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책이 으레 그렇듯 예화도 많지만 타당성 있는 논리적 추론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설득의 달인들이 상대로부터 ‘네’라는 응답을 끌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책략은 수천 가지에 이르지만, 대부분의 책략이 여섯 가지 기본 범주 중 하나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 여섯 가지 범주는 인간의 행동을 조종하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온갖 책략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인 심리 원칙의 지배를 받는다. 이 책은 그 여섯 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앞으로 이 여섯 가지 원칙(상호성의 원칙, 일관성의 원칙, 사회적 증거의 원칙, 호감의 원칙, 권위의 원칙, 희소성의 원칙)이 사회에서 담당하는 기능과, 설득의 달인들이 상대방에게 구매나 기부, 허락, 투표, 동의 등을 요청할 때 그런 원칙들을 능숙하게 적용해 그 엄청난 힘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살펴볼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최근 연구에서, 우리가 일상적인 판단을 내릴 때 사용하는 여러 가지 의사결정의 지름길을 밝혀냈다(Kahneman, Slovic, &Tversky, 1982; Todd & Gigerenzer, 2007). ‘판단의 휴리스틱스(heuristics, 모든 경우를 고려하는 대신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발견한 편리한 기준에 따라 일부만 고려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옮긴이)’라는 이 지름길은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는 원칙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고 과정을 단순화시키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효과를 발휘하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책의 내용과 관련해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상대방의 말을 믿고 따르게 하는 휴리스틱스이다. 예를 들어 ‘전문가의 말은 진실’이라는 지름길 원칙을 생각해보자. ‘PART 6’에서 살펴보겠지만, 우리 사회는 특정 분야의 권위자로 여기는 사람의 발언과 지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어리석은 경향이 있다. 전문가의 주장을 스스로 검토한 후 납득하는(또는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주장과는 상관없이 ‘전문가’라는 지위에 설득을 당하는 것이다. 특정 상황에서 주어진 하나의 정보에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이런 경향이 바로 ‘누르면, 작동하는’ 방식의 자동반응이다. 반면에 모든 정보를 철저히 분석한 후 반응하는 경향은 ‘통제반응(controlled responding)’이라고 말할 수 있다(Chaiken & Trope, 1999).

인간의 인식과 관련한 원칙 중에 ‘대조 원리(contrast principle)’라는 것이 있다. 두 개의 대상을 차례로 제시할 때 둘 사이의 차이를 인식하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원리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두 번째 대상이 첫 번째 대상과 차이가 심할 경우에는 그 차이가 실제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먼저 가벼운 물체를 들었다가 이어서 무거운 물체를 들게 되면, 무거운 물체만 들었을 때보다 훨씬 더 무겁게 느낀다. 대조 원리는 정신물리학(psychophysics, 인지현상과 자극의 물리적 성질과의 관계를 조사하는 학문 분야-옮긴이) 분야에서 정립된 원리로 무게뿐 아니라 거의 모든 종류의 인지 과정에 적용 가능하다. 모임에서 매우 매력적인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변변찮은 사람과 대화를 하게 되면, 두 번째 사람이 실제보다 훨씬 더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상호성의 원칙에 따르면, 우리는 다른 사람한테 뭔가를 받으면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누군가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면 우리도 호의로 갚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생일 선물을 받으면 우리도 상대의 생일을 기억했다가 선물을 해야 하며, 누군가 우리를 파티에 초대하면 우리도 파티를 열어 상대를 초대해야 한다. 상호성의 원칙은 타인의 호의나 선물, 초대 등이 미래에 우리가 갚아야 할 빚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중략) 사실 상호성의 원칙에서 비롯된 고도의 부채 시스템은 인류 문명의 독특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저명한 인류학자 리처드 리키(Richard Leakey)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핵심을 상호성의 체계에서 찾았다. 그는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선조들이 “의무감으로 이루어진 명예로운 네트워크 안에서” 식량과 기술을 공유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Leakey & Lewin, 1978). 문화인류학자들은 이 ‘부채의 그물망’을 인류만의 독특한 적응 메커니즘으로 평가하며, 각 개인을 대단히 효율적인 집단의 일원으로 만드는 분업,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의 교환, 상호의존성의 형성을 가능하게 했다고 본다(Ridley, 1997; Tiger& Fox,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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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9-09-15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인상적이었고 몇가지는 유용하게 씁니다 ㅎㅎ 조삼모사 같은 것들..
나머지 시리즈도 사서 읽었는데 이 책이 그중 나은것 같아요 ㅎㅎ
좋은 밤 되세요

AgalmA 2019-09-15 23:11   좋아요 1 | URL
이 시리즈가 너무 많아서 이걸 다 읽어야 하나 고민되던데 초딩 님 말씀 듣고 이 책 하나로 끝내야 겠네요ㅎㅎ🙏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일까봐 안 읽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연휴가 끝나는 밤이네요. 독서보다 가을 만끽 많이 하시라는 말씀 전하고 싶네요🍁🍂🍁🍂 저도 그러고 싶은 희망에^^/

초딩 2019-09-15 23:43   좋아요 1 | URL
ㅎㅎ 넵 가을이요~
계절을 너무 잊고 산것 같습니다~ 말씀 너무너무 감사해요~ ㅎㅎㅎㅎ
좋은 밤 되세요~
전 운전한 발목 부여잡고 이제 자려합니다.

2019-09-15 0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15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