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HOW TO READ 푸코 How To Read 시리즈
요하나 옥살라 지음, 홍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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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1962~1984)는 철학자, 정치 활동가, 사회 이론가, 문화 비평가, 역사가, 프랑스 최고 명문 학술 기관 콜레주 드 프랑스교수라는 여러 타이틀로 지금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뒤에는 그림자(동성애자, 마약 상용, 사도마조히즘적인 성적 행동, 정신병원 환자 이력, 재규어 자동차를 즐겨 탄 속도광, 에이즈 사망)도 있다

 
나는 직접적, 개인적 경험에 의해 영감을 얻지 못한 채로는 단 한 권의 책도 쓰지 않았다. 최소한 조금이라도 경험이 있어야만 했다.”(미셸 푸코)
 
그는 이러한 자기-파멸적 한계 경험속에서 작업한 책들을 독자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 사용할 도구 상자로 여긴 만큼 나도 기꺼이 활용할 생각이다. 9월엔 푸코를 집중 탐구할 생각이라 이 책을 길라잡이로 읽었다.
 
푸코의 의도에 더 근접할 목적으로, 우리가 깨지기 쉬운 자유에 꽉 달라붙으면서 깊이 뿌리박힌 사회질서를 의심하기 위해 돌 위에 단단히 고정된 모든 진리들을 기꺼이 버린다면, 아마도 이 도구는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자유(freedom)”의 문제는 푸코의 철학적 여정 전체를 관통하여 작동해온 중요한 문제였다. 사회적 실천들에 관한 문제는 그의 연구 영역의 중심 테마였던 것이다.”
그의 생산적 힘의 개념경험과 지식의 형태들을 억압하고 검열하기보다는 이들을 생산하고 고무하는 힘은 섹슈얼리티, 젠더, 범법과 정신병에 관한 보수적인 정치적 견해들에 도전할 수 있게 하는 소중한 도구를 제공하였다.”
푸코는 일반적으로 데리다, 들뢰즈, 크리스테바와 같은 영향력 있는 사상가들과 함께 후기 구조주의자에 속하는 사상가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그는 또한 실존주의가 소진된 1960년대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던 프랑스 사상가들의 세대에 속하기도 한다. 실존주의와 사르트르(1905~1980), 메를로퐁티(1908~1961), 보부아르(1908~1986)와 같은 사조를 대표하는 사상가들이 철학에서 인간존재를 탐구한 것에인간이 지닌 가능성의 한계에 관해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상을 결정하는 요소로 인간 대신에 사회적, 언어적, 무의식적 요인들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후기구조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철학적 분석에서 그간 누려온 특권을 거부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에게 철학은 축적된 지식 덩어리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 내재한 교조적 믿음과 참을 수 없는 관행들을 끊임없이 의심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비판적 실천이었다.”
(요하나 옥살라)
 
 
 
푸코의 작업은 세 국면으로 나뉜다.
 
자신의 역사적 연구들을 고고학이라 불렀던 시기(1960년대)
ㅡ 『광기의 역사, 임상의학의 탄생, 말과 사물, 지식의 고고학
 
실천의 불가피성을 의문시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실천이 거쳐온 역사를 추적하는 것’, 이 시기 푸코는 주로 과학의 담론적 실천들과 그에 내재한 규칙성들을 연구의 중심에 두었다. 그는 과학적 실천들에 있는 규칙들과 제한들을 확인함으로써 생물학 및 언어학과 같은 지식 영역과 이들의 연구 대상인 생명 및 언어가 어떻게 사유의 역사에 등장하는가를 보여주려고 노력하였다.”, “그가 추구한 목적은 지식이 갖는 근대적인 형태들이 사상사 속에 있었던 근본적인 단절들에 기인함을 보여주고, 지식이 단순히 이전 유형들로부터 발전하여 보다 고등한 형태들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관학적 방법은 쓸데없는 형이상학적 사색에 급진적으로 도전하는 새로운 철학 방식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하는 실천들과 형태들의 무한하고 필연적인 성질을 급진적으로 의심하기 위하여 역사화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요하나 옥살라)
 
역사 그 자체를 생각하려는 노력을 통하여 사고력이 침묵을 지키며, 판단한 착상으로부터 생각이 해방되는 정도와 이것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을 가능성의 정도를 배우는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뚜렷이 보이는 사물들은 위태롭고 부서지기 쉬운 역사의 과정 속에서 마주침과 우연의 만남 속에서 항상 형성되어왔다.”, “광기는 한 사회 안에서만 존재하고 있다.…… 광기를 고립시키려는 감각의 형태들로부터 벗어나서 그리고 광기를 추방하려 하거나 붙잡으려 하는 반발 작용의 형태들을 벗어나서 광기는 존재하지 못한다.”(미셸 푸코)
 

 


힘에 관한 연구에서 선호된 계보학’(1970년대)
ㅡ 『감시와 처벌, 성의 역사』 (1권)


힘의 실천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지식의 형태들을 연구하였다. 예컨대 어떻게 범죄심리학의 발달이 범법자를 지배하는 의사의 힘을 가능하게 하였는가를 연구했다.”, “주체는 지식의 자율적이며 투명한 근원이 아니다. 오히려 언제나 힘 관계들과 배제들을 섞어 짜 넣는 사회적 실천들의 연계망 속에서 구성된 것이다.”(요하나 옥살라)
 
칸트에서부터 실존주의, 현상학의 초점이 되고 있는 주체의 일인칭적 현실 체험’(주체의 철학)을 비판하며 푸코는 사람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지각하고, 행동하는 데 준거가 되는 근본적이기는 하나 역사적으로 바뀌고 있는 생각들의 실천들, 범주들, 개념들, 구조들에 더 집중했다.
 
이러한 사물들은 만들어져 온 것들이기 때문에, 어떻게 그것들이 만들어졌는지를 우리가 알고 있는 한, 그것들은 애초부터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감정은 불변하나, 모든 감정은, 특히 가장 고상하며 냉담한 감정은 역사를 지닌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우리는 무의식적인 삶이 가진 지루한 항구성을 믿으며, 과거에서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이것이 자신의 힘을 무차별적으로 계속 행사한다고 상상한다. 그러나 역사 지식은 이러한 통일성을 쉽게 해체하고, 그 흔들리는 과정을 묘사하고, 그 강약의 순간을 정하고 나서 그 진폭을 규정한다. 본능들이 스스로에 맞서면서 끊임없이 자멸을 꾀하려는 곳에서 이것은 본능들의 완만한 완성과 그러한 움직임을 쉽게 장악한다. 우리는 어떤 경우든 몸은 독점적인 생리 법칙에 복종하지만, 역사가 주는 영향력을 피할 수 있다고 믿으나 이것 또한 거짓이다. 몸은 수많은 별개의 규칙들에 의해 주조된다.”(미셸 푸코)
 
 

 
고대의 윤리로 연구 방향을 진행한 윤리 탐구’(1980년대)
ㅡ 『성의 역사 : 쾌락의 활용』(2권), 성의 역사 : 자기에의 배려』 (3권)
 
푸코는 행태에 관한 도덕 규약들이 고대와 그리스도교 시기와 유사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도덕은 아름다운 삶을 살려는 목적과 다른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존재에 대한 기억들을 남기려는 목적을 가진 인간이 행했던 보편적 선택이었다.
 
성의 역사2권과 제3권은 주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제국의 성도덕(sexual morality)을 다뤘다. 연구의 중심은 섹슈얼리티가 도덕적 영역을 구성하고 도덕적 문제 해결의 대상이 되는 방식다른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로 쓰인 텍스트에서 철학자들과 의사들이 주로 제기하였던 방식에 있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도덕은 종교나 종교적 선입견과 무관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법적 혹은 제도적 체계들과 무관하였다.”, “푸코는 우리가 속한 세속적 세계에서 개인적 실천으로 이해된 윤리가 지닌 잠재력을 분명하게 지적하였다. 푸코에 따르면, 우리는 자기 금욕과 자기희생을 자체의 가치로 삼는 그리스도교 도덕의 전통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작용하는 법 내부에서 도덕의 기초를 찾는 세속적 전통도 함께 물려받았다. 이러한 전통들에 부딪히면서 자아의 실천은 부도덕, 이기주의 혹은 규율과 타인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도피하는 수단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가 옹호한 자아(self)의 실천은 전혀 다른 윤리의 개념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윤리는 창조적 행위(creative activity), 즉 자력으로 행하는 항구적인 자기 훈련을 의미했다.”, “그는 고대 그리스 윤리와 이에 상응하는 자아의 개념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해독될 수 있고 해방될 수 있는 진정한 자아란 없으며, 자아는 창조된그리고 창조되어야 하는것이라는 그의 논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그의 후기에 이루어지는 주체 연구에서는 매우 새로운 분석의 축이 등장했다. 푸코는 아마도 자신이 지배와 힘의 실천을 지나치게 많이 주장했다는 점과 자신의 이전 작업에서는 결여된 분석적 축이 있었다는 점을 술회하였다. 그의 분석은 자아의 실천들, 개인들이 자신들에 대해 실행한 행동의 유형들에 관한 연구들로 보강되어야 했다. ‘섹슈얼리티의 경험의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서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고고학과 계보학이 그에게 제공했던 방법론적 도구들뿐만 아니라 개인들이 자신들을 성적 주체로 인정할 때 따르게 되는 유형들을 연구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는 주체들이 자신들에 관하여 창조한 이해의 역사적 형태들에 대한 연구와 그들이 도덕 주체로서 자신을 형성하는 방식들에 대한 연구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의 초기 계보학적 연구들은 힘/지식 연계망이 주체를 구성하는 방식을 연구하였으나, 그의 후기 작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그 자신 또는 그녀 자신을 모양 짓은 주체의 역할에 있었다. 후기 작업이 그의 초기 저작들보다 주체를 더 잘 정교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후기 사유에서 푸코는 초기 저작에서 발견되는 예술의 전복적 역할 개념으로 되돌아갔다. 푸코는 자아의 윤리적 실천들은 미학과 밀접하게 연계되었거나 혹은 심지어 융합되었다고 주장하였고 그는 그것들을 존재의 미학(aesthetics of existence)이라 불렀다. 주체들이 자신들을 윤리적 주체로 형성할 때 거치는 과정은 예술 작품의 창조와 유사하다.”(요하나 옥살라)

 

 

(…) 우리 사회에서, 예술은 개인들 또는 삶에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대상들에만 관련된 것이 되었다. 그러한 예술이란 예술가들이나 전문가들이 전문화한 혹은 실행한 것이다. 그렇다면 각각 모두의 삶은 예술 작품이 될 수는 없을까? 왜 집 또는 등은 예술의 대상이 되는데 우리의 삶은 그렇게 안 되는 걸까?(미셸 푸코)

 

 

저자는 이 세 국면들이 세 가지 각기 다른 방법이나 대상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기존 연구에서 새로운 분석의 축이 추가되는 것으로 보고 포괄적인 관점으로 볼 것을 당부한다.  


     

인간의 소멸로 남겨진 빈 공간생각하는 것을 한 번 더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 열림을 의미한다.”(미셸 푸코)

푸코에게 있어 철학은 자유로운 공간을 활짝 여는 것’(얽매이지 않는 철학자의 역할)이고 지성인의 역할은 대안적인 사고방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것’(참여하는 정치 활동가의 역할)이다. 이는 그가 효과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정치적 활동주의이긴 했으나 푸코는 투쟁에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개념적 도구를 제공하는정치 개입은 하나 정치 판단은 철학자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가 중요시하는 자유를 생각할 때 판단을 제시하는 보편성을 피하려 했다고 봐야 한다.
종합해 보면 푸코의 저작들의 핵심 줄기는 이렇다. 우리(주체를 포함한 세계)는 구성적이며, 역사적 기간 동안 특별한 방식으로 담론들이 조직되면서 그것들의 기능이 발생한다. 그가 쓴 평론 <저자란 무엇인가?>에서의 논점처럼 작가의 이름은 작품을 특정한 방식으로 조직할 뿐만 아니라 제한하고, 배제하며, 선별하며, 창작물이 자유로운 유포, 조정, 구성, 해체, 재구성에 쓰이는 도구가 된다.’ 그럼에도 푸코는 인간을 창조적 형성과 변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로 보았다. 그것은 자아의 창조적 실천을 통해 가능하다. 주체들이 어떤 구체적인 수단을 통해 저항을 형성하고 시작해야 하는가는 미해결인 채 남았지만 어차피 그것은 푸코가 결정하고 판단해 줄 문제는 아니었다

 

 

“결국 인식주체가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는 결과가 아니라 그럭저럭 그리고 가능한 한 지식의 약간 정도만을 얻는 데 그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지식을 향한 열정이 지닌 가치란 무엇인가”(미셸 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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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8-25 0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ow to read」시리즈를 읽지 못했지만, AgalmA님의 글을 읽어보니, 푸코 사상에 대한 좋은 계보도를 제공하는 것 같아요^^:)

AgalmA 2018-08-25 07:23   좋아요 1 | URL
지젝이 쓴 「How to read 라캉」보려고 싸게 나왔길래 세트로 질렀더랬죠ㅎ 큰 기대 안하고 세트로 샀는데 생각보다 괜찮네요^^ 종이책은 품절;;; 이북 사놓길 잘한 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