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와 역사를 담은 옛 그림 이야기.
간송 전형필 - 한국의 미를 지킨 대수장가 간송의 삶과 우리 문화재 수집 이야기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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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서 뗄 수가 없는 평전이다. 소설처럼 읽힐 정도로 이야기가 매우 박진감이 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우리 문화재 수집에 뜻을 두게 된 경위와 일본 사람들과 경쟁하면서 수많은 보물들을 수장하게 되는 일화들이 쉴새없이 이어진다.

처음에 나온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사들인 얘기며, <혜원전신첩>을 두고 일본인 야마나카와 벌인 심리전 등등...

글쓴이가 여러 자료를 통해 드러난 사실에다 자신의 상상을 조금 덧붙여서 무척 현장감 넘치는 글을 썼더라.

다만 상상이라고 밝힌 <몽유도원도>를 사지 못한 부분은 좀 어설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는 몇몇 작품을 샀는데, 뜬금없이 상중이라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못 산다는 게 논리가 이상했다.

어쨌거나 그런 부분을 빼면 드라마로 만들어도 아주 재미있겠다.

  

간송은 단순한 허영심과 욕심으로 유물들을 수집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자존심과 얼을 보여주는 문화재들을 체계적으로 모아야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에 따라 명품 중의 명품들을 수집했다.

조선시대 서화 작품은 물론, <훈민정음 해례본>과 같은 귀중한 전적, 삼국과 통일신라의 불상, 고려청자와 조선백자까지 한국미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 사는 데에 거의 전재산을 투자했다.

간송의 (재력과) 투철한 의지에 감탄했다. 내 손에 그만한 재산이 있었더라도 아마 그렇게까진 못했을 것 같다.

 

 

 

(원본 그림을 보려면 아래 링크로)
http://terms.naver.com/imageDetail.nhn?docId=1631578&imageUrl=http%3A%2F%2Fdbscthumb.phinf.naver.net%2F1445_000_2%2F20121116164707212_YU896YTSE.jpg%2Fea9_098_i1.jpg%3Ftype%3Dm4500_4500_fst_n%26wm%3DY&categoryId=42651&mode=simple|&query=&authorId=&authorId=
 

 

위의 그림은 신윤복 화첩을 수집하기 전에 잠깐 얘기가 나온 신한평의 작품이다.

신한평의 가족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만약 그렇다면 오른쪽에 서럽게 울고 있는 남자아이가 신윤복일 거라고 한다. 2남 1녀 중 첫째 아들이 신윤복이었다고 한다.

물론 저자의 추정은 그림 속의 가족이 '신한평 자신의 가족'이라는 가정 위에 '남자아이가 신윤복'일 거라는 이중 가정이라는 한계는 있다.

그렇긴 해도 엄마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내밀한 광경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아빠밖에 없다.

결국 이 가족은 신한평의 가족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어쨌거나 여기서 엄마는 "애 젖 먹이잖니! 투정 좀 그만 부리고 가만히 앉아 있어라."고 하는 것 같다.

<바람의 화원> 덕에 신윤복을 '사실은 여자'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데, 이 그림에서도 추정되듯이 신윤복은 여자가 아니다. 소설은 소설로만 보자.

 

 

#

이 책은 단순하게 간송의 유물수집 편력을 나열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가 살았던 시대상을 나름대로 많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920-30년대에 한국에서 금광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갔다는 이른바 '황금광 시대' 얘기도 나오고, 간송의 외종형 박종화가 프롤레타리아 문학이 판칠 때 (부르주아가 프롤레타리아 흉내를 낼 수 없으니까) 절필하고 역사소설을 구상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일제가 우리나라를 어떻게 통치하고 민족을 압박했는지, 한국전쟁 때 상황이 어땠는지 등등 그때그때 사회배경도 자연스럽게 서술된다.


역사 속에서 살아온 한 위대한 인간의 모습을 잘 담아낸 책이다.

청소년 추천도서라고 하던데, 어른들도 한번 읽어볼 만하다.

간송미술관과 우리나라 미술에 대해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2010. 5.)

 

 

* 해피북 님 서평을 보고 생각나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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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3-03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 방금 깜짝 놀랐어요^~^ 그렇잖아도 저두 이 책 지금 막 읽기 시작해서 유심히 읽으며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밑에 제 이름이 ㅎ ㅎ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되었어요
더불어 신윤복 그림 짱! 돌궐님 센스쟁이!

돌궐 2015-03-03 19:27   좋아요 0 | URL
옛날에 썼던 서평 똑딱 올려놓고 이런 과찬을 듣고 있자니 민망하기 그지없습니다.^^;;;

cyrus 2015-03-03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간송 선생이 <몽유도원도>를 구입할 뻔 했던 사연이 평전에 나오는데 픽션이라는 것이죠? 저는 재력이 많으면 내용면으로 읽을 가치가 높은 절판본을 사고 싶어요.

돌궐 2015-03-03 22:45   좋아요 0 | URL
읽은 지가 오래 되어서 가물가물한데요, 간송 선생이 아마 사려고 했던 것은 맞는 거 같으나 이 책에서는 사지 않은(못한) 이유를 나름대로 상상해서 서술한 것 같아요.
절판본 가운데 정말 좋은 책도 많더라구요. 전공 서적에 그런 거 많아요.

만병통치약 2015-03-03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작품 수집은 정말 최고의 취미가 될수도 있고 최고의 허세가 될수도 있어 보입니다. ^^ 돈 만있다면 .......백년 후에 호암도 간송과 같은 대접을 받을까요? ㅋㅋ

돌궐 2015-03-03 22:47   좋아요 0 | URL
유물을 재산 축재-세금 탈루용으로 활용하기도 하죠. 주어는 없습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