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도 사랑해도
유이카와 케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아니 연애 따위는 일정 나이가 되면 졸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은 필요치 않아지는 시기, 까맣게 잊게 되는 시기가 반드시 온다고 생각했다.  더 분명하게 말하면, 그렇게 되는 날이 온다는 사실에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제 사랑도 연애도 필요 없다.  없어도 외롭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혼자서도 평온하게 지낼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자기라는 존재를 완성할 수 도 있다.  하루빨리 그렇게 되고 싶었다.  어서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런데, 역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은 언제든 누군가를 원하고, 사랑하고, 기대고 싶어 하는 생물인 듯하다.  /p86~87


피 한 방울섞이지 않은 가족의 이야기.  할머니, 엄마 그리고 동갑내기 리리코와 유키오.   사랑만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물론 그렇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십대의 사랑이 다르고 삼십대, 사십대, 오십대...마음은 늙지 않아 이십대 같지만 사회에서 살아가는 나이, 가정에서의 위치등 제약이 조금씩 생겨나는 나이를 살게 되기에 그냥 막연히 '사랑하니까...'하나로 모든게 수용되는 시기는 점점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사랑' 이란게 어렵게 느껴지고 귀찮아지기까지 한다.  각자의 삶을 위해 도시에 나가사는 딸들.  그리고 그녀들의 고향을 지키며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할머니와 엄마.  그런 할머니와 엄마에게 어느날 결혼 소식을 듣게 된다.  딸들의 결혼이 아닌 할머니와 엄마의 결혼!



그러나 솔직히, 지금의 유키오는 결혼하는 자신을 상상할 수 없다.  아니 결혼을 상상하기 전에, 안정적으로 사는 생활 자체가 다른 세상일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유키오의 태생에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유키오는 동생 리리코뿐만 아니라 엄마인 시노와도 혈연관계가 아니다.  리리코와 엄마도 그렇다.  그리고 할머니인 오토와와 시노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다카히사라는 성만 같았지 할머니, 엄마, 딸 둘이 모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이다.

/p29~30


"반대할 마음은 조금도 없어.  할머니랑 엄마가 좋다면 그걸로 된 거잖아.  언니는?"

"나도 그래.  그냥 놀랐을 뿐이지.  엄마도 이제 곧 쉰이잖아.  할머니는 일흔이고, 그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지금이 가장 마음 편하고 쾌적할 때라고만 여겼지."/p57


할머니와 엄마.  여자로서 화려한 시절도 있었지만 자신들의 엄마기에 여자로서의 삶을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리리코와 유키오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리리코의 남자 구라키는 헤어진 것도 아니고 연애중인것도 아니지만 그녀가 원한다면 언제까지고 기다리겠다고 한다.  유키오는 결혼을 목전에 두고 헤어졌던 남자와의 상처로 인해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길 꺼려하며 전근지에서 유부남인 나가미네와 불륜인 사이 이다.  29살 그녀들이 생각하는 연애와 사랑은 치열하게 사회생활을 할 나이에 사랑이란 감정이 어쩌면 조금은 귀찮은 감정이지 않았을까?  지금의 나처럼...



"그것도 오래전 일이지.  지금은 그냥 친구야.  뭐랄까, 요즘은 연애를 어떻게 하는 건지조차 잊어버린 것 같아.  기분이 영 달아오르지 않는다고 할까, 귀찮음이 앞선다고 할까." 

"연애가 사실 귀찮은 건데 어쩌겠어."

"귀찮은 일을 하나 둘 베재하는데도 사는 게 조금도 편해지지 않는 건 왤까."/p59


"옛날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만....... 젊은 시절에는 사랑을 위해서 살지만, 나이가 들면 살기 위해서 사랑을 한다고."

할머니 입에서 '사랑'이라는 말을 듣기는 처음이다.  아주 청결한 울림을 지닌 상큼한 말처럼 들렸다. /p123


어느 가족이나 속시끄러운 사정은 있다고 하지만, 외부인들의 시선으로 보기에 오히려 문제가 많아보였던 다카히사네 가족은 비록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어느 가족보다 평온해보였던건 그들이 혈연으로 이어진것보다 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당연시 받아야하는 부모자식간의 애정보다 조심스럽게 쌓여갔던 시간들과 애정의 깊이가 조금은 달랐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인생에 딱 한 번인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치는 삶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든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도, 돌아보면 이미 몸도 마음도 완전히 푹 빠져 있다.

"잘됐잖아, 엄마.  좋은 사람을 만나서."

어른이 되어 갈수록, '사랑 따위'라면서 겸연쩍어하거나 포기하거나, 때로는 조롱하는 일까지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만이다.  사람은 누구든, 언제나 사랑을 기다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애타게 기다린다.  사랑만큼 사람을 불태우는 것도 없으니까.

/p138


결혼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물론 독신으로 살면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다만 행복해지고 싶다는 소망만 있을 뿐이다. /p234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사랑'에 대한 감정들을 스펙트럼처럼 느꼈던 글이었다.  이십대인 리리코와 유키오 자매, 오십대인 엄마 시노, 칠십대인 할머니 오토와... 어쩌면 나이가 들어가도 사랑이란 감정은 이십대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것이다.  다만 마음에 담고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가 아닐까?  그리고 그런 그녀들 곁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해바라기 같고 믿음이 가는지.... 복받은 여인들!!  이 책을 읽으며 각각의 다양한 '사랑'이란 저마다 다르기에 '사랑'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난 연애가, 사랑이, 결혼이 아직도 귀찮거나 피하고 싶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덮고나서도 여운이 남아 갈무리 해두었던 구절들을 한 두 번씩 더 읽었던 <사랑해도 사랑해도> 짙어가는 여름.  시원한 장마비가 내릴때 천천히 읽어봐도 좋을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