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허수아비>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민령(동화작가, 문학평론가)


중국 최초의 동화집 <허수아비>

중국 아동문학은 여러 모로 한국 아동문학과 닮았다. 그 역사가 채 100년도 되지 않았다는 점, 외부로부터 들여온 번역 작품, 특히 메르헨을 통해 아동문학의 개념을 쌓았다는 점, 그 뒤에는 고유한 아동문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자국의 현실에 주의를 기울였다는 점 등등. 방정환이 번안 동화집 <사랑의 선물>을 펴낸 것이 1921년의 일이고, 잡지 <어린이>를 창간한 것은 1923년의 일이다. 방정환을 빼놓고는 우리 아동문학사를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 중국에서 그러한 위상을 갖고 있는 작가가 바로 예성타오이다. 예성타오의 <허수아비>는 중국 현대문학사에서 최초의 동화집으로 기록되어 있다.

 

당대 어린이의 삶과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작가 예성타오가 아동문학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을 것이다(예성타오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허수아비>는 1920년대 발표된 중단편 동화를 모아놓은 작품집으로, 여기에는 공통적으로 작가가 생각하는 어린이상이 잘 그려져 있다. 작품 속에서 어린이들은 깨끗하고 순진한 존재들로 그려지며 선하고 꾸밈없이 행동하고 가끔은 너무 순박해서 어수룩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얼핏 ‘동심천사주의’로 보일 수도 있는 이들 작품이 남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현실 비판적인 작품들과 나란히 놓고 볼 때이다. 표제작인 <허수아비>는 비참한 생활로 고통 받는 당시 농민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그 광경을 목격하는 들판의 허수아비가 결국 논바닥에 쓰러져 버린다는 비극적 결말을 내고 있다. 그러나 도무지 출구가 없어 보이는 이 이야기가 무의미하지 않은 까닭은 그러한 현실이 극복되리라는 꿈을 꾸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꿈의 근거는 바로 어린이들이다.

 

어린이를 두고 나라의 미래, 민족의 희망 운운하는 어른들의 바람이 편치 않은 까닭은 그것이 아이들에게 과도한 짐을 지우기 때문이다. 제 할 일을 작고 연약한 존재들에게 미루는 못난 어른들이랄까. 그러나 세상에 어린이들이 없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며 살 수 있을까? 아주 근본적인 의미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미래다. 하물며 (한국과 중국 공히) 1920년대 혼란스럽고 궁핍한 현실과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어찌 어린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러므로 어린이를 선하고 깨끗한 존재로 그리는 일은 근대 아동문학의 고갱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간 다양한 나라의 아동문학 작품이 수없이 많이 번역되었지만 어느 한 나라의 기원이 된 책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소개된 경우는 많지 않았다. 동화란 어린이 독자를 전제하지 않을 수 없고, 어린이들에게 문학사적 의의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서이다. 분명히 <허수아비>는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시리즈의 화룡정점에 해당한다. 이 출판 기획 자체가 중국 아동문학사의 대표작들을 최대한 많이 소개하겠다는 출판사의 강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수아비>를 빼놓고는 중국 아동문학을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동화집이 담고 있는 다양한 작품들은 오늘날 한국의 어린이 독자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또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을 다룬 이야기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와 중국적 특색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덧붙여 각각의 작품에 담긴 상징과 은유, 알레고리 등을 더듬어 보는 것도 좋은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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