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 쉽게 읽고 깊게 사유하는 지혜로운 시간 하룻밤 시리즈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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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운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보험을 갖추고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 (중략)... 우리는 지금 당장 마음속에 안전장치를 완벽하게 갖춰야 합니다. 고민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과 생각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 (중략)... 이 책의 목적은 단순합니다. 깊게 고민할 때 그 고민을 잘 살필 수 있는 거울, 해결할 수 있는 도구 같은 철학을 당신에게 제시하는 것입니다. _프롤로그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 힘들지만 끝도 없이 힘들다,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번뜩 스쳐가는 생각들, 찰나의 생각은 정리되지 않고 감정의 부스러기처럼 달라붙어 심란함만 더해간다. 왜 이런 걸까? 알고 싶다. 이런 생각과 감정의 정체들을.... 심리학 인문에 관련한 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철학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그럼 어떤 책을 읽어야 하지? 기원전부터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고 존재와 가치를 주목했던 서양 사상들 속에 오늘날 우리의 이런 고민들을 해소해줄 답이 있을까? 하지만 난해하고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선뜻 가까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 토마스 아키나리는 우리가 문득 마주하게 되는 고민들을 철학 이론을 통해 해결하고, 어려웠던 철학의 장벽을 친근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1장 사색하는 사람의 기원 _ 고대. 중세 사상

2장 신을 파헤치는 사람들 _ 근대사상

3장 인간에게 존재를 묻다 _ 현대 사상

현실적으로 우리는 의사에게 정신분석을 받을 시간적 여유도 금전적 여유도 없다. 신경증 같은 경향이나 성격에 대한 고민 등을 좀 더 간단하게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있기는 하다. 바로 독서를 하는 것이다. 독서는 무의식에 강한 설득력을 가져다준다. (낯간지러운 이야기지만 이 책을 여러 번 숙독하기 바란다.)_200p.

소크라테스, 플라톤, 스피노자, 칸트, 니체, 프로이트, 소쉬르, 마르크스 등 이름만 늘어놓고 본다면 '아, 읽어야 하나?' 싶은 책이지만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봤을듯한 생각들을 예로 들어 쉽게 이야기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콘텐츠 속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서양 철학가의 말과 생각이 스며들어있다고 하는데, 철학을 알고 있다면 좋아하는 것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시대별로 진행되는 글이지만 원하는 부분부터 찾아읽어도 좋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철학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0p.

잘 살펴보면 상대주의는 개인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늘날의 사고방식과 많이 닮아 있다. 흔히 '요즘 젊이들은 하나같이 너무 제멋대로'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가 정한 기준들보다 그들이 직접 느끼는 진실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객관적인 진실보다 자기 내며의 쾌적함을 중시한다.

그런데 혹시 여러분 주위에 '그런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어'라며 젊은이를 야단치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는 없는가? 사실 그리스 시대에도 '사람은 다 제각각이라는 생각은 좋지 않아'라고 청소년들에게 설교를 하고 다니는 어른이 있었다. 바로 소크라테스였다.

132p.

합리론이 독단론(합리론이 단순한 착각이라는 주장)이라는 막다른 길로, 경험론이 회의론(경험론을 인정하면 우리는 '존재'나 '동일' '인과관계' 등의 보편적 개념을 가질 수 없다는 주장)이라는 막다른 길로 빠져든 결과 철학은 진퇴양난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한 조언자가 나타났다. 그는 합리론과 경험론이라는 두 남녀를 잘 타일러 미로에서 데리고 나왔던 것이다. 앞에 제시했던 남성들은 유학을 떠난 그녀를 포기하고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교제를 시작했다. 한편 이와 다른 경우의 여성은 이 세상에도 사랑은 존재하는 것이라는 확증을 얻고 교제 생대와 결혼했다. 이때 중개를 맡은 것은 칸트였다.

164p.

나를 대신해 다른 사람이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봐줄 수는 없다. 화장실에 가는 것은 실존으로서의 나일 수밖에 없다.

키르케고르의 주장으로 바로 지금 현실에 살고 있는, 대체 불가능한 '나'는 자기 자신을 상실하거나 신을 잊고 오만해지거나 자포자기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 절망이 시작된다. 이것이 인간의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270p.

요즘 젊은 직장인은 일이란 돈 때문에 싫어도 하는 것이며, 업무가 끝난 저녁시간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일이란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것이며 돈을 받기 위한 고통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째서 일을 하는 게 그토록 고통일까?

309p.

우리는 '삶의 보람'에 대해 고민한다. 인생은 살 만한 걸까? 제임스는 행복한 상태가 오래 계속되고 있다면, 사람은 '살아갈 의미는 있는 걸까'라든가 '인생은 괴로운 거야'등의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앞으로는 '인생의 의미'를 형이상학적인 측면이 아니라 실제적 효과라는 점에서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하룻밤에읽는서양철학

#토마스아키나리 #오근영

#rhk #알에이치코리아

#인문 #서양철학 #철학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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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두 번째 이름, 두부 - 유기견 출신 두부의 견생역전 에세이
곽재은 지음 / 시드앤피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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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가득한 조카의 영향으로 장수풍뎅이, 달팽이, 물고기, 햄스터 등등 작은 생명들을 가족으로 들여키워보기도 했었다. 초반 반짝 관심을 가졌다가 어른들의 숙제로 남아버리고 나선 작은 생명을 가족으로 맞아들이기 위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결정하자고 이야기했었다. 좁디좁은 서울 도심에서 김포로 이사 온 지 1년이 지났을 무렵, 강아지 고양이를 노래 부르던 조카에게 정말 갑작스럽게 대형견을 가족으로 입양하게 되었다. 단골 손님이 집에도 키우는 개들이 있어서 데려가진 못하고, 돌아다니던 개를 공장 구석에 키우고 있는데, 너무 불쌍하다고 한번 가서 보고 결정해도 좋다고 갔는데... 그날 바로 데려온 거지... 그런데... 너무 순한 이 아이, 이렇게 하얗고 작은 순한 강아지를 왜 버렸을까? 우리 가족은 첫눈에 반해 버렸다. 이름은 똘순이 (조카님이 똑똑해 보인다고 똘순이라고 부르자고... 아빠는 꽃순이로 부르신다.) 우리에게 와 한 살 반이 된 똘순이는 행복할까?

이번 견생, 두부여서 좋았다!

유기견 출신 두부의 견생역전 에세이

다른 강아지에게 공격을 받아 한 쪽 눈을 잃게 된 믹스견. 잃은 건 한 쪽 눈만이 아니었다, 엄마에게도 버림을 받았다. 하루하루를 보호소에서 죽음만 기다리고 있던 것 같은 유기견에게 두 번째 엄마와의 만남은 새 삶에 대한 기대보다는 언제 다시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보호소에서 만난 한쪽 눈을 잃은 유기견을 만나 입양하게 되고, 두부라는 이름으로 불러주며 가족이 되고자 했던 곽재은 미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바잇미 최고경영견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사람이 아닌 강아지의 생각과 시선에서 쓰인 것처럼 빠져들게 된다.

#강아지계의한비야

#개인기없는개 #실외배변견 #머리큰모델견 #유서깊은믹스견

#이모근데빈신실화야 #반가운마음반토막치게만드는잔인한빈손

[내 두 번째 이름, 두부]는 강아지의 입장에서 쓰인 글이다. 두부에게 빙의하셨나요? 두부가 글을 읽을 줄 알았다면, 아니 정말 두부가 글을 썼다면 이렇게 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두부의 캐릭터와 글은 너무도 찰떡이다. 짧은 에세이 끝마다 코멘트처럼 달려있는 저자의 태그를 읽어보는 것 또한 꿀 잼! 두부의 알레르기를 위해 생닭을 썰어 식품건조기에 말려 먹이던 게 바잇미의 시초가 되었고, 'Buy 2, Give 1'라는 브랜드 이념을 걸고 수제간식 사업을 시작하게 된 엄마. 덕분에 두부는 미국의 유기견에서 강아지계의 한비야로 한국으로 이주해 엄마와 직원들을 거느린 최고경영견으로 제품 판매와 홍보활동도 하며 행복한 견생역전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 페이지 마지막 즈음... 폭풍 오열 구간이 있으니 혼자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은 글이다. )

서로가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반려견의 시선으로 보게 된 이 글은, 작은 동물을 키워볼까? 하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진지하게 입양을 권유하는 글이기도 하다. 아무리 말하지 못하는 동물이라고 하지만 생각과 달라서, 말을 듣지 않아서 쉽게 버리는 이들의 행태가 얼마나 나쁜지.. 생명을 가진 작은 동물을 가족으로 들이기 전, 최소한의 각오와 마음다짐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우리 반려견 똘순이와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다.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가끔 나는 '내 인생에 두부가 없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해본다. 두부가 없었다면 나의 외로웠던 유학 생활은 더 외로웠을 것이고, 강아지를 이렇게나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부가 없었다면 유기견 문제는 남의 동네일인 양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부를 만나고 나서 많은 것이 변했다. 두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_엄마편

제 이야기를 쓰면서 과거를 돌이켜보니 슬프고 속상해서 눈물이 나기도 하고, 또 어떤 에피소드는 부끄러워서 불태우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주실 분들께 가슴 아픈 눈물보다는 행복한 웃음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제 이야기를 통해 많은 유기견, 유기묘 친구들이 희망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_ 바잇미 최고경영견 두부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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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 미국 문학의 꺼지지 않는 ‘초록 불빛’ 클래식 클라우드 12
최민석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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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영문학 강의에서 가장 많이 읽히며, 20세기 소설 2위를 차지한 [위대한 개츠비]를 쓴 피츠제럴드.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영화와 스토리를 알고 있기 때문일까? 궁금했지만 가까이할 수 없는 너무 먼 당신으로 느껴졌던 개츠비를 클래식 클라우드를 통해 읽어보게 되었다. 미국을 알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야 할 작가로 이야기되는 피츠제럴드를 미국 문학의 꺼지지 않는 '초록 불빛'에 비유한 부분에선 자연스럽게도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리게 된다.

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_클래식 클라우드 피츠제럴드 X 최민석

데뷔작인 [낙원의 이편] 대성공 이후 사교계에서 화려한 삶을 누렸지만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화려했던 재즈의 시대를 이야기하면 바로 개츠비를 떠올리게 되는 건 [위대한 개츠비] 영화에서 보았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서였을 것이다. 그가 살아왔던 삶이 [위대한 개츠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의 삶과 글은 닮아 있는듯하다. 아내 젤다의 정신병, 막대한 빚, 알코올 중독은 그를 나락으로 몰아갔지만 무명의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면서도 재기를 꿈꾸며 글을 쉼 없이 글을 썼던 건 '살기'위해서였을 것이다.

피츠제럴드만이, 세상의 불편한 문제를 대담하게 문학적으로 대면했다. 그가 다룬 문학적 주제는 계급이다. 우리 모두가 계급 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21세기 한국에 양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서구권에 노예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표면적인 계급 사회는 이미 근대에 종언을 고했다. 하지만 부는 대물림되고, 교육받을 기회는 불평등하게 부여되고, 살면서 겪게 될 경험의 양과 질이 다름은 부인할 수 없다. (014~015p.)

피츠제럴드가 받은 상처의 대부분은 태생적인 것이었다.(153p.)

저자 최민석이 피츠제럴드의 삶의 행적을 따라가며 이야기하는 피츠제럴드는 그의 콤플렉스인 첫사랑 지네브라 킹으로부터 받은 실연의 상처, 프린스턴대 시절에 경험한 '계급의 상처'를 그의 작품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상처로 점철된 그의 인생은 자신이 가진 것들로는 행복해질 수 없었던 걸까? 하지만 한편, 그가 자신의 삶에 만족했다면 그의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없었겠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서점에서 자신의 작품을 구입해 만나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었다는 피츠제럴드를 회고하는 서점 주인들의 이야기는 그의 인생이 순탄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면인 것만 같다.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리면 그의 작품에 열광하는 지인 몇몇이 바로 떠오를 정도이지만, 정작 책을 소장하고 있으면서도 완독하지 못했던 [위대한 개츠비]부터 읽어봐야겠다.

사실, 일독을 하고 나선 [위대한 개츠비]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이게 왜 고전인가' 하며 자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대한 소설은 읽을 당시에는 감흥을 주지 않더라도, 책장을 덮고 그 소설에서 떠나 완전히 관계없는 일상을 살아내고 있을 때에 차차 존재감을 드러낸다. [위대한 개츠비]가 그랬다. (202~203p.)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 피츠제럴드X최민석 , 책에서 여행으로, 여행에서 책으로 우리 시대 대표 작가 100인을 기획하며 시작된 시리즈로 나의 깊이를 만드는 클래식 수업! 클래식 클라우드 앞으로 출간될 책들도 기대되는 시리즈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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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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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30대 워킹맘 세라는 앨런 러브록 교수의 끈질긴 추근거림에 지쳐가고 있었지만 학교에서 승진심사를 앞두고 자신이 잘 피하기만 하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심사에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앨런 러브록이 자신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했을 때만 해도, 승진심사 통과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잠시 통화하러 나온 사이 접근해 온 러브록 교수를 불안해하고 있을 때 질리언 아널드라는 여자가 난입해 파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그의 성추행 사실을 인사과 학장에게 고발했지만 자신이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고 힘이 있는 앨런은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오랜 세월 자신의 취향인 여자들을 계속해서 괴롭혀온 것이다. 세라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은 아닐 것이라고 다짐하지만.... 러브록 교수는 세라의 상황을 교묘하게 압박해오며 자신에게 복종하길 종용하게 된다. 러브록 교수의 승진심사로 폭주하게 된 세라. 우연히 목격하게 된 사고, 순식간에 사라진 여자아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고 당사자들도 여자아이도 증발한 것처럼 사라졌다. 그런데... 어느 날 나타난 볼코프는 자신의 딸을 구해줘 고맙다며 은혜를 갚겠다고 한다.

"내게 이름 하나만 주시오.

감쪽같이 사라지게 해주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이미 자신의 주변 조사를 모두 마친 볼코프는 세라를 도와주겠다는 건지 협박을 하겠다는 건지... 72시간 내에 제거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만 알려주면 자신들의 거래는 끝이라고 이야기한다. 단, 72시간이 지나면 이 거래는 무효. 그녀의 아이들과 가족 신상을 모두 알고 있는 볼코프. 자신과의 만남,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 자체가 이미 공포가 아닐까?

알량한 권력으로 (무시할 순 없지) 여자들을 추행했던 러브록 교수의 횡포는 그가 하는 짓을 알면서도 그를 두둔하는 조직도 역겹고 비겁하게 보였다. 그가 가져다주는 이익을 포기할 수 없으니 그가 하는 범죄행위는 눈감아주는 사람들... 표적이 된 사람이 조심하고 피해야만 하는 상황.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절실함을 이용해 점점 더 압박해오는 러브록 교수. (아! 진짜 쓰레기!!)

그녀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은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운 반전을 가져와 그녀를 더욱 궁지로 몰아가지만 자신의 선택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 그녀의 복수는 꽉 막힌 쳇증이 일순간에 확! 내려가는 반전을 선사한다. 날샘주의!!

14p.

규칙은 간단했다. 가능하면 그와 단둘이 있지 말 것. 그를 부추길 수 있는 어떤 말도 행동도 하지 말 것. 택시나 엘리베이터에 함께 타지 말 것. 연구실 밖, 특히 호텔이나 학회장에서 그를 상대할 때는 각별히 주의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코, 어느 때고, 어겨서는 안 될 제1 규칙. 그가 술을 마셨을 때는 위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을 것. 그는 맨정신일 때도 상태가 안 좋지만 술에 취하면 더욱, 훨씬 더 악질이 되었다.

56p.

"아직 아니라면, 곧 그럴 거예요. 혹시 모르고 있을까 봐 일러두는데, 저 사람 상습범이에요."

세라는 나도 너무 잘 알아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끝내 침묵을 지켰고 그런 자신이 너무도 싫었다. 양 볼이 뜨거워졌다.

63p.

"빠져나올 수 있을 때 나와야 해요.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그럴 수 없어요. 아직은 안 돼요."

"그쪽이 무얼 하든, 아무 소용 없어요. 러브록이나 대학을 바꿀 수는 없어요. 러브록은 너무 값비싼 존재거든. 아무도 건드릴 수 없죠."

139p.

"누구에게나 말하고 싶은 이름이 하나쯤은 있습니다.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말입니다. 스스로 인정하든 아니든."

214p.

그는 거의 2년 내내 세라를 희롱하고 더듬고 자신과 자도록 압박해왔다. 결코 미묘하지 않던 추근거림은 원치 않는 접근과 신체 접촉으로 커져갔다. 그런데 이제 그는 세라가 굴복하지 않는다면,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가 원하는 것을 위하도록 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간단히 세라를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듯했다. 세라를 학과 내 과잉 인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477p.

때로는, 아주 가끔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도 사실일지 모른다.

#29초

#TM로건 #천화영옮김

#arte

#스릴러소설 #추리소설 #영미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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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문구 - 나는 작은 문구들의 힘을 믿는다 아무튼 시리즈 22
김규림 지음 / 위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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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부모님이 사주시는 연필들로 필통을 채웠다면, 용돈이란 걸 받기 시작하고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문방구에 드나들며 펜, 노트 등을 취향대로 골라 구입하는 재미를 알게 됐다. 이러한 소소한 즐거움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잘 써지는 볼펜, 취향의 노트, 포스트잇, 파일철 등등 분야를 점점 넓혀가다 뒤늦게 마스킹 테이프와 스티커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 포스트잇의 종류와 메모장의 디자인도 다양하지만 마스킹 테이프는 한번 빠져들면 개미지옥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무궁무진하고 금액도 천차만별! 그렇다고 이렇게 수집한 스티커나 노트들을 쓰냐? 하면 또 그건 아니다. 아까워서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끼다 똥 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겠지? 올해 초 열심히 수집했던 귀여운 문구들은 어느새 공구함으로 한가득이 되었고 필사를 하겠다고 펜과 노트를 야금야금 들이다 보니 여기저기 쓰다만 노트들이 꽤 돌아다니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문구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이런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써도 다 쓰지 못할 펜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펜이 나오거나 '이 펜 정말 좋더라.'라는 글을 보게 되면 구입하지 못해 몸살이 나곤 한다. 간혹 외출을 하게 되면 문구 관련 코너는 꼭 들러 아이쇼핑이라도 한다. <아무튼, 문구>의 김규림 작가의 글을 읽으며 덩달아 행복하고 문구인으로 앞으로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길 바라기도 했다. '그래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건 거창한 게 아니야, 소소한 작은 물건 하나에도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지.' 그리고 알토란같이 소개해준 문구들도 챡챡 메모해두었으니 조만간 외출길에 몇 종류 구비해둬야겠다.

14p.

사랑에 이유가 있나 그냥 좋으니까 좋은 거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문방구에 대한 내 사랑은 꽤나 깊은 사랑이었구나 싶다. 무언가에 쉽게 빠지고 또 금방 질리는 성격임에도 문방구에 대한 사랑만큼은 해가 갈수록 깊어진다. 많은 것이 디지털화되어가는 요즘 세상에서도 나는 아직도 문구류를 활용해 손으로 직접 쓰고 붙이고 만드는 걸 제일 좋아한다. 수고로워도 즐겁고, 투박해도 따뜻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평생을 문방구와 함께 하지 않을까 싶다. 꼭 그랬으면 한다.

21p.

문구를 사용하면서 생각나는 차분하고 고요한 순간들이 참 좋다. 그저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만으로도 갑갑한 마음이 해소되고 위로를 얻었던 순간의 기록들. 그 순간들이 모여 한 권 한 권 책으로 쌓여간다.

38p.

아끼는 물건들로 복닥거리는 내 책상을 좋아한다. 긴 하루 끝에 집에 돌아와 책상 앞에 앉으면 안도와 위안이 몰려온다. 하루 평균 8시간 일하는 직장인이라면 평일의 3분의 1 정도를 책상에서 보낸다고 할 수 있겠는데 (사무직이라면 말이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도 곧장 책상 앞에서 보내는 셈이다. 그러니 책상 위에 부지런히 사물들을 들여놓고 사용하고 기록하는 행위는 결국 나의 삶을 가꾸는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더 살뜰히 가꿔야겠다. 책상도, 나의 삶도.

49p.

나의 문구 서랍에는 같은 물건이 늘 여러 개씩 있다. 써보고선 좋다 싶은 문구는 곧장 문구점으로 달려가 두세 개씩, 혹은 몇 박스씩 더 사놔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고 마음껏 쓰기 위한 생존 전략이랄까.

94~95p.

문구의 세상은 결코 실용성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나는 쓸데없는 것들의 힘을 믿는다. 생필품들은 삶을 이어나가게 해주지만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쓸모없는 물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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