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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ㅣ 대우학술총서 구간 - 문학/인문(번역) 73
줄리아 크리스테바 지음, 김영 옮김 / 민음사 / 1995년 1월
평점 :
품절
요하네스 로쯔는 '사랑의 세 단계'라는 책에서 사랑을 에로스, 필리아, 아가페의 단계로 나누고 육체에서 정신을 거쳐 신적 사랑으로 향하는 인간의 과정을 철학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에로스가 감각적이며 본능적인 사랑이라면 필리아는 정신적이며 인격적인 사랑이다. 그리고 사랑의 최종단계인 아가페는 신적이며 은총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단계는 각각 독립적이지만 각 단계는 내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각 단계의 사랑이 고양될 때 다음 단계로의 상승이 있게 되는 것이다. 로쯔는 여기서 우리 인간이 신의 형상Imago Dei으로 창조되었기에 사랑 역시 아가페적인 사랑으로 성장하는 것이 본래의 인간성을 찾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로쯔가 사랑을 신학적인 측면에서 고찰하였다면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사랑의 역사는 심리학적인 고찰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책을 읽다보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문자와 정신이란 말이 있다. 문자가 외적인 것이라면 정신은 내적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신 혹은 문자가 아니다. 문자가 실천을 통해 정신적인 상태로 고조될 때 문자는 정신의 표현이 되는 것이고 정신은 문자의 내면화로 승화되는 것이다. 이 두 과정이 결합되지 못할 때 문자와 정신은 서로 분리되어 따로 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신학이 윤리학으로 심리학이 신학으로 전도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사랑의 역사는 점점 다면화되고 있다. 사랑이 정형화된 시대에서 점점 무정형의 시대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사랑이란 단어 자체가 '낡은 잡지의 겉표지 처럼 통속적'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의 의미 자체가 변질되는 것은 아니다. 의미가 변질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의 관점이 변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 변해가는 사랑의 심리학적 변화를 제대로 보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사랑의 이해가 아닐까.
** 정말로 읽어도 읽어도 그 박학함의 세계는 정말.... 철학, 시, 종교, 소설을 종횡으로 무진하게 이동해가는 저자의 글솜씨를 감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뿌듯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