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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과학 - 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 ㅣ 사소한 이야기
마크 미오도닉 지음, 윤신영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4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416/pimg_7248661241402859.jpg)
소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읽기 시작했던 책이었다. 학창시절에도 과학엔 잼병이었고, 과학의 발전이 더이상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첨단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어린시절 영화에서나 보던 상상들이 요즘 들어 하나둘 이루어 지고 있는걸 보면 앞으로도 과학의 발전은 끊임이 없을것 같기도 하다. 일상속에서 과학의 이야기를 정말 이야기하는 것처럼 끌어내는 사람, 어쩌면 어린시절 그의 작은 호기심이 오늘날 그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을 읽어가는덴 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이 책은 구성 방식도 독특하다. 10가지 재료를 다루는 10가지 이야기들이 모두 작가의 일상을 찍은 평범한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다. 사진에 나오는 낯익은 사물의 재료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그 '속'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개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각각의 재료에 따라 변주가 일어나기도 한다. /p5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하는 10가지 재료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등장하는 저자가 지붕에 앉아있는 사진 한 장으로 부터 시작한다. 그냥 한 장의 사진일 뿐인데.... 3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그의 갖가지 일상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사물들에 대한 관찰력과 해박한 지식은 읽는 동안 뇌가 즐거워 지는 기분이 든다. 단순히 과학적인 접근이었다면 읽다 금방 포기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유년시절과 경험도 양념처럼 곁들어 하는 이야기들은 그가 어떤 이야기를 더 들려줄지 궁금함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한다.
야누스 입자는 전자책을 읽는 행위를 실제 책을 읽는 경험과 훨씬 더 비슷하게 만든다. 최소한 페이지 위의 단어가 보여주는 모습이라도 말이다. 기록된 단어의 미래 모습일까. 하지만 전자종이가 책을 완전히 밀어낼 것 같지는 않다. 종이 특유의 냄새나 느낌, 소리가 없기 때문이다. 책 읽기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이렇게 여러 감각을 자극하는 특징 때문이다. 사람들은 글이 적혀 있는 것을 사랑한다기보다 '책'이라는 형태를 사랑한다. /p85~86
더 샤드에서 다음에 일어난 일은 콘크리트의 잠재력을 찬양하는 것과는 별개였다. 강철과 유리가 천천히, 하지만 체계적으로 건물의 겉면을 덮기 시작했다.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 코어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것이 주는 암시는 분명하다. 콘크리트는 부끄러운 것이다. 바깥세상, 혹은 거주민들과 민낯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은 없다. /p114
이상한 재료나라의 미오도닉, 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게 정말 갖가지 사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강철, 종이, 콘크리트, 초콜릿, 거품, 플라스틱, 유리, 흑연, 자기, 생체재료 '자기'라는 단어 하나 빼고는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거나 들어보았을 단어들 아닌가? 이러한 단어들을 수식하는 단어들 조차 세련되서 이 사람이 과연 과학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소설을 읽는 속도로 읽어 갔던 책. 어쩌면 우리는 주변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돌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기전 책을 표현하는 단어들을 신뢰하지 않는 평인데, 미오도닉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어떤 재미있는 과학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줄지...
흔히 지구상에서는 더 이상 발견할 곳이 남지 않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상의 규모에서 볼 수 있는 장소를 말하는 것이다. 돋보기를 가지고 집의 아무 구석이나 들여다보라. 탐험으로 가득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강력한 현미경을 쓰면, 가장 환상적인 특성을 지닌 생명체로 가득 찬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니면 망원경을 써보라. 눈앞에 가능성의 우주가 열릴 것이다. 개미는 개미의 규모로 도시를 짓고 박테리아는 박테리아 규모로 도시를 이룬다. 인간의 규모와 도시, 문명에 특별한 것은 없다. 예외가 있다면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크기를 능가하게 해주는 재료를 가졌다는 점이다. 바로 유리라는 재료다. /p23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