도와 학습된 수용(세뇌)을 구분해 제대로 사유하고 사고하는 보통 인간을 보기가 힘든 시대. 합리적 비판보다 쉽게 동조하는 세태. '(신)자본주의' 탓을 하지만, 애초에 지배계층에 의해 구축된, 시스템 문제라고만 볼 수 있을까. 우리들 각자의 책임과 행동의 부재 탓은 아니고? 자본주의를 惡으로 본 마르크스의 후예들처럼 굴지 말자구. 이미 그러한가.

 

 

제4장 냉소주의적 역사관에 반하여

(1991년 5월 아이크슈타트 대학에서 한 강연)

p72

  우리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은 과거를 미래와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과거의 사실들을 역사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판단함으로써, 어떤 것이 가능하고 어떤 것이 옳은지 배워야 한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에서 풍조나 경향을 추론하려고 해선 안 된다.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다.

 

#(Agalma)"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고 말한 헤겔과 반대되는 입장인데, 헤겔의 관념론을 도덕적 대재앙이라 말할 정도니 당연하기도 하지. 칼 포퍼의 긍정주의는 과거 근절주의처럼 보인다. 평행이론을 단지 우연의 절묘함으로만 치부할 것인지? 또한 인간은 생존본능적으로 대비지향주의자이자 경험이라는 나침반을 이용하려는 호모파베르가 아닌가. 그의 사상은 禪사상처럼도 들린다. 내·외부로도 무장해제라니. 긍정주의가 아닌 인도주의에 더 가깝지 않나 했지만 그의 글을 읽을수록 느껴지는 합리성 추구와 정언적 감행력에서 보면 수긍이 되는 듯도.

  하지만 그 자신이 그의 주장에 반대되는 것도 같은 게, 아래 7장에서 과학과 난센 구호 활동에 대한 언급과 2부 10장에서 "식물도 마찬가지지만 동물들의 행태를 보면 모든 유기생물이 법칙이나 규칙을 좇도록 조건화되어 있"다고 말한 것에서 보면 우리가 삶을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통해 반복의 발견을 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의 과학이론으로 봐도 '시행착오'(문제에 여러 가지 해解를 대입해보고 잘못된 것들을 제거하는 방식, 장애물을 없애기 위해 해당 동물이 시도하는 시험적 행동들)를 통한 학습에도 해당된다.

  물론 칼 포퍼가 공격하는 점은 관념론의 提言적 성격임은 주지해야 한다. 또한  그의 말은 관념적 과거를  통해 내리는 확증이나 확정이 본질과 진실을 오도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임은 확실이다.

 

 

제2부 자연과학에 관한 문제들 

제10장 과학이론의 논리와 진화

(1972년 3월 7일 North German Radio(북독일)에서 한 강연)

p197

 

 과학은 인간의 관념이 만들어낸 산물의 체계이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관념론이 들어맞았다. 그러나 관념은 실재에 부딪혀 시험당할 때 무너지게 돼있다. 이것이 실재론적 세계관이 옳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Agalma) 이 발언엔 동의할 수 없다. 시적 세계, 무의식의 영역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와 그 파급력에 대한 전면적 부정으로 느껴진다. 증명되지 않는 것은 참이 아니라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수긍하겠는데 실재=옳음이 될 수 있는가. 외양과 성질을 파악했다고 해서 어떤 것의 실재를 거론할 수는 있어도 실체와 실제 의미를 아는 것은 다른 것이다. 케플러를 비롯한 그토록 많은 과학자들이 종국에는 왜 종교와 미신에 빠져 들었겠는가. 칼 포퍼가 왜 자신을 합리주의자라고 하는지 확실히 알겠다. 헌데 15장 인식론에서의 제3세계(인간의 정신이 낳은 산물들의 세계)를 좀더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그의 과학 - 인식 실재론적 세계관이 상반되어 보이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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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과 연설을 묶은 것이라 그의 이론과 신념들이 중복 제시되는 감은 있으나 칼 포퍼의 주요 저작을 읽기 전에 개요서를 본다는 생각으로 읽으면 적당하다. 이 책의 1부는 세계 현상에 대해서, 2부는 현상 뒤에 숨은 실재를 탐구하는 과정(그의 표현에 따르면  '진화론을 인정하는 형이상학적 실재론'ㅎ)에 대해 논하고 있다. ​

 

  칼 포퍼는 칸트의 진정한 후예는 쇼펜하우어라고 하지만 그 자신도 만만치 않게 그렇다. 유전학적으로 선험적인 지식에 의해 감각기관이 발달된 것이라고 논하는 진화론 · 인식론 章에서 특히 그렇다. 내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의 사상 기조는, 지식의 진화에서 자기비판적 태도와 객관적 진리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것.

-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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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9-09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번째 이야기는 제가 보기에도 포퍼가 과거로 미래를 예측하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니고, 과거로 미래를 섣부르게 추측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같습니다`입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과학은 실재를 갖고 검증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되지만, 관념이란 개념을 좁게 사용한 것 같습니다. 관념은 (이론적) 사실과 (실천적) 가치 두 개념이 혼재되어 있는데, 포퍼는 사실(실재)에만 한정하여 언급한 것 같습니다. 물론 `같습니다`입니다.^^

좋은 글 소개 고맙습니다.^^ 머리가 따끈해졌습니다.^^

AgalmA 2015-09-11 21:40   좋아요 1 | URL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에 저도 적극 동감 :)
단상만 몇 개 올린 거라 칭찬 말씀은 과분하고 좋은 댓글을 달아 주셔서 저야말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