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북플로 글을 쓴 적은 없다.
하지만 몇몇 장점 때문에 북플을 즐겨 사용하게 되었다.
두 달 남짓 이 새로운 SNS를 쓰면서 마음에 들었던 점과 아쉬운 점을 정리해 본다.
먼저 좋은 점은
책을 찾아서 '읽고 싶어요'를 하면 저절로 보관함에 담기는 기능이다.
게다가 바코드를 카메라로 인식해서 책 정보를 불러오는 기능은 매우 요긴하더라.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편리하게 관심책들을 쓸어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알라딘에서 책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교묘한 술책이란 건 안다만, 나는 그런 수작에 넘어가서 쓸데없는 책들까지 마구 사제끼는 소비자는 아니다.
무엇보다 책은 내가 지배하는 노예들이기 때문에 절대 그거 하나 사겠다고 무리하지 않는다.
내가 쓸 수 있고 여러 번 펼쳐볼 만한 것으로만, 그러니까 마구 부려먹을 수 있는 책만 산다.
부려먹지도 못할 노예를 왜 사는가? 책은 장식이 아니라 내 도구다.
책을 찾으면 다른 사람들의 관련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점도 좋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남들의 서평이 궁금하기 마련인데, 서재에서도 물론 가능하지만 북플에서 좀더 접근이 쉬운 것 같다.
북플이 아니었다면 모르긴 몰라도 서재 활동도 덜 했을 거 같다.
그랬다면 이웃도 안 생겼을 것이고, 이런저런 좋은 책도 몰랐을 것이다.
근데 이런 딴짓은 평소에도 했던 거라 북플 때문에 글을 못 읽는다거나 그렇지는 않는 거 같다.
오히려 북플 때문에 책을 좀더 찾아보게 되는 면이 있어 상쇄가 된다.
다음으로 아쉬운 점.
서재에서 애써서 글꼴이나 색깔을 지정해 봐야 북플에선 구현이 안된다.
서재에서는 제대로 주소가 걸린 문장이 북플에서는 하이퍼링크에 이어지는 글씨까지 링크가 걸린다.
또 알림 기능이 뜻대로 안된다. 좋아요 받으면 알림이 오도록 해도 오지 않는다.
좋아요 한 글에 다른 사람이 덧글을 달면 알림이 오던데, 이것도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책을 읽었어요 체크를 한 번만 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사람도 있다. '읽었어요'를 중복 체크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책을 100번 이상 읽는 사람도 본 적 있다.
그리고 북플에서는 비밀 덧글 표시가 안 보인다. 그래서 이 덧글이 비밀글인지 아닌지 잘 모를 때가 있다.
마니아가 되는 기준은 좀 낮은 듯하다. 어떤 원칙이 적용되는지 모르지만 리뷰 한두 개 쓰고 마니아 되는 건 좀 아니지 싶다.
사실 독서와 SNS는 매우 안 어울리는 한 쌍이다.
그런데 북플처럼 아예 책을 매개로 한 SNS를 표방하고 나서니까 이상한(?) 순작용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러니까 뭐랄까... 대놓고 책 이야기를 하니까 다른 곳에서 하는 것보다는 낯간지럽다거나 잘난체하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는거다.
너도나도 다 책을 읽는 곳에서 책 좀 읽었다는 게 하나도 자랑이 되지 않으니까 이곳에선 책 얘기를 정말 편하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늘 그렇지만 시스템은 시스템일 뿐, 그걸 이끌어가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다.
앞으로 북플과 북플러들의 건승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