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꽤 예전에 읽었다. 소설이 감명 깊었기에 영화도 보러갔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소설보다 못했다.
(아래부터 내용 누설이 있으므로 보기 싫으신 분은 피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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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의 시간 감각은 우리의 인식에 맞춰 매우 왜곡되어 있지만(공간에 ㅊ대한 인식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인 우리는 그 인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과거, 현재, 미래, 우리는 시간을 이렇게 나누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긴다. 그것이 뭔지 설명하지도 못하고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그저 우리의 생각 속에만 있는 것인지조차 나는 알 수가 없다.
소설속에 나오는 외계인(아, 안타깝게도 영화 속 외계인은 너무나도 오징어 외계인이다. 왜 하필 오징어란 말인가)들의 시간 감각은 인간과 다르다, 그들의 시간엔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이 없고, 그들의 언어도 그런 그들의 사고에 기초하여 다차원적이다. (사실 인간인 나로서는 상상도 안되고 설명하기도 어렵다) 주인공은 그런 그들의 언어를 익히고 그들의 언어로 그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시간 감각에도 동화된다. 그들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미래를 과거 또는 현재로 인식하게 된 주인공은 앞으로 일어날 괴로운 미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알면서도 그 미래를 선택한다. 아니, 주인공은 선택을 한 것이 아니다. 과거를 기억하듯 미래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그저 당연한 것이 되는 것이다.
예전에 나는 만약 내가 나의 미래를 알 수 있다면 더 좋은 미래를 만들기위해 현재의 선택들을 바꿀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영화가 아니라 책이다) 과거의 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 미래의 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미래를 바꾸면 현재의 나도 바뀔 것이고, 그걸 원하진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잠깐이나마 과거, 현재, 미래라는 인간 의식의 굴레에서 벗어나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다.
훌륭한 이야기란 이런 것이다. 정말 멋진 단편이다.
Ps. 영화는 음악이 참 좋았다. 그리고 소설을 읽을 때 이해하기 힘들었던 외계인들의 언어를 시각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