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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렙 ㅣ 보르헤스 전집 3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 민음사 / 1996년 3월
평점 :
보르헤스에 있어서 역사란 자신의 관점에 의해 재구성되는 것이다. 이것은 보르헤스가 과거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차원을 넘어 그 사건을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세계이다. 그러면서도 보르헤스는 자신의 작품에 실제인물을 등장시킴으로서 현재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보르헤스만큼 과거의 시공간에 대한 애착이 강한 작가도 없을 것이다. 그의 작품 대부분이 환상적인 이유는 바로 이런 과거에 대한 기억에 기인하는 것이다. 보르헤스에게 있어서 삶은 영원회귀 혹은 현재는 이전 생애의 형태로 보고 있다. 즉 그의 역사는 자신의 관점에서 재구성되지만 반복과 반복이 만나고 중첩되는 형태를 띠게 된다. 이것은 보르헤스가 과거의 인물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이 미래의 다른 인물에 의해 재현되는 것을 작품으로 형상화함으로서 역사가 일회적이 아니라 거듭되는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보르헤스는 역사의 객관적 기술에 대한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즉 사상과 마찬가지로 역사 또한 조작되거나 변형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역사는 보르헤스에게서 이야기일 뿐이지 어떤 의미나 특권을 갖게되는 것이 아니다. 보르헤스는 우리들에게 자신의 글을 통해 역사의 객관성이 불가능함을 알려준 것이라 하겠다.
*알렙은 황소라는 뜻이며 소를 형상화한 글자이다. 그리고 숫자로는 1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