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과 책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 리뉴얼이 나왔기 때문에 볼프강 보르헤르트를 비교해봤다.

볼프강 보르헤르트 전집 『그리고 아무도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현대문학)

vs 문지 스펙트럼 『이별 없는 세대』 (문학과 지성사)

 

번역 차가 상당하다.

현대문학의 박병덕 번역은 상세하지만 설명 조로 느껴지는 경향이 강하고, 문학과 지성사 김주연 번역은 시적 축약이 강해 자칫 독자가 곡해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보르헤르트에게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현대문학 버전이 전집이라 수록 작품이 많다는 장점까지 생각하면 일장일단이 있다.

 

 

 

 

이탈로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들』 책 경우 『이탈로 칼비노 전집 세트』 로 구색 맞출 생각이 아니라면 굳이 더 비싼 세트 구성 책을 살 필요 없다.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보이지 않는 도시들』 중고로 사시길.  역자 해설 날짜, 연보에서 1991년 한 줄 추가 외 본문은 한 자도 바뀐 게 없다. 『이탈로 칼비노 전집 세트』 다른 책도 비슷한 상황이리라 짐작한다. 

 

 

 

 

 

 

작년에 이어 올가을 겨울도 밤낮없이 나는 그가 필요했다. 처음 그의 책을 발견했을 때부터 그랬다. 그것은 내가 쓰고자 했고 썼고 써야 했던 일기였고 시였다.

 

김한민 『페소아』를 읽으며 여러가지 자세한 세부를 알 수 있어 좋았지만 나는 다른 이견도 있다. 김한민은 회계원 베르나르두 수아르스의 회사 사장 바스께스를 악덕 기업주처럼 부정적으로 서술했는데  『불안의 책』or  『불안의 서』를 읽어 보면 오히려 호감을 더 많이 읽을 수 있다.

 (「1939년 3월 9일」 기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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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사장인 인간 바스께스를 더 선호한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도 이 세상의 모든 추상적인 사장들보다 더욱 사교적인 바스께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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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께스 사장. 지금도 그를 떠올리면 미래의 어느 날 내가 그를 회상하면서 느끼게 될 그런 그리움이 벌써부터 내 가슴에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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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인간적인 미소는 수많은 군중이 보내주는 동의의 박수갈채와도 같다.

아마도 내 주변에 바스케스보다 더 대단한 인물이 없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지극히 평범하며 심지어는 세속적인 인간인 그가 내 마음을 이토록 자주 지배하고 나의 관심사를 나 아닌 다른 대상으로 돌려놓는 것이리라. 나는 상징이 존재함을 믿는다. 나는 어딘가 지금으로부터 아주 먼 삶에서, 이 남자가 나에게 적어도 지금보다 훨씬 더 소중한 역할을 했을 거라고 믿고 있거나, 혹은 거의 믿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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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제 알겠다! 바스케스 사장은 인생이다. 단조롭지만 불가피한 인생, 강제적이면서도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인생. 별 볼일 없이 진부한 이 남자는 인생의 진부함을 온몸으로 상징한다. 외부에서 볼 때 그는 나에게 모든 것이다. 외부에서 볼 때 인생이 나에게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김한민은 페소아가 여행을 싫어했다고 거듭 말한다. 페소아가 여행을 어리석은 짓처럼 폄하하는 표현을 자주 한 건 사실이지만 그게 과연 '싫다'와 직결될 수 있을까. 페소아가 여러 판본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 그자비에 드 메르스트 『내 방 여행하는 법』을 읽으며 나는 다른 생각을 했다. 가택연금으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쓴 메르스트의 책은 1796년에 나왔다. 메르스트는 본능과 이성을 동물성과 식물성으로 구분하는 등 자신의 내면을 아주 격렬히 구분하며 추적한다. 페소아가 여러 정체성으로 내면 여행 하는 방법론은 메르스트의 영향도 있었으리라 본다. 페소아가 메르스트 책의 여러 판본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그를 흠모한 것만 봐도. 우리가 페소아 『불안의 책』의 여러 판본을 읽듯이. 아무튼 내 생각은 페소아에게서 '싫다'와 '여행'은 인과 관계는 아닌 거 같다. 내면 여행만으로도 벅차 외적 여행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한 게 아닐지. 간혹 여행을 꿈꾸고 길을 나섰을 때도 자기 생각에 골몰해 풍경을 놓친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니 여행의 필요를 점점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일 테고. 페소아가 여행이 싫다고 말했을 때도 어떤 정체성으로 말한 건지 따져볼 여지가 있다.

 

 

 

 

 

 

 

 

 

 

 

 

 

 

 

 

 

 

 

 

●  북클럽 문학동네 송년 키트

 

올해 문학동네 소설상 당선작이 없어 마크 트웨인 『톰 소여의 모험』 특별 에디션이 왔다.

이게 더 좋은 건가 아닌 건가 모르겠다😅 에코백과 세트네😍

☆ 에코백

오~ 멋진 블루 블랙~

이런 디자인은 열린책들 스타일이었는데ㅎ 요즘 리커버, 특별 에디션이 붐이다 보니 이런 풍도 상향 평준 유행 같기도 하다.

☆ 에필로그북

북클럽 문학동네의 1년을 돌아보는 소책자.

북클러버들의 생일 도서 인증 사진(p22)에 내 사진도 있어 약간 보탬이 된 듯해 다행^^

☆ 탁상달력 / 문학동네 시인선 2019년 달력

문학동네 달력은 아직 없었는데 감성 돋는 문학동네 시인선 문장들을 담고 있어 흐뭇 쓸쓸 그렇다.

벌써부터 내년 달력 풍년.

 

 

내년엔 이런저런 북클럽 활동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굿즈다 이벤트다 하며 끌려다니다 보니 내 독서 계획을 원활히 진행하기 어려운 걸 여러 번 경험하다 보니 자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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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3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23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23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12-23 23:27   좋아요 1 | URL
지금은 카키색으로 바뀌었답니다ㅎ;
맞아요. 리커버가 자주 나오고 <골든 아워> 경우 합본으로 가격도 싼 데다 너무 빨리 나온 터라 일찍 사서 읽은 분들 손해본 느낌이실 듯.
감사합니다. 님도 편안한 밤 되세요^^

cyrus 2018-12-25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강 출판사의 보르헤르트 전집 1권(소설 편, 김길웅 역)과 민음사에 나온 《이별 없는 세대》(김주연 역)을 가지고 있어요. 후자의 책은 나온 지 오래된 거라 그런지 번역체가 올드하게 느꼈어요. ^^

AgalmA 2018-12-26 01:34   좋아요 0 | URL
cyrus 님은 더 오래된 책을 가지고 계시군요. 예전 번역이라 더 올드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죠.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는 번역 수정을 해서 내니 더 나아졌을 수도 있겠지만 보르헤르트와 가장 적합한 번역이 뭘지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