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몽고 거란 여진 관계사 논고
백산학회 엮음 / 백산자료원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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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던 동북아시아 유목민족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고구려를 곤경에 빠뜨린 선비족, 고려를 침입한 거란,여진,몽고족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들 가운데 몽고족만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힘겹게 유지하면 살아남았다. 선비족, 거란족,여진족은 역사 속의 위대함을 뒤로 한 채 중국이란 거대한 된장 항아리 속으로 빠져들어가 삭아 없어지고 말았다. 이들의 언어는 어디에 있는가? 민족이 사라지면 언어도 사라지는 법이다.


이 책은 우리 이웃에 존재하던 북방 유목민인 선비, 거란, 여진, 몽고에 대한 논문집이다. 논문집이라도 기획된 것이 아니라 여러 논문집에서 선별하여 편집한 책이다. 그래서 안내서에도 이 7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을 마지막 논문의 페이지 수인 147쪽이라고 표기해 놓았다. 그러니 이런 책을 누가 관심이나 갖겠는가?


여기서 특히 주목할 만한 논문은 김선호의 문화대혁명기의 몽중관계라는 논문이다. 몽골은 아시다피시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낀 내륙국으로 이 두 나라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몽골은 1924년 세계에서 두번째로 사회주의 인민공화국으로 독립하였으나 불완전한 독립이었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몽골을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였고, 이 결과 몽골 전 영토의 반에 이르는 내몽골 지역을 합병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몽골은 분단국가이지만 내몽골의 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현재는 통일의 의지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있다. 몽골의 이러한 상황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되면서 중국이 외몽골의 독립을 승인하면서 몽골은 비로소 중국의 영토적 확장 야심을 벗어나 독립국가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몽골에 대한 북경이나 타이페이 정부의 원칙은 장래에 이 나라가 중국에 편입되는 것을 희망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이란 나라가 자신의 주변에 존재하는 소수민족 국가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은 중국에게 또하나의 문제로 등장했다. 한국은 고구려의 멸망 이후 한시도 만주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이 식은 적이 없다. 이러한 애정은 현대로 오면서 민족주의와 겹쳐져 만주는 고구려의 영토였으며 우리가 언젠가는 회복해야만 하는 땅이란 의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의식은 중국이 폐쇄적인 사회주의 국가였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양국이 국교를 수교하고 상호교류가 빈번해지면서 한국인의 이러한 생각은 중국인들의 경계심을 자아내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국인의 역사왜곡인 동북공정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 책은 여러편의 논문이 합본된 책으로 한자가 많아 젊은 층들이 읽기에는 약간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옥편을 옆에 두고 지명과 인명의 생소함을 경험하면서 우리 이웃의 유목민족에 대해 우리의 사학자들은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을듯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꼭 다시 출판되어 서가에 장식품으로라도 꽃혀있어야만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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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우연의 역사 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자작나무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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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달력상으로는 성 미카엘의 날에 드디어 발보아는 스믈두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해변에 나타났다. 발보아는 성 미카엘처럼 무장하고 검을 차고서 장엄한 의식처럼 새로운 바다를 소유하려 했다. 그는 곧장 물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마치 물의 주인이자 지배자인 양 오만하게 나무 아래에서 쉬면서 기다렸다. 파도가 밀려와 순종하는 개처럼 혓바닥으로 자신의 두 발을 쓰다듬을 때 까지>

 

이 장면은 드 발보아가 유럽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태평양을 발견하고 그 물에 발을 적시는 장면을 묘사한 대목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대목이 바로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상징하는 최고점이라고 생각했다. 한 평범한 사나이가 어떻게 해서 세계사속의 인물로 등장하게 되는지를 츠바이크는 담담하면서도 장엄한 문체로 기술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영웅이나 대중의 힘이 아닌 광기와 우연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던 스테판 츠바이크... 그는 유럽의 중앙부에 위치해 있던 위대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하루 아침에 붕괴되어 소국으로 전락하는 것을 보면서 역사의 법칙성에 의문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츠바이크에게 광기와 우연은 아주 적절한 단어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광기와 우연을 날줄과 씨줄로 엮어 세계사의 뒷면을 조망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운명의 갈림길이 광기가 앞인지 우연이 먼저인지 모호해 진다. 이 책의 저자 츠바이크에게 가장 어울리는 광기와 우연의 배우는 남극에서 죽은 스콧이라고 생각한다. 스콧은 영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완벽한 사람이었다. 서류상에 나타난 근무경력이라든가 고과표는 그가  완벽한 인간임을 보여준다. 바로 그 점이 스콧의 비극이었다. 츠바이크 역시 암울한 시대-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병합하던-를 남극의 설원에 갖힌 스콧처럼 살아간다. 아문젠이란 강력한 적수가 힘차게 남극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자신은 고장난 설상차와 얼어죽는 포니를 바라보며 남극까지 갈 수 있는가 걱정을 하는 스콧...자신의 조국을 스스로 떠나 망명객의 운명을 선택한 츠바이크...결국 종착역은 자살이었다. 츠바이크는 우리에게 광기와 우연의 역사는 이러하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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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인류의 역사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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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만화로 그려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만화라는 구조의 특성상 대상을 위로 끌어 올리기보다는 아래로 내려 보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만화의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어른들은 만화라는 장르에 선뜻 손이 가지 않고, 아이들은 그림이나 내용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고급만화는 대부분 서점의 서가에 전시된 채로 고객을 기다리다 사라지는 운명을 선택하게 된다. 


 만화라는 특성을 이용해 역사를 재구성한 래리 고닉의 솜씨는 그림만큼이나 신선하다. 내용 또한 만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훌륭하다. 이 책은 현재 2권이 나와 있다. 1권은 1992년에 2권은 1995년에 출간되었다. 특히 2권은 미국에서 1994년에 간행된 것을 한국에서 1년이 안되어 번역을 하였다. 이것은 출판사에서도 이 만화책의 가능성을 인정하였다는 무언의 사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이후 이 책을 낸 출판사는 내리막 길을 걸어가다 부도를 맞았고 그리고 2004년 다시 직원들의 힘으로 일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출판사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조속한 시일내에 3권, 4권....의 책이 출판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 글을 적어 본다. 우리의 출판현실은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시리즈 물이 한 출판사에 의해 완간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항상 거창하게 번역의 첫 삽을 뜬 다음 이런 사정 , 저런 사정으로 흐지부지 되다 반신불수의 책을 소지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제발 이 책도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주기를...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출판사에게도 행운이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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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 탐구신서 110
레이첼 카아슨 지음, 이길상 옮김 / 탐구당 / 199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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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독서신문이란 주간신문의 연재 기획 가운데 미국을 움직인 25권의 책이란 기사에서 이 책을 처음 접하였다. 레이첼 카슨이란 작가의 이름은 내가 좋아하는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이라든가 <슬픈 카페의 노래>를 쓴 카슨 멕컬러스란 미국의 작가 이름과 비슷하여 자세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 책은 가벼운 소설이 아니었다. 공해라는 단어보다 스모그라는 부드러운 이름에 익숙해 있던 당시로서는 낮선 환경 공해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시 환경 공해로 발생한 재난은 이웃 일본의 수은중독에 의한 미나마타병, 이타이 이타이 병이 유일한 것이었다. 70년대 일본은 그야말로 호황의 시대였다. 이렇게 잘나가는 나라에서 이상한 질병이 발생했다는 그 자체보다 그 원인을 10여년전에 미국에서 이미 예언하였다는 사실이 신기하였다. 하지만 한국의 사정은 언제나 그러하듯 원서가 아니면 이런 책을 읽을 기회를 마련해 주지 않았다.  제목으로만 기억하고 있던 이 책이 시간이 흘러 책방의 서가에 조용히 꽃혀있는 것을 발견하였을 때 한국에서도...란 신기함과 책에 대한 호기심으로 거금 1500원을 지불하고 지체없이 구입하였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을 때 낮선 단어와 용어는 책 자체는 매우 흥미있는 주제를 다루었지만 진도를 나아가게 하는데 힘이 들었다. 그만큼 당시 대한민국은 공해와 환경의 파괴와는 거리가 먼 시대였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문명의 발전이란 어찌보면 자신의 육체를 가지고 아슬 아슬한 육체의 게임을 벌이는 윤락과 비슷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아주 먼 옛날, 청계천 28가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곳이 있었다. 지금의 청계천 7가와 8가 사이였다. 그곳이 복개가 되지 않았을 때 천변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판자집들이 늘어서 있었고 그 밑으로는 시커먼 물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을 지날 때 마다  걸쭉한 하천의 물을 보며, 여기가 청계천, 말 그대로 푸른 계곡에서 흘러 나온 물이 흐르는 천변이라고 누가 믿겠는가라는 농을 던지곤 하였다. 하지만 소비가 미덕이라고 줄기차게 가르치던 시절 발전 역시 미덕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천이 약간 더러워 진들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더러운 것은 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가리는 것으로 대신하던 시절 청계천 28가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  마지막까지 남아 여기가 맑은 물이 흐르던 장소였소 하며 신음하던  남았던 청계천변이 복개가 된 얼마후 서울에서 마지막 남은 시민들의 휴식처인 워커힐 맞은편 광진 해수욕장이 폐쇄 되었다. 지금 강변 북로를 한가하게 달려가는 인간들은 서초동이 포도밭이었고, 그 옆은 땅콩밭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겠는가? 그 누가 무너질 것 같은 광진교 아래에서 무더운 여름철 수박과 참외를 깍아먹으며 비치 파라솔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물놀이를 즐겼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하겠는가? 그리고 30여년이 흘러가고 다시 청계천을 뜯어 내고 있다. 나는 희망한다. 광진교 밑에 있던 해수욕장이 다시 개장되는 날을...... 그때는 도시에 더 이상 침묵의 봄이 아닌 희망의 봄이 도래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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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자와의 결혼 - 20세기범죄실화시리즈 1
존 더닝 / 자유문학사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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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모두 5권으로 구성된 범죄실화에 관한 이야기 가운데 첫번째 권이다. 여기서는 모두 11건의 범죄를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기술하고 있는 범죄의 대부분은 유럽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콜린 윌슨이 적극 권장하여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범죄는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의 범죄를 다루고 있지만 양으로나 질로는 독일의 범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은 '뉴 게이트 연보'처럼 범죄를 모아놓은 카탈로그와 같은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범죄를 방대한 자료의 정리를 통해 재구성된 사건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추리소설에서 보는 것과 같은 범죄의 기발함은 없다. 대신 유럽 각국의 특징있는 범죄가 존재하고 있다.


독일의 치밀함, 영국의 정중함, 프랑스의 치정과 이탈리아의 격정이 민족성과 어우러진 범죄의 특성이다. 이 책은 77년에 유럽에서 간행되었다고 한다. 그 시대에 이런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책을 쓴다는 자체가 놀랍기만 하다.  우리는 1986년부터 1991년에 걸쳐 일어난 화성 연쇄 살인사건 조차도 제대로 재구성할 만한 자료가 변변치않은 현실에서 이런 책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5권에 모두 58건의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1권에서 4권까지는 유럽의 범죄를 5권은 미국의 범죄를 다루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80년대 이후의 범죄를 맛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책은 겉표지의 조야함으로해서 언뜻보면 길거리 리어커에서 덤핑으로 파는 싸구려 소설처럼 보이기 때문에 쉽게 손이 갈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한번 읽기 시작하면 범죄의 바다속에 한동안 묶여있어야만 한다. 그만큼 겉모습에 비해 재미있는 책이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일본번역서를 재번역한 책에서 숙명적으로 나타나는 인명과 지명 그리고 살인 도구의 명칭들의 생소함은  여간 주의해서 읽지 않으면 정확한 뜻을 알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점만 제대로 교정하여 산뜻한 새모습으로 다시 나온 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범죄란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것이며 범죄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한 것이란 진리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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