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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세계지리
케네스 C.데이브스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4년 1월
평점 :
절판
움베르토 에코는 1:1 지도를 만들 수 없는 이유를 일대일 축척이므로 제국의 영토와 일치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물론 이것 이외에도 여러가지의 예를 들어 정확한 지도를 만들 수 업슨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만 여기에 적힌 첫번째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한 지도는 불명확한 것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지도라는 것은 언제나 진실보다는 거짓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의 평면에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도는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이용하는 자의 구미에 맞게 제작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지도는 거짓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15세기에 그려진 지도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지도는 조선에 만든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이다. 이 지도를 보면 종래의 지도와는 달리 중국과 우리나라가 아주 대등한 크기로 그려져 있음을 보게 된다. 이것은 이 지도가 중국 중심의 천하관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조선에 대한 자부심을 담아 그렸기 때문이다. 케네스 데이비스는 이런 지도의 왜곡을 잘 알고 있는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미국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이해되던 지리를 좀더 폭이 넓은 방향에서 보고자 하고 있다. 이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우연히 소장하게 된 1932년도판 Appleton's Modern School Atlas를 보면 지도 전체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편집되어있고, 아프리카는 한쪽, 아시아는 일곱쪽만 할당되어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백인들 세계에 할애하고 있다. 이런 지도로 세계를 조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케네스 데이비스의 책은 세계의 지리를 공평하게 묘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즉 지도의 크기에 의해 나라이 인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일본인과 부족한 한자지식을 가지고 힘겹게 필담을 나눈 적이 있었다. 이때 나와 상대방은 동양 삼국에 대하여 약간의 오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동양의 세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이지만, 일본인이 보는 동양의 세나라는 불행하게도 중국. 인도. 일본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소한 차이를 통해 바로 우리 이웃과도 얼마나 많은 지리적 지식의 간극이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이런 차이점을 알아차릴 때 독도와 다케시마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