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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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출간소식을 기다리는 작가들이 있다.  한동안 책이 출간되지 않으면 생각날때 검색이라도 한번쯤 해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이십대 초반, 그의 책을 닥치는대로 그냥 읽었던 것 같다.  그중 기억에 남는 책인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삼십대 후반들어 다시 읽어보았던 상실의 시대는 이십대 초반에 읽었던 때와는 너무나 다른 감상이어서 책을 다시 읽는 다는 것에 대해 새삼스러움을 깨달았던 작가이기도 했다.  그런 그의 에세이.  sns가 보편화된 사진과 짧은 글을 올리는 많은 이들의 글을 볼 수 있는데 글을 참 잘 쓴다라고 느끼게끔 하는 사람도 많은 요즘이다.  하지만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란건 어떤 생각을하고, 생활을 하고, 집필을 할까?  하는 궁금증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직장인들 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테고,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이나 집필에 대한 스트레스도 어마어마 하지 않을까?  특히나 이름이 알려진 작가들에게는...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소설을 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몹시 '둔해빠진' 작업입니다.  거기에 스마트한 요소는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혼자 방에 틀어박혀 '이것도 아니네, 저것도 아니네' 하고 오로지 문장을 주물럭거립니다.  책상 앞에서 열심히 머리를 쥐어짜며 하루 종일 단 한 줄의 문장적 정밀도를 조금 올려본들 그것에 대해 누군가 박수를 쳐주는 것도 아닙니다.  누군가 "잘했어, 잘했어" 하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혼자 납득하고 혼자 입 꾹 다물고 고개나 끄떡일 뿐입니다.  책이 나왔을 때, 그 한 줄의 문장적 정밀도를 주목해주는 사람이라고는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바로 그런 직업입니다.  엄청 손은 많이 가면서 한없이 음침한 일인 것입니다. /p24~25


그렇게 나는 아침부터 밤까지 육체노동을 하고 빚을 갚는 일로 이십 대를 지새웠습니다.  그 당시를 떠올리면 어지간히 일도 많이 했다, 라는 기억밖에 없습니다.  필시 보통 사람의 이십 대는 좀 더 즐거웠을 거라고 상상이 되는데, 나에게는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청춘의 나날을 즐길' 여유 같은 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틈만 나면 책을 읽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먹고사는게 힘들어도, 책을 읽는 일은 음악을 듣는 것과 함께 나에게는 언제난 변함없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 기쁨만은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p43


첫 소설을 쓸 때 느꼈던, 문장을 만드는 일의 '기분 좋음' '즐거움'은 지금도 기본적으로 변함이 없습니다.  날마다 새벽에 일어나 주방에서 커피를 데워 큼직한 머그잔에 따르고 그 잔을 들고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켭니다. (이따금 원고지와 오래도록 애용해온 몽블랑 굵은 만년필이 그리워지지만).  그리고 '자, 이제부터 뭘 써볼까' 하고 생각을 굴립니다.  그때는 정말 행복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뭔가 써내는 것을 고통이라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내 생각에는, 만일 즐겁지 않다면 애초에 소설을 쓰는 의미 따위는 없습니다. /p57


어쩌면 글을 쓰는 사람에 대한 에세이는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관심작가이기도 하고,  규칙적이고 달리기를 즐기는 작가로도 알려진 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시간가는줄 모르고 빠져 들었던 그의 이야기.  글을 써내려가는 것에 대해서 고통이라고 느껴본적이 없다는 그의 이야기에 솔직히 놀라게 된다.  해마다, 아니 매달 쏟아지는 많은 작가들의 책들.  그리고 그들의 생계는 책의 판매와도 연결지어 지는데, 그는 즐거워서 글을 썼다고 한다.  매일 같이 네시간에서 다섯시간을 책상앞에 앉아 20장씩, 글감이 넘치는 날에도 써지지 않는날에도 무리하지 않고 더 쓰시도 덜 쓰지도 않는 딱 그만큼의 양을 매일같이 똑같이 지킨다는 그의 이야기는 평생을 작가로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글쓰는 이들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프리랜서들이 지치기 쉬운 함정이 넘치는 시간과 조율되지 않는 자신의 생활습관이 아닐까?  하지만 평생의 습관으로 배기까지 그의 성격(?)도 뒷받침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 같은 사람은 절대 하지 못할것 같은... 그런 일이니까.



특히 젊은 시절에는 한 권이라도 더 많은 책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뛰어난 소설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소설도, 혹은 별 볼 일 없는 소설도 (전혀) 괜찮아요, 아무튼 닥치는 대로 읽을 것.  조금이라도 많은 이야기에 내 몸을 통과시킬 것.  수많은 뛰어난 문장을 만날 것.  때로는 뛰어나지 않은 문장을 만날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  소설가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초 체력입니다.  아직 눈이 건강하고 시간이 남아도는 동안에 이 작업을 똑똑히 해둡니다.  실제로 문장을 써보는 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순위로 보자면 그건 좀 나중에라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p119


한 문장을 수없이 다시 읽으면서 여운을 확인하고 말의 순서를 바꾸고 세세한 표현을 변경하는 등의 '망치질'을 나는 태생적으로 좋아합니다.  교정지가 새까매지고 책상에 늘어놓은 열 자루 정도의 HB 연필이 점점 짧아지는 것을 볼 때마다 큰 희열을 느낍니다. 왠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그런 일이 진짜로 재미있어요.  하염없이 하고 있어도 전혀 질리지 않습니다./p163~164


삼십오년간 글을 쓰며 느껴온 그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모아 묶어낸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그에 대해, 또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직업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바탕만으로 본다면 나는 글을 쓸 수 있는 자질은 전혀 없은 사람이지만, 어떤 글이던 읽을 수 있는 조금은 진득한 취미를 책읽기로 가졌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하고 그의 다음 작품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뵈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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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7가지 힘 - 원활한 대화와 창조적 사고로 이끄는
도로시 리즈 지음, 노혜숙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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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질문은 우리를 근사한 곳으로 안내한다."


질문은 상대를 자극하고 설득한다.

질문은 탐구하는 마음, 타인에 대한 배려 그리고 자신감의 표시다.

질문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성공하는 자와 실패하는 자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 책표지



질문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한 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한참이 지나서였다.  학창시절에도 활발한 성격은 아니었던 지라, 있는듯 없는듯 조용하게 지냈는데 수업시간에도 질문을 잘 하는 아이들을 보면 서도 나는 왜 궁금한게 없을까? 라는 생각을 간혹 했던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궁금함이 없다는건 그만큼 관심이 없다는게 아닐까?  물론 질문을 잘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관심이 먼저인것 같다.  그래야 궁금증도 생기고, 그 궁금증을 질문으로 유도할 수 있을테니까.  9살 조카랑 같이 살고 있다보니 많은 질문을 주고 받게 되는데, 아이가 원하는 질문은 열린질문이지만, 어른의 질문은 답을 정해놓고 하는 닫힌 질문 이었다는걸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나는 답을 이렇게 알고 있으니, 너도 이렇게 대답해야하지 않겠니?' 라고 속으로 정해놓고 질문하니 아이의 상상력이나 질문하고 싶은 마음을 점점 닫게 될 밖에.... 그럼 나도 그렇게 성장해왔던걸까?  이미 굳어진 이 습관을 고칠 수 있을까?  생각을 조금더 유연하게 하고 싶어 읽게 된 <질문의 7가지 힘>



내 인생에서 일어난 중요한 사건들은 대부분 질문을 한 결과 였다.  나 스스로 대답을 구하는 질문을 할 수록 결과는 점점 더 나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처음부터 완벽한 직업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많은 직업을 섭렵했다.  한때는 뉴욕 시 공립학교 교사를 지내기도 했다.  가르치는 일을 아주 좋아했지만 뭔가 부족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내가 원하는 것만큼이 아니었고, 뭔가가 더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  "무엇이 부족한가?" 라고 계속 질문했다.


누구나 질문의 혜택을 볼 수 있다.  나 역시 좀더 일찍 질문을 하기 시작했더라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시작하는 글


질문은 보다 나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 한다.  하지만 무작정 질문을 한다고 그렇게 될까?  질문에도 요령이 있을 것이다.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질문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의 조언을 필요로 하는 질문등 질문의 종류도 그 방법도 다양하다는걸 알게 되었다.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을 '질문'이라는 것이 없이 그대로 이어왔다면 새로운 것들의 발견이 있었을까?  어떻게 하면 조금더 편하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실용적으로 등등의 생각과 질문들이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고 발전해 오게 된 계기를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경영인이다.  각자 자신의 일생을 경영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경영한다.  그런데 우리의 삶에는 질문이라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빠져 있다. 

질문을 하면 답이 나온다. / 질문은 생각을 자극한다 / 질문을 하면 정보를 얻는다. / 질문을 하면 통제가 된다.

질문은 마음을 열게 한다. / 질문은 귀를 기울이게 한다. / 질문에 답하면 스스로 설득이 된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 많은 질문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책의 사이사이 마주하게 되는 IQ에선 짧은 글이지만 질문에 대한 짧은 조언들이 실려 있어서 질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책을 읽다보면 일상생활, 사회생활, 그리고 가정에서 등등 여러방면에서 질문은 빠질 수 없는 필요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요즘 조카와의 관계때문에 힘들어하는 동생도 읽기 시작했다.  책의 다 읽어가는 마지막즈음 등장하는 50가지의 질문들을 채우다 보면 이 책을 읽고 질문에 대한 연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여러방면에서 한 번쯤 생각해보고 몸에 익히면 정말 좋은 습관인 '질문'  이런 책은 곁에두고 필요한 부분만 한 번씩 읽어보는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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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도 사랑해도
유이카와 케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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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니 연애 따위는 일정 나이가 되면 졸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은 필요치 않아지는 시기, 까맣게 잊게 되는 시기가 반드시 온다고 생각했다.  더 분명하게 말하면, 그렇게 되는 날이 온다는 사실에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제 사랑도 연애도 필요 없다.  없어도 외롭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혼자서도 평온하게 지낼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자기라는 존재를 완성할 수 도 있다.  하루빨리 그렇게 되고 싶었다.  어서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런데, 역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은 언제든 누군가를 원하고, 사랑하고, 기대고 싶어 하는 생물인 듯하다.  /p86~87


피 한 방울섞이지 않은 가족의 이야기.  할머니, 엄마 그리고 동갑내기 리리코와 유키오.   사랑만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물론 그렇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십대의 사랑이 다르고 삼십대, 사십대, 오십대...마음은 늙지 않아 이십대 같지만 사회에서 살아가는 나이, 가정에서의 위치등 제약이 조금씩 생겨나는 나이를 살게 되기에 그냥 막연히 '사랑하니까...'하나로 모든게 수용되는 시기는 점점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사랑' 이란게 어렵게 느껴지고 귀찮아지기까지 한다.  각자의 삶을 위해 도시에 나가사는 딸들.  그리고 그녀들의 고향을 지키며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할머니와 엄마.  그런 할머니와 엄마에게 어느날 결혼 소식을 듣게 된다.  딸들의 결혼이 아닌 할머니와 엄마의 결혼!



그러나 솔직히, 지금의 유키오는 결혼하는 자신을 상상할 수 없다.  아니 결혼을 상상하기 전에, 안정적으로 사는 생활 자체가 다른 세상일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유키오의 태생에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유키오는 동생 리리코뿐만 아니라 엄마인 시노와도 혈연관계가 아니다.  리리코와 엄마도 그렇다.  그리고 할머니인 오토와와 시노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다카히사라는 성만 같았지 할머니, 엄마, 딸 둘이 모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이다.

/p29~30


"반대할 마음은 조금도 없어.  할머니랑 엄마가 좋다면 그걸로 된 거잖아.  언니는?"

"나도 그래.  그냥 놀랐을 뿐이지.  엄마도 이제 곧 쉰이잖아.  할머니는 일흔이고, 그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지금이 가장 마음 편하고 쾌적할 때라고만 여겼지."/p57


할머니와 엄마.  여자로서 화려한 시절도 있었지만 자신들의 엄마기에 여자로서의 삶을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리리코와 유키오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리리코의 남자 구라키는 헤어진 것도 아니고 연애중인것도 아니지만 그녀가 원한다면 언제까지고 기다리겠다고 한다.  유키오는 결혼을 목전에 두고 헤어졌던 남자와의 상처로 인해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길 꺼려하며 전근지에서 유부남인 나가미네와 불륜인 사이 이다.  29살 그녀들이 생각하는 연애와 사랑은 치열하게 사회생활을 할 나이에 사랑이란 감정이 어쩌면 조금은 귀찮은 감정이지 않았을까?  지금의 나처럼...



"그것도 오래전 일이지.  지금은 그냥 친구야.  뭐랄까, 요즘은 연애를 어떻게 하는 건지조차 잊어버린 것 같아.  기분이 영 달아오르지 않는다고 할까, 귀찮음이 앞선다고 할까." 

"연애가 사실 귀찮은 건데 어쩌겠어."

"귀찮은 일을 하나 둘 베재하는데도 사는 게 조금도 편해지지 않는 건 왤까."/p59


"옛날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만....... 젊은 시절에는 사랑을 위해서 살지만, 나이가 들면 살기 위해서 사랑을 한다고."

할머니 입에서 '사랑'이라는 말을 듣기는 처음이다.  아주 청결한 울림을 지닌 상큼한 말처럼 들렸다. /p123


어느 가족이나 속시끄러운 사정은 있다고 하지만, 외부인들의 시선으로 보기에 오히려 문제가 많아보였던 다카히사네 가족은 비록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어느 가족보다 평온해보였던건 그들이 혈연으로 이어진것보다 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당연시 받아야하는 부모자식간의 애정보다 조심스럽게 쌓여갔던 시간들과 애정의 깊이가 조금은 달랐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인생에 딱 한 번인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치는 삶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든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도, 돌아보면 이미 몸도 마음도 완전히 푹 빠져 있다.

"잘됐잖아, 엄마.  좋은 사람을 만나서."

어른이 되어 갈수록, '사랑 따위'라면서 겸연쩍어하거나 포기하거나, 때로는 조롱하는 일까지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만이다.  사람은 누구든, 언제나 사랑을 기다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애타게 기다린다.  사랑만큼 사람을 불태우는 것도 없으니까.

/p138


결혼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물론 독신으로 살면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다만 행복해지고 싶다는 소망만 있을 뿐이다. /p234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사랑'에 대한 감정들을 스펙트럼처럼 느꼈던 글이었다.  이십대인 리리코와 유키오 자매, 오십대인 엄마 시노, 칠십대인 할머니 오토와... 어쩌면 나이가 들어가도 사랑이란 감정은 이십대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것이다.  다만 마음에 담고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가 아닐까?  그리고 그런 그녀들 곁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해바라기 같고 믿음이 가는지.... 복받은 여인들!!  이 책을 읽으며 각각의 다양한 '사랑'이란 저마다 다르기에 '사랑'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난 연애가, 사랑이, 결혼이 아직도 귀찮거나 피하고 싶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덮고나서도 여운이 남아 갈무리 해두었던 구절들을 한 두 번씩 더 읽었던 <사랑해도 사랑해도> 짙어가는 여름.  시원한 장마비가 내릴때 천천히 읽어봐도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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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파스타 간단해서 더 맛있는 쾌속 요리
에밀리에 페랭 지음, 김혜영 옮김, 나카가와 히데코 감수 / 로그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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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지라 기존 메뉴들을 조금씩 변경해보기도 하면서 신메뉴를 만들어보곤 한다.  사실, 내 시간을 갖고 싶어서 카페를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이렇게 매장운영으로 이루어질 줄은 몰랐고, 더군다나 내가 요리라니!  지금은 잘 꾸려가고 있지만 혼자 주방에 서야했던 그 처음을 생각하면 아직도 식은땀이 흐르곤 한다.  요리 하는 사람들은 조금더 맛있게, 조금더 새로운 뭔가가 없을까?  하는 마음에 다른 더 많이 찾아보고 먹어보고 시도해보는것 같다.  파스타가 그런 요리중 하나.  사실 <냄비파스타>에서 찾고자 했던건 식재료의 활용? 이었던것 같다.  냄비로 간단하게 집에서 한 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파스타.  책 소개를 보자면 참 매력적!



파스타를 좋아하지만 요리할 시간이 없다고요?  냄비파스타는 바로 그런 여러분을 위한 요리입니다.  이 책의 레시피를 따라 실제로 요리를 해 보면 너무 빨리 오나성되어서 깜짝 놀랄 거예요.  레시피가 어렵지도 않아요.  도구도 냄비 딱 하나만 있으면 돼요.  냄비에 물을 붓고 모든 재료를 넣어서 끓이기만 할 거니까요.  이렇게 하면 물도 절약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예요.


냄비 하나로 만드는 파스타라 일단 설거지가 용이하겠다.  냄비하나에 재료를 몽땅 넣고 끓이다보니 냄비가 중요할 듯.  바닥이 너무 얇아도 눌러붙을 것이고 저자는 바닥이 두껍고 깊이가 얕은 냄비가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전골냄비, 스튜냄비(일반 가정에서 스튜냄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웍, 프라이팬도 가능하다.  냄비파스타에서 추천하는 면은 주로 짧은 면, 길면 냄비에 눌어붙기 쉽기 때문이란다.  파스타 면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았나? 싶을 정도로 예쁜 면들도 많았다. 



냄비파스타는 크게 세가지로 묶어 소개하고 있다.  익숙한 맛 전통 냄비 파스타/ 이국적인 맛 색다른 냄비 파스타/ 가볍고 건강하게 즐기는 채식 냄비 파스타   가지고 있는 재료에 파스타면, 향신료나 먹고싶었던 재료들을 조금만 구입하면 만들수 있는 파스타.  설명이 너무도 간결해서 이렇게만 보고 만들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차피 냄비하나에 재료를 순서대로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요리이니 간단하지 않은가?  사진으로 보이는 완성 사진도 맛있어보이고 재료만 준비 되면 조리과정도 간단하니, 카르보나라 냄비 파스타 부터 만들어봐야겠다.   점점 더워지고 있는 요즘, 맛있는 파스타를 골라 만들어 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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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나카지마 교코 지음, 승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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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두 딸을 출가시키고 아흔 살이 넘은 치매 장모님을 모시고,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린 서른살의 아들도 함께 살고있다.  나름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출가시켰던 두 딸 마저 집으로 들어와 4대가 모여 살게된 히다 집안.  도대체 무슨 일들이 일어난걸까?



부모는 자식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p098


히다 부부 본인들도 자식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나이지만, 아흔 살이 넘어 치매가 진행중인 장모를 모시고 살고 있다.  그런데 출가했던 큰 딸 이쓰코는 남편의 사업자금으로 빌려간 돈까지 말아먹고 세 가족이 집으로 들어오게 되고.  둘째딸 마저 이혼하고 집에 들어오게 된다.  더군다나 둘째딸은 전남편의 아이가 아닌 열네살 연하 개그맨 지망생의 아이까지 품고 왔다.   그렇게 자식들에게 하나씩 방을 내어주고 그들 사이의 북적거림이 시작된다.



"이 집안 남자들은 모두가 다 그렇다고, 의자라는 것이 말할 수도 없을 만큼 약해.  두 갈래로 나누어진 길이 있는데 하나는 쉬운 길이고 또 하나는 어려운 길이라면 저들은 틀림없이 쉬운 길을 선택할 거야.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버리는 거지." /p107

하지만 이런 물리적인 요인보다 그에게 더욱 절실했던 것은 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겹겹이 쌓인 지방으로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었다..... 중략..... 상처만 받지 않으면 편안해질 수 있는데도 제멋대로 상처받고마는 자신을, 그는 부끄러워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상처를 밖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으나 문득 누군가를 원망하려 하는 자신을, 가쓰로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숨기고 싶었다......중략..... 아픔이 작아지는 만큼 체중이 늘어나면서 움직일 기력도 함께 잃고 말았다.  그의 첫 등교 거부는 체중이 늘어나기 시작한 중학교2학년 때부터 시작됐다.  /p148


큰 딸 이쓰코는 사춘기 아들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것이 내심 마음에 걸리고, 남편은 재기를 위해서 무엇을 하는 건지 바쁘다.  그러는 중에도 부모의 집에 얹혀사는게 내심 신경쓰여 고분군투하지만 마음과 달리 자꾸만 움츠러드는 아들을 보는게 괴롭다.  저러다 자칫 남동생처럼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림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지 않았을까?  둘째 도모에는 전남편과 결혼생활 중에도 생기지 않았던 아이가 잠깐 외도 했던 순간, 그리고 남편과 헤어지고 나서야 임신이 된 것에 당황하지만 이내 받아들이게 된다.  원하던 임신이라 그랬을까?  어쩌면 열 네살 연하의 개그맨인 아이 아빠와는 어떻게 될까?



세상에는 궁극의 불행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런데 하루코는 투병 생활의 고통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고, 사위가 파산했다고는 하나 그 일로 이쓰코네가 동반 자실을 한 것도 아니고, 가쓰로가 가정 내 폭력이나 인터넷 범죄 같은 것을 저지른 것도 아니었다.  도모에의 이혼과 예상치 못한 임신 때문에 골치가 아프긴 했지만, 태어날 생명에게는 죄가 없는 데다가 도모에보다 더 나쁘게 헤어진 부부도 얼마든지 많았다.  히다가의 사정은 다른 집의 사정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하루코의 불만은 아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곳에서 터져 나왔다.  더 사소한 일, 사소하지만 신경이 쓰이는 일, 부아가 치미는 일, 참을 수 없는 일, 그런 일들이 쌓이고 또 쌓여갔다.  /p222-223

물론 사소한 일이었다.  정말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일상은 그런 사소한 일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그간 떨어져 살아온 사람들이 한데 지내려다 보니 여기저기서 일상의 균형이 깨지고 만 것이다. /p224-225


그 와중에도 히키코모리였던 아들 가쓰로는 할머니를 봐주러 오가던 가야노와 연애를 하고 부모님께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아이들이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생의 해결책을 찾고,  세상 어디에도 내가 발붙일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가족만이 나를 받아주는 유일한 안식처가 아닐까?  자식을 키우고 공부시키고, 결혼시킴으로 끝나는게 아닌것 같다.  2015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가족실태조사를 보면 놀랍게도 3대 가족이 모여사는 가구가 늘었다고 한다.  자녀들의 독립도 그만큼 늦어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히다 가족처럼 나가고 들어오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이란 그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평소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려면 힘이 드는 법이다.  /p277


형제가 많은 집에서 자랐기에 어릴땐 빨리커서 결혼을 해서 집을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었는데, (결혼전 독립은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집안 분위기였기에 결혼,을 탈출구로 생각하며 커왔던 것 같다.)  결혼이라는 울타리가 내가 자라온 가정으로부터 온전하게 독립하는 과정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은 왜 우리집만 이렇게 복잡한걸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평온해보이는 그네들의 가정에도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한 둘씩은 있지 않을까?  그 당시엔 탈출구도 없어보이는 답답했던일이 그 시간을 함께 해주었던 가족들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면 그 또한 추억이라 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을테니,  책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 가족속에서 보았을법한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가족이라도 곁에 있어 따뜻하다는 가족의 이야기.  가족의 의미를 조심스레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멀쩡해 보이는 집안도 제각기 나름의 불행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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