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책과 안녕

내 책장에 갑자기 동물들 관련 책이 많아졌다;

민음사 북클럽 에디션 책들도 동물 관련한 콘셉트 책이고, 임정아(글)/ 낭소(그림) 『우리 산책할까요』는 반려동물과 함께 하고 그들을 잃은 뒤의 슬픔 등 그들과 함께 한 시간들에 대한 에세이다.

아래층에 큰 개를 키우며 이웃의 원성을 듣는 이가 있다. 까맣고 커다란 개가 목줄도 없이 우다다 층계를 뛰어 올라와 나도 기겁한 적 있다. 개가 무슨 잘못이겠나. 그렇게 살도록 생긴 게 아닌 애가 그렇게 사니 저도 괴로울 것이다. 주인 없는 빈 방에서 그 개가 서럽게 우는 걸 들을 때면 동물은 외로움과 고통을 모르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개가 한밤에 조용히 맞는 소릴 들으면 내가 더 괴롭다. 제발, 자신을 위해서만 반려동물을 키우지 말라고!

 

 

 

 

 

 

 

 

 

• 뜻밖의 고생 / 시집 (※ '뜻밖의 고생'은 내가 중고 도서를 팔면서 겪게 된 좌충우돌을 종합한 표현)

수학과를 나오신 것으로도 유추되는데 함기석 시인도 꽤나 난해시를 쓴다. 사람들이 시를 어렵게 쓴다고 성토하는 걸 들을 때면 그렇게 써야 할 그들의 특성, 취향, 이유, 목적도 좀 생각해 보시라 말하고 싶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쉽게, 말해 달라는 요구가 모든 곳에서 적절한 게 아니다. 그래서 복잡해도 재밌게 쓰는 기술이 필요한 거겠지만.

『착란의 돌』(2002, 천년의 시작, 품절)

『뽈랑공원』(2008, 랜덤하우스, 절판)

암튼 잘 읽었고 이제는 안녕을 고할 때.

 

 

 

 

 

 

 

 

 

 

 

 

●  여행 발동 1

작년 이맘때 통영 갈 땐

파스칼 키냐르 『음악혐오』(Franz)

나탈리 레제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워크룸프레스)이 길동무가 되어 주었다.

 

2018년 부산영화제 갈 땐

전야제로 김연수 여행산문집 『언젠가, 아마도』(컬처그라피)를 다 읽고 리뷰를 남기고 떠났다.

길동무는 레몽 드파르동 『방랑』(포토넷)이 되어 주었다.

 

이번 2019년 전주영화제 길동무 1순위는

김영하 『여행의 이유』(문학동네)

4월에 부지런히 책을 샀더니 파스칼 키냐르 신간도 가지고 있고 여행책 고민이 없네ㅎ

그런데 김영하 책 내려가기도 전에 다 읽을 거 같어😆

이번 여행에도 베케트가 동행이 될 지도.

 

책으로 시작하고 책으로 끝나는 나의 여행.

이번 여행은 어쩐지 서해 일주가 될 스멜~ 어쩌다 보니 당진에도 가게 생겼다. 거기 뭐가 있는지 나는 모른다.

 

 

 

 

 

 

 

 

 

 

 

 

 

 

 

●  여행 발동 2

김영하 『여행의 이유』는 몇 페이지 남지 않아 길동무에서 아웃ㅎ 여행가기 전에 읽기 잘한 듯. 그가 말하는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참 공감되었다.

작년에 민음사에서 워터프루프 북을 낸 적 있다. 아이디어 좋다고 생각했지만 선정된 책에 대해서 나는 말줄임표를......

[82년생 김지영 / 보건교사 안은영 / 한국이 싫어서 / 해가 지는 곳으로]

과연 휴가지에서 읽고 싶은 책일까. 페미니즘 부상, 여성 독자 타깃을 겨냥한 구성이 확연히 보인다. 그런데 나는 그 책들 다 여행에서 읽고 싶지는 않았다. 젖은 책을 말려가며 두고두고 읽고 싶지도 않고.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취향이다. 이 프로젝트 큰 반응 못 얻었을걸요. 좋은 아이디어가 콘셉트와 어울리지 못해 사장되는 게 안타깝다. 이 워터프루프 북 이후 또 나온 게 있는지? (아직 없다) 또 나올 예정이 있는지? (아이디어가 아까워 한 번 더 도전해 볼 수는 있겠지만 아마 어렵지 싶은데요) 차라리 김영하 『여행의 이유』 같은 책이 워터프루프북으로 나오면 이 여름 잘 팔릴 겁니다. 듣고 있나요? 문학동네 ㅎㅎ

아무튼 나는 이번 여행에 영화 관련 책ㅡ데이비드 보드웰 『영화 스타일의 역사』(2002, 한울), 질 들뢰즈 『시네마 1 : 운동-이미지』(2002, 시각과언어, 절판, 현재 희귀도서)ㅡ를 가져갈까 하다가 너무 무거워서;; 제프 다이어 『지속의 순간들』(2013, 사흘, 절판)과 사뮈엘 베케트 『죽은-머리들 / 소멸자 / 다시 끝내기 위하여 그리고 다른 실패작들』(2016, 워크룸프레스)로 결정.

내가 생각하는 여행책의 조건 1. 가벼운 휴대성 2. 당장의 고민거리를 좀 떠나 생각과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줄 다채로운 볼거리와 아름다운 문장 3. 나머지는 차차 또 생각. 저 두 책은 이런 이유에서 채택했다.

 

 

 

 

 

 

 

 

 

●  뜻밖의 고생

옥타비오 파스 『활과 리라』(2001, 1판 2쇄 소장, 솔출판사, 품절)

ㅡ 좋은 시론집인데, 많은 메모 지우기가 아까워 판매 불가 통보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영웅들의 꿈』(2018, 현대문학)

ㅡ 중남미 문학은 공감과 이질감이 늘 함께 하지.

 

테리 이글턴 『성스러운 테러』(2007, 생각의 나무, 품절)

ㅡ 고전과 철학과 심리학을 종횡무진 오가는 이글턴의 달변을 읽다가 정작 테러 생각은 뒷전이 되던ㅎ 이 책은 우리 사유의 총체적 모순을 지적한다. 동네 도서관에 없어서 판매 불가 통보.

 

"종교적 근본주의는 무엇보다 우연을 인정하지 못하는 정신의 무능력인데, 우주의 존재 자체가 이런 종류의 교조주의에 설득력 있는 반박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근본주의자들은 필연적 존재 이유를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무엇보다도 인간 역시 전혀 존재의 필연성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도저히 인정하지 못한다."(p65)

 

 

 

질 들뢰즈 『베르그송주의』(문학과 지성사, 품절)

ㅡ 길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읽고 보내면 좋겠는데 아아, 매일매일 중고 주문 때문에 너무 바쁘다ㅜㅜ 다시 다 내릴 수도 없고. 흑흑)

 

 

 

 

 

 

 

 

 

 

번역 비교를 문의하신 분이 있어서 살펴본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1988, 문예출판사)

ㅡ 내가 가진 책은 옛날 책이라 문예출판사인지도 몰랐다ㅎ; 이덕형 번역으로 아직도 나오고 있는데, 1983년 초판 번역에서 조금도 다르지 않아서 개정판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2018년 에디션 콜렉션도 번역은 똑같더군요.

소담출판사와 비교하면 문예출판사 번역은 정돈되지 않은 문장으로 많이 읽힌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길 떠나기 전에 병원도 들렀다. 피로로 인한 과민 상태라고. 전주영화제 가서 심야 상영 보며 밤 꼴딱 새워야 되는데 수면제 처방ㅋ 운동도 많이 해야 된다고 했는데 그러려고 여행을 가는 겁니다ㅋ 움직이기 시작하면 너무 혹사해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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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5-04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너무 과로를 하셨군요... 건강에 유의하시고 좋은 여행 하시길요.

AgalmA 2019-05-11 00:02   좋아요 0 | URL
이번 여행도 순조롭지만 않았는데요. 제가 과로를 자초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ㅎㅎ; 겨울호랑이님은 연휴 잘 쉬셨길.

겨울호랑이 2019-05-11 15:19   좋아요 1 | URL
AgalmA님은 항상 하얗게 불태우시는 분이니 일정도 빠듯하게 세우시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만 ㅋ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여행과 인생의 공통분모라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