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 14세기 프랑스 자크리 농민전쟁의 회고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431
마르셀 지음, 김용채 옮김, 자크 콜랭 드 플랑시 편역 / 나남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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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시대는 백년전쟁 시 프랑스의 혼란속에서 일어난 자크리 난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의 역사성은 차치하고라도 당시 봉건제 아래서 농노의 처지를 대략 짐작케 한다. 물론 역사학자들에 의해 강력하게 부인된 초야권 같은 경우 여기서는 통용되었다는 식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초야권은 교회법으로 보아도 강제적인 성착취에 해당하기 때문에 교회 중심의 틀이 짜여진 중세에 이 초야권이 실제로 발동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원에서 행해지는 여러가지 부역과 세금의 묘사는 그 당시 농노들이 얼마나 힘겨운 삶을 살았는지 짐작하게 한다. 

당시 프랑스는 잉글랜드와 백년전쟁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는 중앙 왕권이 취약하고 지방 귀족 권력이 강대하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의 장 2세는 잉글랜드의 포로였고, 그의 아들 샤를5세는 프랑스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런 시기에 중앙의 힘이 지방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장원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지역의 귀족들의 권위는 대단했을 것이다. 여기에 프랑스 각지를 떠돌던 무장집단으로 인해 국가는 무정부상태 비슷했고 왕좌를 둘러싸고는 내전이 벌어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런 시기에 자크리의 난이 일어났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이 책은 귀족과 사제 계급으로 대표되는 집단에 대한 농민의 저항을 그리고 있다. 곳곳에 드러나는 농노들의 탄식은 시편의 '실로 당신의 궐내라면, 천날보다 더 나은 하루/ 악인들 장막 안에 살기보다는, 차라리 하느님 집 문간에 있기 소원이니이다'라는 구절을 무색케 한다. 농노들에게 귀족의 학정을 견디기 위해 하느님이 필요했지만 그 하느님마저도 너무 멀리 있었던 것이다. 귀족과 교회 양쪽으로부터 가해지는 압력에 농노들은 자신들의 삶을 위해 봉기를 해야 했고, 그 봉기는 결국 무자비하게 진압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농노집단은 물론이고 좀더 자유로운 공기를 원했던 도시 부르주아층도 피해를 입으면서 샤를 5세에 의한 프랑스 중앙 집권화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사실은 이 농민 반란의 아이러니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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