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어느 정도 읽었고 써봤다고 생각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그 생각이다. 경계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그 자리가 다시 시작점이라는 걸 잊는 순간 글은 자만에 빠지고 무미건조해진다. 이성복 시인은 늘 그것을 일깨운다. 어느 분야 글쓰기든 이성복 시인의 시론은 중요한 지침이다.
˝언어는 삶 이상으로 고결할 수도 없고, 삶 이하로 추악할 수도˝ 없지만(『불화하는 말들』,「87」)
언어를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옮기는 그릇으로만 사용하는 사람은 감동도, 진실도 줄 수 없다. 글과 실제 이미지가 표리 부동한 사람들이 자주 이렇다.
글을 잘 쓰려면 잘 들을 줄도 알아야 한다. 관찰과 대화만이 아니라 읽기도 그중 하나다. 마음이 깃들면 글은 절로 시작되고,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 자기계발서는 욕심이 욕심을 부추기는 양상. 눈 먼 글에선 눈 먼 향기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