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자살 범우 세계 문예 신서 24
조로만 / 범우사 / 1990년 12월
평점 :
품절


저자 조 로만1917-1979은 62년의 삶을 자신의 의지로 마감한 여성이다. 이 책은 왜 자신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하였는가를 담담하게 서술한 책이다. 암에 시달리며 더 이상 가족과 자신의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죽을 권리를 선택한 조 로만. 조 로만이 자신의 표현대로 <이성적인 자살>을 선택하였을 때 미국은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떠들썩하였다. 이른바 퀸란 사건이다. 여대생 퀸란은 1975년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오다 교통사고를 당하여 식물인간이 되었다. 이에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가족들은 그녀의 생명을 유지하고 있던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는 청원을 재판소에 제출하였다. 이 사건은 미국을 안락사 논쟁에 빠져들게 하였다. 법원에서는 이듬해 퀸란의 호흡기를 제거하도록 판결했지만 그녀는 89년 폐렴으로 사망할 때까지 식물인간으로 생존하였다.


조 로만의 자살은 바로 이러한 배경 속에서 나온 것으로 인간생명의 존엄성이란 문제를 다시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조 로만은 퀸란의 예에서와 같이 법이 억지로 인간의 삶을 강요하는 체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은 귀중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조 로만도 이 점에서는 동의 하고 있지만 이렇게 고귀한 인간이 법이란 체제에 의해 비인간적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만약 치매에 걸려 배설물을 먹고 그것을 벽에 바르는 사람이 잠시 정신이 들었다면 그는 지금 자신이 살아있는 그 상황을 고귀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조 로만은 이 점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신이 스스로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즉 조 로만은 삶의 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삶의 질을 인간답게 유지하지 못할 때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감할 수 있는 <이성적 자살>을 선택하며 친지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의 확신은 요지부동입니다. 세상의 의식을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들도 여기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해요...왜냐하면 존중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 행위를 몰래 함으로써 자기의 품위에 상처를 주기가 싫기 때문입니다...>


추신:


1998년 자살을 도와주는 기계를 발명한 케보키언이란 의사가 체포되어 15-25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케보키언이 고안한 이 기계의 주사바늘을 혈관에 꽃고 스위치만 누르면 독약이 혼합되어 죽음에 이르게 되는 장치인데 이것을 사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였다. 이를 과신한 케보키언은 98년 자신이 직접 환자의 팔뚝에 약물을 주사하는 필름을 <60분>이란 시사프로에 방영하여 살인죄로 기소되었다.


2000년 11월 네덜란드 의회는 안락사 합법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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