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담는 영화감독, 일상을 기록하는 작가로서의 김종관을 만나는 페이지들은 놓치고 살아가는 '그 무엇'을 마주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글이었다. 언젠가 그랬던 것 같은 아련함? 김종관은 이야기한다. 완벽하게 좋은 순간, 그것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유익한 것이라고...
97p.
계절과 시간과 날씨, 또 그 사람의 상태가 그 공간의 얼굴을 달리 만든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기억을 주었던 곳들이 내게는 다른 인상으로 온 듯했다. 사람도 타이밍과 관계에 따라 다른 얼굴이 되듯이.
106p.
가끔 영화를 만들길 잘했다고 느끼는 까닭은, 결국은 나의 허비되고 실패하고 아깝게도 다시 올 수 없는 지난날들의 힘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버려진 시간들이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선물로 받는다.
136p.
완벽하게 좋은 순간, 그것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자신에게 유익한 것인지.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억은 스러져가는 환영을 잃어버리지 않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175p.
길 위에 시간들이 놓여 있다.
길을 가면서 자주 뒤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목적지도 모른 채 달려가는 것도 의미는 없다.
오늘은 어제가 되고 내일은 오늘을 지나 어제가 될 것이다.
오늘은 오늘 일뿐이지만, 수많은 어제가 나의 오늘을 움직인다.
그러니까 오늘을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거나,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