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나온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이 전체 800여 쪽 중 평균 26쪽이 읽혀 호킹 지수 2.4%라고 한다. 경제학 책이 재밌는 건 아니지만 너무한 거 아닌가😅 신간 『자본과 이데올로기』(2020)는 1000여 쪽이 넘으니 호킹 지수가 더 걱정된다😅 난 『21세기 자본』을 완독했지만 힘들게 읽었던 기억 때문에 다시 펼치려면 짜증이ㅎㅎ;; 그래서 이번 신간은 e book으로 샀다. 보라, 얼마나 간편한 자태인가~ 에센스 북까지 한 번에 다 들고 다닌다. 크레마도 거추장스러울 땐 휴대폰으로 간편히~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빨리 여러 번 읽으려고 종이책 사면 주는 문학동네 브랜드전 사은품 우양산, 문진을 포기했다 T^T
개념 정리 등 길라잡이인 『자본과 이데올로기』 에센스북부터 읽고 본서를 읽으면 좋다.
이번 책은 경제학이 주력이 아니라 더 포괄적인 사회과학 서라고 봐야 할 텐데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급 스멜💙
슬라보예 지젝도 강변하듯 지금 자본주의 문제는 이데올로기 문제.
『21세기 자본』을 안 읽은 분이라면 종합된 이 책은 읽어보시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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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는 모든 나라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다 불평등한데, 나름대로 그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다고 본다. 그리하여 각각의 불평등체제régime inégalitaire는 실제 지배계급의 구성도 다르고, 지배계급의 수탈방식도 다르며, 불평등을 설명하고 합리화하는 방식도 다르다. 전작이 불평등의 크기와 변동 추세를 주로 분석했다고 하면 이번 책은 여러 가지 불평등체제의 역사와 정치, 그리고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가 무대 전면에 등장한다. 불평등체제 중에서 세계 역사상 도처에 존재했고, 아주 오래 존속한 불평등체제로서 피케티가 이름 붙인 3원사회société ternaire 또는 3기능사회가 있다.
ㅡ 해제 : 이정우 『21세기 자본』 이후의 『자본과 이데올로기』
최근 사고픈 벽돌책이 많았다😑💦
작년 1월에 무라카미 하루키 『태엽 감는 새 연대기』 합본 1024쪽을 일주일 동안 읽었는데, 이번에 나온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합본은 800여 쪽으로 3일 걸렸다.
📘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일 차
'세계의 끝'의 성(城)과 문지기나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조직부터 카프카 냄새 풀풀~~
하루키가 두 세계를 오가는 구조를 짠 신호탄이었던 소설이라 능수능란보다 초창기 프레시함이 많이 느껴진다.
쌍둥이 같은 책, 향초, 향수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기묘한 기시감을 부르고, 거울처럼 마주하고 있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번갈아 읽기 시작한다.
벽돌책은 밤에 읽으면 금세 피곤해지므로 일과를 시작하기 전 아침에 읽는 게 좋다. 김난주 번역가가 이 책 번역을 통해 번역가로 뜨기 시작했고 35주년 기념으로 새 번역을 했다는데, 그래도 예스러움이 남아 있다. '방구석'이 아니라 '구석'이라 표현하는 게 훨씬 드라이했을 텐데ㅎㅎ
하루키의 트레이드 마크 문장인 '짐작이(도) 가지 않았다'만 보면 까르르😁
이번엔 스파게티와 연어 샌드위치를 먹어가며 읽을 정도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 같지만 오이 샌드위치 대목(88~89페이지)을 만나면 먹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헛홋호호.
슬슬 한낮의 더위가 시작된다.
📘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2일 차
평일에는 한 번에 150페이지 정도 읽는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와도 괜찮겠나?"
하루키를 읽을 때 맥주 안 마시긴 어렵다. 오이 샌드위치 먹으려고 크림치즈도 샀다.
요즘 대형마트 아니면 max 사기 너무 어렵다. 편의점에서도 355ml는 없고 500ml만 간혹 볼 수 있다. 예전엔 그렇게 띄우더니 이젠 퇴물 취급.
하루키를 모델로 맥주 광고, 이젠 너무 늦었나.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더불어 일본과 관련된 모든 것을 거부해야 한다며 일본 책도 읽지 말아야 한다는 극단까지 만나는데... 파시즘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3일 차
비가 주룩주룩.
빗소리에 눈 뜨고 어린 내 화분들은 동자승처럼 비를 맞고 있다.
트리안은 2년 넘게 길렀는데 정글처럼 흐드러지려면 한참 멀었다.
산호수는 강한 생명력을 온몸으로 뿜는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한결같다. 나보다 기가 세.
라벤더는 자기 기분이란 게 확실하다.
율마는 꼿꼿한 어린 양 같다.
유칼립투스는 여리여리하게 보여도 만만하게 보는 걸 거부한다.
산세베리아는 내게서만도 10대 손이 넘게 번창 중이다. 주위에 분양도 참 많이 했다. 얘도 증증증...손(의미없는 구분)
바질은 두 달도 안 되어 열심히 잡아먹히는 중.
여름이 좋아.
책도 잘 읽힐 거 같은 비 오는 날.
계절 단어를 꼭 넣는 하이쿠를 지어도 좋은 날.
'세계가 끝난다'는 것은 지구 종말 스토리의 sf나 전쟁이 아니어도 한 사람이 죽을 때마다 실제로 일어난다. 파괴되거나 망가지는 것과 전혀 다른 정말 끝난다.
주말이라 세계가 끝날 듯이 몰아쳐 읽었다.
하루키는 나이 들어 읽을수록 더 공감하게 된다. 어렸을 때는 '나'라는 자의식의 힘겨움에 관심이 갔다면 주인공의 나이를 거친 뒤에는 돌이킬 수 없는 삶의 소회와 에티튜드, 그 만의 판타지가 눈에 더 밟힌다.
처음 읽었을 때처럼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결말을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여전히 생각했다.
'가출한 아내' 모티프는 이후 소설에도 계속 출현ㅎㅎ 『태엽감는 새 연대기』가 절정ㅎ
📘 하루키로 인한 책 사태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리뷰 쓰기 전에 '의식' 관련 책을 좀 살펴보다가 일이 커지고 있다.
프랭크 설로웨이는 저서 『타고난 반항아』 에서 출생 순서와 가족의 역학 관계가 개인의 성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뤘다. 즉 '출생 순서의 차이는 맏이와 동생이 전형적으로 차지하는 생태 지위의 차이'를 반영한다. 맏이는 부모와 자신을 더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부모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간에 공감하는 경향도 보인다. 동생들의 전형적인 전략은 손위 형제가 이미 차지한 생태 지위를 놓고 경쟁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를 살펴'본다. 이 연구는 밀레니얼 세대, 페미니즘 세력의 적극적 사회 참여에 어떤 실마리를 제공한다. 부모 세대에 동조하는 맏이와 다른 전략을 꾀하는 동생, 자유로운 막내들은 급진적 변혁에 참여하는 경향이 많다. 여성 경우, 역사적으로 급진적 대의를 지지하는 여성들은 특이한 집단을 이루는 경향이 있다. 집단의 평균 남성보다 훨씬 더 자유주의적이고, 그들은 부모와 상당한 갈등을 겪었을 가능성이 더 높으며, 동생이거나 막내일 가능성이 높다. 『작은 아씨들』에서 둘째 조 마치와 막내 에이미의 성격이 그저 우연은 아닌 셈. 흥미로운 점은 외동들은 선택의 자유가 크므로 변수가 많은데, 급진적 우익과 적극적 사회 참여자 등등 지금 세대의 사회적 다양성을 유추할 수 있다. 외동아들이었던 하루키의 성향도 작품의 성격을 가꿔 왔던 바 흥미롭지.
그러나 이 책『마음의 과학』은 유전과 환경의 요인들을 번갈아가며 짚고 있으므로 끝까지 객관성을 견지하며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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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는 이 양수에서 사실상 헤엄치고 있다. 우리는 테스토스테론, 이른바 남성 호르몬이 양수에 얼마나 많은지 분석했다. 사실 그것은 남성 호르몬이 아니다. 남녀 모두 그것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저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생산할 뿐이다. 남성은 그것을 고환에서 만들고 여성은 부신에서 생산한다. 그리고 남아들 중, 혹은 여아들 중에서도 개인마다 생산되는 양이 다르다.
(중략)
태아의 호르몬 생산 농도가 유년기 중반의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목격하고 있다. 이것은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의 차이를 설명할 때 생물학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중략)
실험 결과 우리는 여아보다 남아가 전동 모빌을 더 오래 쳐다본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아보다 여아가 사람의 얼굴을 더 오래 쳐다보았다.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있는 성차였으므로, 경험이나 문화의 차이 탓으로 돌릴 수 없다. 생후 24시간 된 아기들이었다."
ㅡ 사이먼 배런코언 「동류 교배 이론」
"왜 아이는 그토록 오랫동안 무력한 상태로 있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왜 말 그대로 아이를 그저 ‘살아 있도록’ 하는 데 그토록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일까?
조류와 설치류를 비롯하여 여러 종들을 살펴보면 긴 미성숙 단계가 고도의 융통성, 지능, 학습과 상관이 있음을 알게 된다. 까마귀와 닭을 보라. 까마귀는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라고 《사이언스》 표지에 실린 반면, 닭은 닭고기 수프가 된다. 까마귀는 닭보다 미성숙 단계, 즉 의지하여 사는 기간이 훨씬 길다.
특정한 진화적 생태 지위에 알맞게 설계된, 아주 섬세하게 빚어진 모듈을 선천적으로 가질 수 있는 전략이 있다면 그것을 갖추고 태어나는 것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전략을 쓸 수도 있다. 어떤 특정한 생태 지위에 딱 맞도록 설계되는 대신에, 새로운 환경을 상상하고 그것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비롯하여 자신이 찾아낼 수 있는 온갖 다양한 환경을 학습할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쓰는 전략이다. 하지만 그 전략에는 한 가지 큰 단점이 있다. 바로 그 모든 학습을 하는 동안 무력한 채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ㅡ 앨리슨 고프닉 「놀라운 아기」
자유주의와 페미니즘의 연결로 문제가 복잡해졌다. 생물학적 결정 요인을 전면 거부하고 사회, 환경, 학습 등 외부 요인을 더 크게 끌어들여 성 문제를 젠더 문제로 바꿀 때 본질적인 걸 간과 혹은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뇌는 컴퓨터가 아니고(컴퓨터와 작동 원리가 유사하다는 것 자체를 거부)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다/없다는 논쟁에서도 그런 성질을 엿볼 수 있다. 사실상 모든 것이 우리를 만든다.
『마음의 과학』은 다 읽었고, 스티븐 핑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읽고 싶은데 전자책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 사고 싶은 책 속속 등장, 착착 구매
☆ 미셸 우엘벡 『세로토닌』
『소립자』처럼 특색 있는 제목, 역시 우엘벡이다👍
☆ 미셸 푸코 컬렉션으로 모은 『담론의 질서』
☆ 발터 벤야민 선집 신간 『카프카와 현대』
🎁 알라딘 굿즈 / 7월 알라딘 굿즈
✔ 본투리드 머들러(나는 고양이로소이다, 2,000원)
- 플라스틱 막대가 부실해서 살살 사용해야겠음.
✔ 본투리드 티셔츠(빨강머리 앤, 5,000원)
✔ 북 파우치(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000원)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세트 파우치가 생겼다💙
※ 파우치와 동일한 문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6권은 두꺼워서 지퍼 안 잠겨요😅
✔ 알라딘 우산(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3,500원)
- 지식교양 분야 사면 받는 사은품 중 하나.
✔ e book 사은품이 풍성해졌는데 홀로그램 유리컵(야생의 위로, 2,500원) 엄청 예쁘다😍
✔ 알라딘 21주년 포장팩
- 왜 안 오나요😭 포장팩을 여러 번 사고 있는데 계속 실패.
✔ 품절이다가 판매 재개된 6컬러 스티키 북마크 색깔이 예전보다 톤 다운된 듯🤔
✔ 문학동네 1만 원 이상 사면 주는 투명부채(귤의 맛, 100원)
- 핸디 선풍기도 거추장스러울 때가 많아 가방에 쏙 들어가는 이런 게 오히려 편할 때가 있다.
✔ 엘살바도르 엘 보르보욘
- 알라딘 원두는 이름이 날로 거창해짐ㅎㅎ
✔하루키 리유저블 컵(2,000원)
- 파란색이 예쁘던데 랜덤 운이 없었다ㅜㅜ
📘 모두에게 세로토닌이 필요한 날들
마스크도 쓰지 않고 어젯밤 내 앞을 막아선 중년 여자. 위험보다 도움 요청이 더 신경 쓰여 발길을 멈췄다. 예배 모임 단체 카톡 보내기를 대신해달라는 요구에 당황스러우면서도 화가 났다. 코로나19 전파가 대부분 이런 종교 모임인데 이들은 여전하다. 두려움을 신념으로 극복하는 게 어디까지 현명한 걸까. 신앙인은 종교를 방패 삼아 극도로 평가를 거부한다. 나는 무뚝뚝하게 도와줬고 집으로 돌아와 더 박박 씻었다. 잘못을 지적하거나 이러지 마시라고 설득해야 했을까. 이미 늦었다. 혼자일 때도 여럿일 때도 우린 자주 어리석고 미숙하다.
📘 주말 나들이는 책방
알라딘 21주년 기념 크로스 럭키백(13,000원, 일 년 5만 원 오프라인 매장 할인 혜택)이 온라인 서점에서는 품절이길래 알라딘 중고매장 갔다. 품절에 당황하지 말고 신속히 대피...가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으로ㅎㅎ
보통 에코백보다 아담한 사이즈고 손잡이, 크로스 끈 둘 다 있어 편리하다.
온라인에서 아이보리와 블랙 중 뭘 사나 고민하다 실물 보고 결정하려고 매장 왔는데 실물로도 한참 고민했다😂
올여름도 블랙 마니아로 가기로 했다ㅎㅎ
럭키백이 가장 인기였는데 3~5분마다 럭키백 결제 사항을 알리는 판매원의 목소리가 '당신, 안 사면 후회할 거야, 우후후' 경매장 분위기를 만들었다🤡
온라인에서 찜한 책은 제자리에 없어 못 찾겠거나 책 상태가 맘에 안 들어 안 사고 장바구니에 담아뒀다 보관함으로 옮겼던 책 구매.
프랑수아 줄리앙 『불가능한 누드』(2019, 들녁출판사)
- 서양 철학자이자 중국학자인 저자의 탐색이 궁금했더랬다. 왜 동양은 누드가 그토록 발전을 못했고 그것이 철학과 관념의 문제였다는 고찰.
역자가 지인에게 증정한 사인이 있는데 이런 책을 중고로 만나면 💦💦💦 역자에게서 영월 조선민화박물관에 조선 시대 춘화를 모은 '19금의 방'이 있다는 정보 습득.
김유림 『양방향』(2019, 민음사) 구매.
- 직접 보고 구매하려고 민음북클럽 온라인 패밀리데이 때 안 샀는데 읽어보니 호기심이 생겼다.
말괄량이 삐삐 우산파우치 실제로 보니 몹시 탐났지만 9800원이나 하고 굿즈는 럭키백 할인을 안 해줘서 참았다T^T)
럭키백에 책 담아 오려고 했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포장 봉투가 예뻐서 안 살 수 없었다😆 가방을 봉투에 담아오는 코미디🤣🤣🤣 선물상자 외에도 앨리스 포장 봉투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면 좋을 듯.
📚 베케트, 베케트, 베케트 - 회색도 흰색도 아닌
10번 이상 읽은 문장이 있다. 울컥 다리에 힘이 풀리는 순간이다. 출근길이 아니어도 어디에서도 적당하지 않은 마음과 속도로 더 회색으로 더 검정으로 향하라는 가속 페달이다. 같은 생각을 계속하듯 같은 노래가 되풀이된다. 무엇과도 마주치지 않고 도달할 장소는 현실에 없다. 쾅 부딪히는 소리는 났는데 닫힌 기억을 가질 수 없다. 가늠할 수 없어 슬픔도 기쁨일 수도 없다. 다만 수수께끼일 뿐. 카운팅을 헤아릴 수 없는 삶. 정신 차릴 수 없는 삶. 환생과 부활이라니 의심만큼 믿음도 인간적이지. 내가 나이지 않길 바라면서 같아야 한다는 이상한 기도와 요구. 구름이 동쪽으로 서쪽으로 움직인다고 말하듯이 상대적이라는 말, 착각이라는 말은 쉽다. 회색도 흰색도 찾을 수 없었고 현실과 꿈의 차이를 누구도 밝히지 못했다. 다시 질문이거나 수수께끼일 뿐. 문득 나타난 풍경이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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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가 나에게 이제 놓아달라고 말한다. 그는 그런 동사를 사용했다."
- 사뮈엘 베케트 『죽은-머리들』
많은 문장가가 있지만 베케트는 미치게 만드는 문장가다.
1931년 비평집 『프루스트』
1933년 단편집 『발길질보다 따끔함』
1935년 시집 『에코의 뼈들 그리고 다른 침전물들』
1945년 미술 비평 『세계와 바지』
1953~4년 장편 소설 『몰로이』,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
1946년 단편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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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 집필한 장편 소설 『와트』(1945년)는 국내 출간되지 않았고, 뒤이어 쓴 초기 소설 3부작도 『몰로이』, 『말론 죽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자』 중 두 작품만 번역되었다.
베케트는 50~ 60년대에 희곡과 라디오극에 집중했다.
나는 『몰로이』, 『죽은 머리들/소멸자/다시 끝내기 위하여 그리고 다른 실패작들』(60년 대 중반 단편 선집), 『포기한 작업으로부터』(초기 단편과 후기 산문 모음), 『프루스트』 를 가지고 있다.
『발길질보다 따끔함』은 지금 배송 중이고 『이름 붙일 수 없는 자』도 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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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에게 작품 구조의 디딤돌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인 게르망트 대공 부인(전 베르뒤랭 부인)의 서재에서, 구조를 이루는 소재의 본질은 이어지는 오후 연회에서 밝혀진다. 그가 쓸 책은 이미 머릿속에서 형태를 갖춘다. 그는 여러 결함을 안고 있는 문학적 규범들이 작가로 하여금 타협하도록 강요함을 인식한다. 작가로서 그는 원인과 결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가령 주체적 욕망의 빛나는 투영은 이를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로 표현해 중지(왜곡)시켜야 할 필요가 있게 된다. 그가 가장 신중하게 관찰하는 대상들에게조차 마땅히 어울리는 가면을 수백 개 준비하기란 불가능하다."
ㅡ 사뮈엘 베케트 『프루스트』
이 대목을 읽으며 김봉곤 작가를 떠올렸다. 고 박원순 전 시장 일도 있어 사태가 악화일로였다. 실존 인물을 쓸 때 작가는 가공해야 할 필요와 책임을 진다. 자전적 글쓰기는 더 딜레마에 빠지는데, 능력의 문제도 있지만 실제 창작을 해본 사람은 안다. 실존 인물과 사실적 모습이 드러내는 아우라가 창작을 통해 윤색되는 게 싫다.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가감 없이 보이려 한 김봉곤 작가의 성향과 글쓰기의 지향에서는 더 문제였을 것이다. 자신과 문학 앞에서의 솔직과, 세계와 대상에 대한 윤리적 책임이 저울에 올라갔을 때 세계는 언제나 윤리에 기울라고 강요한다. 정신없이 요동치며 인간이 만들고 있는 이 세계는 진정 균형추인가. 김봉곤 사태에서 거론된 소설은 작품 자체만으로 봤을 때 나는 큰 점수를 주고 싶지 않았다. 논란이 된 대화들이 제일 불필요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발목을 잡다니... 그 소설들로 인해 다른 좋은 작품까지 폐기 처분되는 게 안타까웠다. 김봉곤 사태에서 민감한 타인의 사생활을 가져오며 동의를 구하는 과정도 가공도 없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는데, 요즘 지탄받는 사회적 윤리 문제보다 작가가 피해자들과 신뢰 관계를 만들지 못한 게 더 큰 요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본질적인 건 다르지만 나도 창작하는 지인들에게 내 표현 일부를 써도 괜찮냐는 물음을 받고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동의해 준 적 있다. 김봉곤 작가는 문학은 이래도 된다는 창작의 자유, 문학의 가치에 취했었던 거 같고 대상에 대한 존중과 배려도 잊은 것 같다. 그러나 요즘 사회는 반성보다 즉각적 처벌이 우선시 되고, 조금만 잘못해도 범죄자로 낙인찍는 거 같아 씁쓸하다. 반성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해서 이렇게 되는 거 같아 착잡하다.
📓 프란츠 카프카 『꿈 같은 삶의 기록』(카프카 전집 2, 솔출판사)
- 구판 팔고 개정판으로 교체했다. 내부 편집이 예전보다 깔끔해 흡족하다.
문제가 많았던 막스 브로트 판이 아닌 1980~1990년대에 걸쳐 독일 피셔출판사가 충실히 원본을 살린 카프카 전집의 결정본 ‘역사 비평판Kritische Ausgabe’.
'꿈과 잠'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그의 글을 사랑하는 이들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