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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모네 ㅣ 봄날의책 한국시인선 1
성동혁 지음 / 봄날의책 / 2019년 9월
평점 :
성동혁 『6』(2014, 민음의 시 204)을 읽고 그의 두 번째 시집을 퍽 기대했다. 『아네모네』(2019, 봄날의책 한국시인선 1)를 펼쳤을 때 예상된 풍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詩의 위치는 묘하다. 이계의 언어 같으면서도 독자의 귓가에서 바로 속삭인다. 소설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특성이다. 유서나 기도문보다는 일기, 일기보다는 편지나 에세이를 사람들은 편하게 생각한다. 여기서 詩는 어디에 해당할까. 성동혁의 시는 유서>기도문>일기ㅡ성동혁ㅡ편지>에세이 중간쯤에 있으면서 그것들을 끌어온다. 80년대 중후반 태생인 황인찬과 성동혁을 (굳이) 비교해 황인찬의 시는 그토록 인기 높은데 성동혁의 시는 왜 그렇지 않을까. 독백 같지만 편지 같기도 한 그들의 목소리 초점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황인찬의 시는 현실에 더 가까이 있고 불특정 다수에게 더 열려 있다. 그런 유혹자 서술은 연애시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성동혁에게 당신도 그러라고 요구할 수 없다. 그의 개성을 바꾸라는 무례니까. 절절히 아플지언정 선뜻 붙잡지 않겠다는 그의 결은 존중받아야 한다. 성동혁의 시는 검고 부드럽게 흐른다. 어떤 시인은 사람보다 시와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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