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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아랍인
사니아하마디 / 큰산 / 1991년 3월
평점 :
절판
거치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유대감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이다. 거친 환경이란 어찌보면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이 숙명은 인간성의 내부에 깊은 유전자를 각인시켜 놓는다. 혈족과의 유대, 손님에 대한 환대, 명예 그리고 이것과 대극에 있는 복수, 불신 등은 거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인자이다.
아랍과 아랍인을 처음 만난 것은 초등학교 시절 '아라비아의 로렌스'란 책을 통해서였다. 아마도 리처드 엘딩턴이 쓴 T. E. 로렌스의 전기를 학생을 위한 축약본으로 편집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생경함과 기이함으로 해서 책이 너덜해질 때까지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때 읽은 책에서 아라비아는 거의 생각이 나지 않고 로렌스의 기억만이 각인되었다. 아랍이란 세계는 지도상에도 언제나 사막의 건조한 색으로 표시된 미지의 세계였다. 그곳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랍인과 아랍은 인종적으로 지리적으로 공식화된 명칭은 아니다. 그러나 편의상으로 이 명칭은 시리아인, 레바논인, 이집트인, 요르단인, 이라크인을 지칭한다. 이렇게 하나의 명칭이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는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랍인들은 아랍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아랍인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아랍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슬람의 경전이 코란은 아랍어로 기술되어 있다. 그리고 전 세계 이슬람신자들은 아랍어로 된 코란을 읽는다. 아랍인들은 아랍어가 아닌 코란은 코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라의 언어는 오직 아랍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랍인은 신의 언어인 아랍어를 공통으로 사용하는 사람인 것이다. 이것은 문화적인 일치성을 느끼게하는 가장 확실한 징표인 것이다.
이 책에는 아랍인의 모든 것이 기술되어 있다. 아랍세계에서 비교적 개방적인 레바논 출신의 저자는 아랍인의 공통분모를 찾아서 그 호오好惡를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우리는 아랍세계를 이스라엘이란 프리즘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아왔다. 그 프리즘을 통해 비친 아랍의 세계는 열등함과 패배주의에 짓눌린 세계였다. 하지만 그 세계는 빛이 왜곡되어 무지개를 만들듯 이스라엘이란 굴절을 통해 본 비정상적인 세계였다. 이런 비정상적인 시각은 지금도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물론 이 기나긴 과정 속에 간간히 대입되는 아랍세계에 대한 단편적인 상식이 그 왜곡상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고 있지만...
이 책은 이러한 우리의 시각을 교정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아랍에 대해서는 9.11 이후 많은 책들이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아랍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나온지 오래 되었지만 그 가치는 아직도 생생하다. 특히 책의 말미에 저자가 글을 쓰는데 참고한 책의 목록이 나온데 그 목록 자체가 또한 번역이 되어야할 목록이라고 생각된다. 그 목록 가운데 눈에 익은 저자는 버나드 루이스와 로렌스 뿐임을 발견하였을 때 또 한번 아랍이란 세계는 우리와 너무도 동떨어진 세계로 남아있구나하는 한탄과 지식의 짧음을 아쉬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