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김종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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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은 어떨까? 라는 궁금한 마음에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던 글이었다. 작가의 이름이 낯설지 않은데? 싶었는데 최근에 우연히 봤던 영화[더 테이블], 그리고 몇 년 전 책표지와 제목에 끌려 읽었던 책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의 저자이기도 했다. 영화감독이자 글을 쓰는 사람... 생각해보면 영화의 섬세한 분위기와 글 특유의 분위기? 같은 게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새로이 마주하고 앉아 만나는 글의 분위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었다.

완벽하게 좋은 순간을

오래 간직할 단 하나의 방법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이 책을 다 읽고 예전 그의 글을 읽고 썼던 서평을 찾아보았다.

때로는 일상의 이야기 같고, 때론 영화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사랑에 대한 단상들이 담겨있습니다. 때론 농밀하게, 때론 젖은 낙엽처럼 붙어 떨어지지 않는 악착스러움으로, 아련하고 가슴 아픈 사랑보다는 몸으로 부대끼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하고 있달까요? 이상하게도 읽으면서 호흡이 좀 길어질 수밖에 없었던 책이었던 것 같아요. 사랑에 대한 생각이나 단상, 이미지들도 나이가 들어가며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요즘 세대의 사랑을 보면 이건 또 뭘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도 사실 있었고요.

_<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2014.09>

순간을 담는 영화감독, 일상을 기록하는 작가로서의 김종관을 만나는 페이지들은 놓치고 살아가는 '그 무엇'을 마주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글이었다. 언젠가 그랬던 것 같은 아련함? 김종관은 이야기한다. 완벽하게 좋은 순간, 그것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유익한 것이라고...

97p.

계절과 시간과 날씨, 또 그 사람의 상태가 그 공간의 얼굴을 달리 만든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기억을 주었던 곳들이 내게는 다른 인상으로 온 듯했다. 사람도 타이밍과 관계에 따라 다른 얼굴이 되듯이.

106p.

가끔 영화를 만들길 잘했다고 느끼는 까닭은, 결국은 나의 허비되고 실패하고 아깝게도 다시 올 수 없는 지난날들의 힘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버려진 시간들이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선물로 받는다.

136p.

완벽하게 좋은 순간, 그것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자신에게 유익한 것인지.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억은 스러져가는 환영을 잃어버리지 않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175p.

길 위에 시간들이 놓여 있다.

길을 가면서 자주 뒤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목적지도 모른 채 달려가는 것도 의미는 없다.

오늘은 어제가 되고 내일은 오늘을 지나 어제가 될 것이다.

오늘은 오늘 일뿐이지만, 수많은 어제가 나의 오늘을 움직인다.

그러니까 오늘을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거나,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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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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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당일, 아무런 연락도 없이 홀연히 사라져 버린 유키 미호코. 이야기는 그로부터 30년의 세월이 흘러 그녀를 찾는 미즈타니 가즈마의 메시지로 시작된다. 정중하고도 애틋한 메시지, 하지만 사진을 다운로드해 확대해보기도 하고, 자녀가 몇 학년 즈음이며 어떤 걸 전공하고 있는지, 목걸이로 알아보는 등 살짝 이상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했지만 메시지의 내용은 시종일관 정중하고 30년 전 애틋한 사랑의 대상에 대한 연서와 그리운 마음을 풀어내는듯했다. 뭐가 있겠냐.... 싶었는데 뭐지? 이건!!!

마지막 한 장을 읽고 나면

반드시 첫 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페이스북으로 주고받은 메신저의 내용으로 과거의 시간들을 이야기하며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글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으로 정말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이게 뭐지?’하고 다시 뒤적여보게 한다. (마지막 한 장을 읽으며 ‘이게 뭐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음..) 짧지만 임팩트 있고, 구성이나 글의 전개가 얽기 설기 엮인 것 같지만 마지막 한 페이지에서 드러나는 반전과 몰아닥치는 충격은 앞에 조금씩 암시처럼 드러낸 문장들을 다시 짚어보게 한다. 사람의 겉모습,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과 내면은 얼마나 다르고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 복면 작가 야도노 카호루 한 방이 있는 작가로 인정!

“괜찮으시다면 당신의 주소를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

어디에 살고 계시는지 정도는 알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입니다.”

9p.

사진 속 여성은 제가 아는 당신보다 야위었습니다. 머리카락도 짧았고요. 하지만 손가락 모양이 당신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왼손에 낀 결혼반지가 보이더군요.

그 사진을 몇 번이나 보고 있었더니, 사진 속 창유리에 네 명의 여성이 흐릿하게 비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중략)... 저는 사진을 컴퓨터에 저장해서 크게 확대했습니다. 웃지 말아주십시오. 그때는 저는 미스터리에 열중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남자에게는 몇 살이 되어도 그런 유치한 일면이 있는 법이지요.

117p.

미즈타니 씨는 불행한 운명을 만나셨지만, 굳이 잔혹하게 말하자면 불행한 일을 당한 건 미즈타니 씨만이 아니에요. 그런 것도 마음에 담아두시면 좋겠어요. 지금은 미즈타니 씨가 행복한 인생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답니다.

214p.

진짜 비극이라고 해야 할 인생은, 본의 아니게 당신과 관련되었던 사람들 쪽이 아닐까요?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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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 - 회사에서 뒤통수 맞고 쓰러진 회사인간의 쉽지도 가볍지도 않았던 퇴사 적응기
민경주 지음 / 홍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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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직장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퇴사 통보를 받았다. 이번 주까지 출근해도 좋다고 이야기 들었지만 퇴사 통보를 받는 순간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나 왜 여기 이렇게 앉아있는 거지? 내가 지원해서 취업하게 된 것도 아니었고 분명 스카우트 제의받아서 이직하게 된 거였는데...' 한동안 아무 생각도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내가 왜?'라는 무기력함에 며칠을, 아니 몇 달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창업을 하게 되었고 오늘날에 이르렀다. 조금 더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했더라면 자영업의 세계로는 뛰어들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지금도 가끔 한다.

내가 회사를 아무리 사랑해도,

회사가 나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았다.

회사에서 뒤통수 맞고 쓰러진 회사인간의 퇴사 적응기

저자인 민경주도 어느 날 갑자기 퇴사 통보를 받았다. 회사가 나의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걸, 퇴사 이후의 시간을 경험하면서 깨달아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삼십 대, 경력직으로 취업을 하기에도 애매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이전의 직장생활들을 통해 무엇을 얻었고 무엇이 남았을까? 남들은 삶의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라고 하는데, 혼자만 세상에 홀로 떨어진 듯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고, 잘하는 일은 무엇일까? 조직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세상에 던져진듯 내가 해결해야하는 일들이 많았고 이 나이 먹도록 이것도 몰랐나? 하고 생각되는 일들도 꽤 있었다. 회사에서 밀려 사회의 일원으로 어느 조직에도 속하지 못한 퇴사자가 이야기하는 회사 밖의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는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기도 했다. 인생사 한 치 앞도 모르는게 인생 아니던가! 퇴사후에 오는 것들을 지켜보며 써내려간 글들, 그가 앞으로도 계속 글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던 책이었다.

031p.

직장 상사가 괜히 집에 가기 싫을 때같이 사무실에 남아 일찍 가는 부하직원에게 꼬장을 부리고, 뜬금없이 회식을 하자며 술을 같이 마셔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등 이미 삶의 많은 부분을 회사에 쏟고 있는데 그 이상의 삶을 회사를 위해 써주길 아무렇지 않게 요구한다. 그들이 삶을 유지하는 동력을 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회사를 아무리 사랑해도,

회사가 나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062~063p.

퇴사를 하면 겨울은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다. 더 이상 수입이 없는 상황에 매일같이 카페에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신의 집이 있다면 매달 죽일 듯이 날아오는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해낼 수도 없다.

공간은 사람의 생활과 기분까지 지배한다.

퇴사자가 있어야 할 공간은 어디인가.

그렇게 어떻게든 빨리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늘어났다.

181p.

누구나 창업을 꿈꾸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건데, 귀중한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이걸 보고 있느라 놓치고 있는 기회가 얼마나 많을까. 이런 거 할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하면서 기술 같은 것을 배우고 중국어라도 배우는 게 나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 아닐까. 그냥 다 때려치우고 재취업이나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닐까. 나름 이것저것 두루두루 한 것이 장점인데 이만큼 시간을 버린 일이 발목을 잡지 않을까.

지금 다시 취업한다고 해서

제대로 된 일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을까.

222~223p.

어쨌든, 나는 책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퇴사 후에 오는 것들을 조금 더 지켜보고 있다.

#회사에서짤리면지구가멸망할줄알았는데

#민경주 #곶사슴

#홍익출판사

#에세이

#프로퇴사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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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파인, 앤유?
김진아 지음 / 서아책방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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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 외모도 타고났는데 성격도 좋고 다양한 취미와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 취향에 술을 좋아하기도 한다. 연애의 맛 출연, 전 인천공항공사 아나운서였던 25살의 김진아. 방송 출연에 아나운서라는 경력까지 가진 그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TV 시청은 하지 않은 지가 오래라 제목만 아는 정도인데다 이 책을 읽기 전 그녀에 대해 아는 건 하나도 없었다.

엄친딸로 주목받게 되면서 하고 싶은 것을 내 마음대로 하면서 살 수 있는 것보다 주변의 기대치에 맞춰 자신을 맞춰 살아왔던 그녀는 마음과 몸에서 보내는 신호도 무시한 채 주변의 기대에 맞춰 그렇게 열심히만 살아왔다. 순간 폭발한 이상 징후들을 보며 무엇보다 내 마음을 돌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고 자신을 위해 살기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이야기는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가고만 있을 누군가를 위한 고백이자 응원의 글이기도 하다.

40p.

'그렇다면 진짜 나는 누구지? 나는 어떤 사람이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거지?'

여태 이 몸뚱이와 마음으로 스무 해를 훌쩍 넘게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제 내면의 목소리에 오롯이 귀를 기울여본 적이 없으니, 이 질문들에 대한 답도 몰랐던, 아니 애초에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도 없었던 것입니다.

88p.

꼭 '멋대로'읽으시길 바랍니다.

125p.

문제 많고 아픔도 많고 엉망진창으로 살아가던 그때와 지금의 저는 정말 많이 다릅니다.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섭식장애는 완전히 고쳐졌고, 어떻게 그렇게 앓았는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 정도입니다. 제 자신에 대한 마음과 자존감의 양상도 관계에 대한 저의 신뢰와 안정감도 모두 크게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정말 많이 성숙해졌고 단단해졌으며 어쨌거나 참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193p.

이 모든 것 이전에, 그냥 우리가 조금 더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행복이 너무 좋거든요.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아임파인앤유

#김진아

#서아책방

#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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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직지 1~2 세트 - 전2권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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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에서 귀가 잘리고 심하게 훼손된 채로 발견된 전형우 교수. 사회부 기자 김기연은 이 사건이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경찰과 달리 독자적으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백운화상초록불직지심체요절을 줄여서 부르는 직지는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책으로 알려지고 있다. 라틴어 교수였던 그가 죽기 전 서원대학교 김정진 교수와 연락이 오갔다는 걸 포착하고 그들이 교황의 편지를 해독하기 위해 전형우 교수에게 의뢰했지만 그들의 의도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아 반감을 샀을지도 모를 인물이 더 늘어나게 된다. 프랑스, 독일을 오가며 전형우 교수의 죽음 뒤엔 거대한 조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되고... 살인사건임에도 형사의 등장보다 기연 기자가 끌고 가는 이야기가 직지와 구텐베르크, 조선에서 멀리 유럽까지 건너가게 되었던 역사적 배경의 상상까지 생생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나누려는 자 vs 독점하려는 자

일일이 필사를 하던 시대에서, 일반인들도 읽을 수 있는 문자를 만들어 널리 보급하게 하기 위한 일환으로 시작된 금속활자 제작은 2권의 김기연 기자의 소설 같은 형식의 구성으로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역사적 사실인지 소설인지를 오가는 글을 읽으며 점점 빠져들게 되고... 특정 권력을 가진 이들만 읽고 쓸 수 있었던 문자, 그 글자가 무엇이길래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 글자가 보급화되는데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을까? 두려워했을까? 그들은 평민들이 자신들의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문자를 익힘으로써 자신들의 입지와 가지고 있는 것이 줄어드는 게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에도 시대를 뛰어넘어 생을 걸고 지키고자 하는 이들이 있어 오늘의 역사가 있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한국은 금속활자 발명과 디지털 기술로 인류에게 큰 선물을 줬다."

_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모음만 바꾸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은 세계의 언어학자들도 손꼽는 최고의 언어이다. 문자를 만들고 널리 보급하기 위해 금속활자를 만들어서 보급했지만 유럽에 전파된 정확한 경로를 알 수 없어 아쉽긴 하다. 직지와 한글, 구텐베르크로 이어지는 미스터리 추적 대작, 시간가는줄 모르고 빠져 읽게 될 것이다. 금속활자에서 한글, 반도체로 이어지는 지식의 흐름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096p. _직지1

"구텐베르크와 직지의 금속활자는 주조 방식이 다릅니다. 구텐베르크는 단단한 재질의 금속막대에 글자를 도드라지게 새긴 후 이를 연한 재질의 금속에 대고 두들겨 글자 모양을 각인했습니다. 그런 다음 쇳물을 부어 활자를 만들었는데, 직지는 이와 달리 나무로 글자를 만들어 모래 속에 넣어 공간을 형성하고 거기에 쇳물을 부어 굳힙니다. 또한 직지가 보존을 위해 만들어졌다면, 구텐베르크의 활자는 돈벌이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어느 나라의 활자가 우수한지를 비교하는 게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 놓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연구해야 합니다."

145p. _직지1

기연은 피셔 교수가 전 교수와 직지 문제로 대화를 나누었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데다 무엇보다 프랑스 사람인 그가 익숙하게 '직지'를 발음하는 것에 내심 놀랐다. 그리고 전 교수의 괴이한 피살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의문점이 다시금 직지라는 한 점으로 모아지는 것을 느끼며 유레카를 외치고 싶었다.

215p. _직지1

"상상력만은 아닌 근거 있는 추정이에요. 얼마 전 김 교수 님도 전 교수가 교황청의 편지를 해독하려 외국의 누군가와 접촉하다 역린을 건드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데 동의하셨잖아요. 교황청의 편지이니 그 누군가를 교황청 사람으로, 그 역린을 교황청의 어떤 비밀이라 보면 되는 거죠."

088p. _직지2

"행복이 무엇인가? 본능을 잘 채우는 게 행복 아닌가? 식욕과 물욕과 성욕과 출세욕 같은 걸 잘 채우면 그게 행복이야. 벌레나 짐승의 삶이라면 행복한 삶이 최고의 목표겠지. 하지만 인간에게는 행복이 최고의 목표가 아니야. 인간은 때때로 행복보단 불행을 택하기도 해. 그게 더 의미가 있다면."

237p. _직지2

"사건이란 상대가 있는 게임이오. 완전히 이기는 게 물론 좋지만 지금처럼 강한 상대와는 거래를 하는 게 낫소."

263p. _직지2

직지와 한글에 담긴 인류의 위대한 지성, '나보다 약한 사람과의 동행'이라는 정신을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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