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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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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편하게 즐겼던게 언제였던가? 생각해보니 중,고등학교 시절이후로 찾아 읽게 되지 않았던게 그 즈음 부터였던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훌쩍 지나 삼십대가 되서야 책을 가까이 하게 되었으니, 그동안의 시간 동안 시집이나 책을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닐텐데,  소설이나 에세이는 찾아 읽으면서 시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시간들, sns를 뒤적이다 문득 발견한 마음에 콕 박히는 짧은 글들은 그동안 내가 찾아 읽지 않았던 시들이 대부분이었고, 지난해 즈음 시를 찾아 읽어야겠다는 강렬한 끌림에 시집을 한 권씩 사들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드라마에서 간간히 등장했던 탓도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가의, 특히 시인의 공들이 작업은 저 보이지 않는 삶을 이 보이는 삶 속으로 끌어당긴다.  그의 사치는 저 세상에서 살게 될 삶의 맛보기다.  그 괴팍하고 처절한 작업을 무용하게 만드는 것은 이 분주한 달음박질에서 한 걸음 비켜서서, 내가 왜 사는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묻기를 두려워하는 지쳐빠진 마음이다. / p031



시집이 어렵다고 생각했고 찾아 읽지 않았던 건, 학창시절 짧은 시 한 편을 몇 시간에 걸쳐 해석하고 시험을 치뤄야했던 그 지난함에 질렸던게 아닌가 싶다.  시험과 연관하지 않았던 시읽기는 즐거웠지만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분석과 공부는 자발적으로 '시'로 부터 멀어지게 한 시간이었으니까.  지금도 20년도 전에 구입한 손 때묻은 시집들을 보관하고 가끔 펼쳐보곤 하는데, 그 시절의 고민과 감정들이 새삼스러운 기분이라고나 할까? 



나태와 무책임에 형식이 없듯 악의 심연에도 형식이 없다.  미뤄둔 숙제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었고 쌓아준 죄악이 우리를 마비시켜, 우리는 제가 할 일을 내내 누군가 해주기만 기다리며 살았다  누군가 해줄 일은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다.  아니 기다리지도 않았다.  책 한 줄 읽지 않고도 모든 것을 다 아는 우리들은 "산다는 게 이런 것이지" 같은 말을 가장 지혜로운 말로 여기며 살았다.  죄악을 다른 죄악으로 덮으며 산 셈이다.  숨 쉴 때마다 들여다보는 핸드폰이 우리를 연결해주지 않으며, 힐링이 우리의 골병까지 치료해줄 수 없으며, 품팔이 인문학도 막장드라마도 우리의 죄를 씻어주지 않는다.  실천은 지금 이 자리의 실천일 때만 실천이다.  진정한 삶이 이곳에 없다는 말은 이 삶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라, 이 삶을 지금 이모양으로 놓아둘 수 없다는 말이다. / p098


사물을 새롭게 본다는 것은 말이 쉽지 지극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오래 기다려야 하고 사물에 자신의 온갖 신경을 다 바치면서 쉬지 않고 생각해야 한다.  /p126



현대시를 연구하며 문학비평가로 활동중인 황현산 저자의 <우물에서 하늘 보기>는 시와 다시금 가까이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책이었다고 할까?  처음 몇 장이 낯설어서 잘 넘어가지 않더니 뒤로 넘어갈 수록 책장이 휘릭 휘릭 넘어가는게 짧은 문장에 담긴 역사적, 시대적 배경과 시인들의 안타까운 삶을 읽으며 다시금 관심을 갖게 만들어주었다.  어쩌면 '시'를 더 이해하기 위해선 더 많은 글을 읽고 시대와 역사를 알아가야 겠지만 이 한 권의 책으로 잠시나마 멀리했던 '시'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책읽는 시간들이 즐거웠던 책이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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