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나카지마 교코 지음, 승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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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을 출가시키고 아흔 살이 넘은 치매 장모님을 모시고,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린 서른살의 아들도 함께 살고있다.  나름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출가시켰던 두 딸 마저 집으로 들어와 4대가 모여 살게된 히다 집안.  도대체 무슨 일들이 일어난걸까?



부모는 자식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p098


히다 부부 본인들도 자식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나이지만, 아흔 살이 넘어 치매가 진행중인 장모를 모시고 살고 있다.  그런데 출가했던 큰 딸 이쓰코는 남편의 사업자금으로 빌려간 돈까지 말아먹고 세 가족이 집으로 들어오게 되고.  둘째딸 마저 이혼하고 집에 들어오게 된다.  더군다나 둘째딸은 전남편의 아이가 아닌 열네살 연하 개그맨 지망생의 아이까지 품고 왔다.   그렇게 자식들에게 하나씩 방을 내어주고 그들 사이의 북적거림이 시작된다.



"이 집안 남자들은 모두가 다 그렇다고, 의자라는 것이 말할 수도 없을 만큼 약해.  두 갈래로 나누어진 길이 있는데 하나는 쉬운 길이고 또 하나는 어려운 길이라면 저들은 틀림없이 쉬운 길을 선택할 거야.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버리는 거지." /p107

하지만 이런 물리적인 요인보다 그에게 더욱 절실했던 것은 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겹겹이 쌓인 지방으로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었다..... 중략..... 상처만 받지 않으면 편안해질 수 있는데도 제멋대로 상처받고마는 자신을, 그는 부끄러워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상처를 밖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으나 문득 누군가를 원망하려 하는 자신을, 가쓰로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숨기고 싶었다......중략..... 아픔이 작아지는 만큼 체중이 늘어나면서 움직일 기력도 함께 잃고 말았다.  그의 첫 등교 거부는 체중이 늘어나기 시작한 중학교2학년 때부터 시작됐다.  /p148


큰 딸 이쓰코는 사춘기 아들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것이 내심 마음에 걸리고, 남편은 재기를 위해서 무엇을 하는 건지 바쁘다.  그러는 중에도 부모의 집에 얹혀사는게 내심 신경쓰여 고분군투하지만 마음과 달리 자꾸만 움츠러드는 아들을 보는게 괴롭다.  저러다 자칫 남동생처럼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림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지 않았을까?  둘째 도모에는 전남편과 결혼생활 중에도 생기지 않았던 아이가 잠깐 외도 했던 순간, 그리고 남편과 헤어지고 나서야 임신이 된 것에 당황하지만 이내 받아들이게 된다.  원하던 임신이라 그랬을까?  어쩌면 열 네살 연하의 개그맨인 아이 아빠와는 어떻게 될까?



세상에는 궁극의 불행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런데 하루코는 투병 생활의 고통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고, 사위가 파산했다고는 하나 그 일로 이쓰코네가 동반 자실을 한 것도 아니고, 가쓰로가 가정 내 폭력이나 인터넷 범죄 같은 것을 저지른 것도 아니었다.  도모에의 이혼과 예상치 못한 임신 때문에 골치가 아프긴 했지만, 태어날 생명에게는 죄가 없는 데다가 도모에보다 더 나쁘게 헤어진 부부도 얼마든지 많았다.  히다가의 사정은 다른 집의 사정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하루코의 불만은 아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곳에서 터져 나왔다.  더 사소한 일, 사소하지만 신경이 쓰이는 일, 부아가 치미는 일, 참을 수 없는 일, 그런 일들이 쌓이고 또 쌓여갔다.  /p222-223

물론 사소한 일이었다.  정말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일상은 그런 사소한 일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그간 떨어져 살아온 사람들이 한데 지내려다 보니 여기저기서 일상의 균형이 깨지고 만 것이다. /p224-225


그 와중에도 히키코모리였던 아들 가쓰로는 할머니를 봐주러 오가던 가야노와 연애를 하고 부모님께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아이들이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생의 해결책을 찾고,  세상 어디에도 내가 발붙일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가족만이 나를 받아주는 유일한 안식처가 아닐까?  자식을 키우고 공부시키고, 결혼시킴으로 끝나는게 아닌것 같다.  2015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가족실태조사를 보면 놀랍게도 3대 가족이 모여사는 가구가 늘었다고 한다.  자녀들의 독립도 그만큼 늦어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히다 가족처럼 나가고 들어오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이란 그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평소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려면 힘이 드는 법이다.  /p277


형제가 많은 집에서 자랐기에 어릴땐 빨리커서 결혼을 해서 집을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었는데, (결혼전 독립은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집안 분위기였기에 결혼,을 탈출구로 생각하며 커왔던 것 같다.)  결혼이라는 울타리가 내가 자라온 가정으로부터 온전하게 독립하는 과정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은 왜 우리집만 이렇게 복잡한걸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평온해보이는 그네들의 가정에도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한 둘씩은 있지 않을까?  그 당시엔 탈출구도 없어보이는 답답했던일이 그 시간을 함께 해주었던 가족들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면 그 또한 추억이라 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을테니,  책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 가족속에서 보았을법한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가족이라도 곁에 있어 따뜻하다는 가족의 이야기.  가족의 의미를 조심스레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멀쩡해 보이는 집안도 제각기 나름의 불행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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