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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액션영화 ㅣ 살림지식총서 44
오승욱 지음 / 살림 / 2003년 11월
평점 :
60년대 텔레비전이란 바보상자가 등장하기 전 영화의 위력은 대단했다. 영화라는 단어는 어린 나에게는 이중의 의미가 있었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어른이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면서 지금 나는 영화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의 대용품이 담벼락이나 나무에 콜타르를 입힌 전봇대에 붙여 놓은 영화 포스터였다. 고백하지만 나의 한문 선생은 영화 포스터였다. 그 당시 영화 포스터는 조사 정도를 빼놓고는 거의다 한문으로 적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 포스터 속에서 李藝春, 李鄕, 金七星, 崔奉,黃海,許長江,張東輝,張赫,金錫薰,朴巖,朴魯植,崔南鉉 등등의 이름을 찾아 볼 수 있었고, 이들의 이름을 한문으로 그려보기도 했다.
여기 나온 남자배우들은 모두 내노라하는 액션배우였고 멋있는 주.조연이었다. 이들 남자 주.조연들의 액션 연기는 나름대로 특색이 있었다. 제임스 케그니와 같은 분위기를 내는데는 황해의 연기가 적격이었다. 자신을 희생하는 하인의 역으로 기억되는 김칠성의 토속적인 연기, 허무한 악당 최봉, 피도 눈물도 없는 이예춘, 미워할 수 없는 악당 허장강, 한국의 콰지모도 장혁, 군복이 멋지게 어울리던 김석훈, 북북서로 돌려라의 제임스 메이슨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박암, 미워할 수 없던 전라도 용팔이 박노식, 장동휘의 살벌한 눈동자와 목소리가 토속연기로 돌아서면 얼마나 근사하던가.
이 시대의 액션영화를 논한다는 것은 우리 한국 영화의 80%를 이야기해야만 한다. 그 시대의 배우들은 정말로 초인적인 스타들이었다. 아마 당시를 풍미했던 배우들에게 자신의 출연작이 몇 편쯤 되냐고 물어본다면 대부분 대답을 하지 못하거나 어림짐작으로 주워댈 것이다. 그만큼 영화가 양산되던 시대였다.
그 당시 보았던 申榮均 주연의 <살윈강에 노을이 질 때>라는 영화는 나중에 에리히 레마르크의 <사랑할 때와 죽을 때>라는 소설을 읽으며 독일군의 러시아가 일본군의 버마로 바뀐 영화였음을 알게되었다. 얼마나 많은 영화작품들이 이런 식으로 각색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당시 한국영화에 대한 농담 몇가지:
1.여자가 앞서 달려가고 남자가 그 뒤를 쫓지만 여자는 결코 잡히지 않는다.
2.잘 달려가던 여자는 나무만 보면 꼭 그것을 잡고 한바퀴 돌다 꼭 풀밭에 넘어진다.
3.현대물에선 모닥불이 타오르고, 사극에서는 물레방아가 돌거나 신발이 포개져 있으면 여자 주인공이 꼭 아기를 밴다.
4.액션영화에서 주먹이 동으로 뻗으면 남쪽의 액스트라가 쓰러진다.
5.전쟁 영화에서 M1 반자동 소총은 항상 자동으로 발사된다.
6.인민군은 철모가 없는지 항상 작업모만 쓰고 나온다.
P.S)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영화는 꾸준히 성장하였다. 그리고 2000년대의 한국영화는 헐리우드, 볼리우드와 함께 김치우드란 별칭과 함께 우뚝서게 되었다. 영화인들의 건투를 빌며....(젊은 배우들은 이런 열기에 찬물을 끼얻는 병역기피를 하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