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잊고 지냈던 일들도, 한번 떠올리기 시작하면,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다 기억하게 된다.
심지어 7~8년 전에 내가 그 사람과 무슨말을 했고 뭘 먹었고 따위의..
온갖 시시콜콜한 일들까지도...
나는 그 사람을 야구 사이트에서 만났다.
그 사이트에서 열심히 활동할 때 나는 스물셋이었고 대학생이었고,
정말정말 야구를 열심히 보러 다녔었다.
그 때는 서울에 살았는데, 친분이 있는 회원들을 보러 광주까지 여러번 갔었다.
그 때마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 중에 늘 그 사람이 있었다.
야구를 같이 봤고, 같이 밤새워 맥주를 마셨고, 같이 노래를 불렀고.
저 중에 단둘이서 한 건 뭐 하나도 없지만...
그 사람도, 그 때 거기서 만난 다른 사람들도 모두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다가, 내가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그 사이트에 소홀하게 되고 그 사람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서로 연락 끊긴 지 참 오래됐었다.
며칠전에, 정말 아무 이유없이, 정말 뜬금없이 그 사람 생각이 났었다.
2005년 5월 14일, 내 생일 전날, 그 사람이 서울에 왔었다.
그래서 다른 회원 한분도 같이 불러서 셋이서, 신천에서 같이 닭갈비를 먹고
잠실 야구장에 가서 포수 뒤쪽 내야석에 앉아 야구를 봤었다.
그 때 전광판에 경품 내역이 떴는데,
생일자한테 뭘 준다는 말도 있었다.
그 때, 내일 생일인데도 가서 말하면 줄까, 원정팀 팬도 줄까,
내일 또 와야되나, 뭐 그런 이야기 하면서 야구 봤었다.
야구 끝나고, 같이 밤늦게까지 술마시고, 다음날 아침부터 만나서,
사회인 야구 보러갔다가 오후에 헤어졌었다.
그 때 기억이 생각나면서 그 사람 뭐 하고 지낼까 궁금했었다.
(지금 글쓰면서, 내가 그때 술마시면서 뭔말했고 노래방 가서
무슨 노래를 했고...그게 다 기억난다. 이놈의 기억력은 이럴때만 좋다.)
그런데...
며칠만에 들어간 그 사이트에 뜻밖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그 사람이 한달쯤 전에 자살했다고, 명복을 빌어달라고.
그 글을 올리신 분에게 들은 이야긴데,
그 사람이 가끔 나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
웃는 얼굴이 참 보기 좋았던 사람이었는데,
벚꽃 피는 계절에 그렇게 가버릴 만큼,
뭐가 그렇게 그 사람을 힘들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하늘나라에서도 야구를 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는 행복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