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 -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을 꿰뚫는 현대 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테리 번햄 지음, 서은숙 옮김 / 갤리온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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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은 그동안 '투자'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전무하였다. 그러던 중에 작년에 빅히트를 친 <20대여 재테크에 미쳐라>를 통해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였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건데 그동안 바닥을 치던 국내 주식형 펀드는 이제야 겨우 수익을 내고 있으며 당시 경이적인 수익률을 내던 중국 펀드는 역시 경이적인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 돌이켜 보건데 당시 내가 적립식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심할 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한창 KOSPI 2000 포인트를 넘길 때 투자를 시작했으니 그동안 겁이 나서 수익률 조회도 하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왜 최악의 상황에서 투자를 결심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이 책을 전부 읽고 나서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의 글쓴이는 정통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대로 시장은 효율적이라는 것을 반대한다. 그는 시장은 근본적으로 '비열'하며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진화론에 따라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이른바 '도마뱀의 뇌'를 가질 수 밖에 없어서 이런 비열한 시장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인은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이 책에 포함된 생물학적 내용에 대해 옳은 내용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을 배운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익히 알고 있던 내용을 경제학에 접목하지 못하였고 이에 비해 이런 여러운 작업을 글쓴이는 해낼 수 있었다. 즉, 우리가 비열한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리를 패배하게 만드는 도마뱀의 뇌를 억제해야한다. 결국 우리의 도마뱀의 뇌가 우리에게 명령하는 것과 반대로 해야지 비열한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 책에서 이에 기초한 글쓴이가 소개한 몇가지 투자방법을 살펴보자.

 

 먼저 생산성 수치 증가률이 연 3%를 유지할 수 있으면 케인즈가 예측한 대로 정보기술력으로 인한 풍요와 여유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지만 3% 미만이라면 버블 붕괴 직후의 일본처럼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가격 안정을 당연시하는 상황에서 가격 불안정성(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에서 보호하기 위한 최고의 시기이며 이는 현재 가격에서 구매하고 대출 받을 때 고정 이자율을 선택함으로써 가능하다고 글쓴이는 주장한다. 그리고 현재 변동 환율제에서는 순 자산의 15% 정도를 해외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환율의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기쁨을 유발하는 도파민 중독에서 탈출하여 도마뱀의 뇌를 조절하는 지각 능력을 개발하라는 것이다. 비록 작년 이맘 때 주가지수가 최고일때 투자를 시작하는 최악의 선택을 이끈 것이 도마뱀의 뇌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으므로 앞으로는 도마뱀의 뇌를 제어하여 비열한 시장에서 성공하도록 노력할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자신이 투자에서 왜 자주 실패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서 나와 같이 도마뱀의 뇌를 제어하여 비열한 시장에서 승리하는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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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임헌영 대담 / 한길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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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굉장히 존경하는 리영희 선생님의 자서전 격인 이 책에 대해 서평을 쓰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다. 나는 리영희 선생님이 겪으신 <한국전쟁>이나 군사독재시절을 겪지 않았으며 나의 선배들이 투쟁으로 얻어낸 과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그 열매를 향유하고 있다. 이렇게 나의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마당에 이 책에 대해 서평을 쓰게 되는 것이 굉장히 죄송하고 조심스럽지만 솔직히 내가 돈을 받고 서평을 쓰는 것도 아니고 어떤 의무를 가지고 서평을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주관적' 관점에서 서평을 쓸 생각이다. 그러니 자신의 생각과 틀린 점이 있거나 부족한 점이 있어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본인의 경우 이른바 '베스트셀러'를 신뢰하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 표지의 '띠지'를 보면 이 책이 수많은 신문사와 출판협회 등의 권장도서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는 속담이 출판계에도 적용됨을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본인은 이 책을 구입하기를 저어할 수 밖에 없었다. 완전 2005년의 최고의 책임을 자랑하는 듯한 '띠지'들을 보면서 알게 모르게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도 불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걱정은 필요없었던 것임이 밝혀졌다. 오히려 이 책 띠지에 나타난 표현들이 오히려 부족하게 보일 정도로 2005년 최고의 책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책의 저자인 리영희 선생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순리일 듯 하다. 리영희 선생님은 1929년 평안북도 운산군 북진면에서 태어나서 1950년 한국해양대학을 졸업한 뒤 영어교사로 근무중 6.25 전쟁이 발발하여 군에 입대하여 7년간 복무했다. 복무 후 합동통신 외신부 기자, 조선일보와 합동통신 외신부장을 역임하고 1972년부터 한양대학교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중 박정희정권에 의해 해직되어 복직과 해직을 번갈아 하였다. 그후 일본과 독일 등에서 연구와 강좌를 하였다. 이런 글쓴이의 이력을 보고 있자면 일제시대~6.25~군사독재 등 평탄하지 않았던 삶을 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우여곡절이 많은 삶 속에서 글쓴이는 끝까지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 왔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글쓴이ㅇ[ㄱ[ '지식'이란 무엇인지 알려주는 글을 조금은 길지만 그대로 옮겨 보도록 하겠다.

 

"인간은 누구나, 더욱이 진정한 '지식인'은 본질적으로 '자유인'인 까닭에 자기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이 이념에 따라, 나는 언제나 내 앞에 던져진 현실 상황을 묵인하거나 회피하거나 또는 상황과의 관계설정을 기권으로 얼버무리는 태도를 '지식인'의 배신으로 경멸하고 경꼐했다. 사회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그에 앞서 자신에 대한 배신이라고 여겨왔다."

 

 이런 글쓴이의 생각대로 글쓴이는 이 책에서 자신이 꾸준히 '지식인'의 삶을 살아 왔으며 특히 '친일파, 극우보수주의자, 정치인, 재벌, 기독교 원리주의자, 특히 미국'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고 진실을 알리는 삶을 꾸준히 살아왔다고 자랑하고 있다. 물론 나도 글쓴이의 생각과 같이 '지식인'으로서 '깨어있는 삶'을 살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글쓴이의 '지식인의 삶'에 대한 정의는 우리에게 진정한 지식인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좋은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가지는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분명 글쓴이가 미국에 대한 환상을 깨고 장기 집권을 원하는 극우보수주의자와 기독교 원리주의자, 친일파에 대한 것을 샅샅이 드러낸 점은 높이 살 수 있지만 책 전부에서 사실을 드러내는 것 정도를 넘어서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이고 있다. 한가지 명심할 것은 너무 어떤 대상에 대해 악감정을 드러내게 된다면 그에 대한 독자의 믿음은 반비례 할 수 밖에 없다. 즉, 한마디로 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균형잡힌 시각'을 위해 다른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미국은 정의로운 나라이며 북한은 우리의 적이라고 인식하시는 분은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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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형 평전 역사 인물 찾기 5
이기형 지음 / 실천문학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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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양 여운형”은 누구인가? 그 동안 대한민국에서 몽양은 독립운동가로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였다. '05. 2.22(화)에 대한민국 정부는 “몽양 여운형” 선생에 대해 건국훈장 2급 대통령장 서훈을 3.1절을 기해 추서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동안 “몽양”은 좌익이라는 이유로 철저히 기존 교육과정에서 외면되었으며 일제시대에 탁월한 민족지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였다. 뒤늦게 마나 서훈이 된다는 점은 다행스러우나 2급 대통령장에 불과한 점은 아직도 우리나라에 이른바 “빨갱이”에 대한 콤플렉스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매우 아쉬운 점이다.

 

 그 동안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독립운동사에서 이른바 “좌익”의 역할을 배우지 못하였고 신탁통치 과정에서 ‘찬탁’을 주장했던 좌익 공산당은 반민족적이라는 점을 배워온 나에게 이 책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 책에서 나타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몽양”의 존재와 ‘국부’로 추앙받는 이승만의 “정치깡패”로서의 모습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우익’으로 대표되는 반민족적 친일집단의 망령이 존재하고 있음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몽양”은 일제시대 좌, 우익에 치우치지 않은 유일한 엄정 자주적인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기회주의자라는 오해를 받고 반민주적인 테러를 당해 죽임을 당했다. 테러의 배후에는 경찰과 미군정의 비호를 받는 이승만이 있었고 이승만은 송진우와 김구, 여운형의 암살을 통해 권력을 잡았으며 권력욕에 눈이 멀어 남, 북 통일을 뒤로 하고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수립하여 50여년의 남, 북 분단을 방조하였다.

 

 지금 우리 민족은 핵의 위험 속에 생존의 기로에 서 잇다. 이 위기를 벗어나 민족에게 통일과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주려면 미, 소 냉전의 흑백논리에서 벗어난 민족자주정신이 필요하고 그러한 점에서 몽양의 정치노선은 재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p.s) 참고로 나는 책에 대해서 점수가 짠 편이다. 나름대로 좋은 책임에도 별을 3개밖에 주지 않은 이유는 몽양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은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평전]이라면 객관적인 입장에서 어느정도 비판적인 내용은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한 일물에 대해 긍정, 비판적인 면 중 긍정적인 면만 부각시켰으니 나도 전체 5점 중에 절반만 주는 것이 공평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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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리딩 - 100배의 이익을 창출하는 다독의 기술
혼다 나오유키 지음, 김선민 옮김 / 미들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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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도 나름대로 많은 책을 읽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학교 등하교길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데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2~3권 정도를 읽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독서는 투자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였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다독이야 말로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라는 점을 가르쳐 주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다독을 하다 보면 하나 하나의 책을 곰곰히 씹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글쓴이는 한 주제에서 한 권의 책만 읽으면 그 내용이 절대적인 것이라고 독선에 빠질 가능성이 높으나 다독을 하면 그 사안에 대한 나름의 판단기준이 생기고 이로써 판단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글쓴이의 지적은 매우 타당하다. 다독을 하면 얻게 되는 중요한 장점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다독을 위해 필요한 부분만 읽다보니 아무래도 그 깊이가 '문제'가 된다. 이에 글쓴이는 책을 읽기 전에 미리 내가 이 책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책을 읽고 난 후에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자신만의 '궁극의 책'을 만드는 방법을 이용하면 된다고 제안하고 있다. 물론 일반적으로 책을 읽고 나서 정리를 하지 않으면 머리만 흔들면 그 내용은 휘발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이렇게 책을 읽고 나서 리뷰를 쓰는 것도 리뷰를 쓰면서 책에 대한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 밖에 다양한 방법으로 '레버리지 리딩' 을 하기 위한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른바 '비지니스 책'에 대한 다독 방법이므로 비지니스 관련을 제외한 책에서는 적용하기 힘든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데 고전을 어떻게 하루 1~2시간에 읽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 밖에 책을 정리하는 방법이나 '궁극의 책'을 만드는 방법은 굳이 비지니스 서적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적용이 가능한 방법이다. 또한, 책을 고르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는데 이 방법은 대부분의 다독자라면 비슷할 것이다.

 

 결국 처음부터 글쓴이가 꾸준히 강조했듯이 '독서 = 투자라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는 것이다'라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본인도 학교 등하교길 지하철에서 책을 읽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1~2권은 꾸준히 읽고 있는 편이다. 혹시 자신이 책은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수많은 책들 중에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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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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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서평이 좋은 책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 의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제목은 멋있는 책" 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내가 이렇게 표현했는지 알고 싶으신 분은 중간 단락은 읽지 말고 맨 마지막 2 문단만 읽어보기 바란다. 어차피 중간 단락은 책 내용을 요약하는데 불과한 것이고 내가 이 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마지막 2단락에 다 적어놓았다.

 

 1부 벽에 들린 사람들에서 특히 감동을 준 것은 굶어죽은 천재 김영과 위대한 둔재 김득신의 일화이다. 누구도 범접하지 못한 천문학과 수학의 천재 김영…. “세상은 재주 있는 자를 결코 사랑하지 않는다”란 말로 그의 삶을 한마디로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능력 있는 자를 신분이 비천하다고 손가락질 하고 그의 죽음 뒤엔 유작을 모조리 훔쳐간 천문관들의 행태는 요근래 학벌중심주의와 남의 저술을 제 것이랑 훔치는 사람들의 행태와 다름이 없을 것이다.
 
 또한 위대한 둔재 김득신의 경우, [백이전]을 11만 3천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그의 [독수기]에는 만번보다 적게 읽은 것은 아예 꼽지도 않았는데도 36권이 되니 요새 현대인들은 반성해야 할 것이다. 나도 책을 읽은 후 그 횟수를 기록하는데 기껏해야 한권당 3번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한달에 책 1권 읽기도 힘든 상황이니 모두들 김득신을 본받아 독서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에 책에 미친 이덕무에 대한 일화가 소개되는데 나를 깨우는 죽비소리와도 같았다. 고백하건대 나의 독서는 지적 편식이나 편집적 욕망에 머물고 있었다. 이에 비해 이덕무의 독서는 이를 뛰어 넘어 천하를 읽는 경륜으로 이어지는 지적 토대가 되었다. 나에게 있어 독서의 목적을 일깨워 주는 좋은 비판 이었다.

 

 이어서 박제가와 서문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둘의 공통점은 세상을 바꿀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세상이 그들을 알아주니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박제가가 묘항산에 가면서 서문장전을 가지고 간 것이 아닐까? 서문장은 세상과 만나지 못한 좌절로 인해 번뇌를 없애기 위해 도끼로 제 머리를 깨뜨리기도 하고 귀가 멀어야 이 미친 세상의 소음을 들을 수 없기에 송곳으로 귀를 찌르기도 하였다. 이를 보면 위정자들은 인재 없을 탓하지 말고 인재를 알아볼 눈이 없음을 탓해야 할 것이다.

 

 이어서 현대로 말하자면 쪽집게 과외교사에 불과할 노긍이란 인물에 대한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그는 정조시대의 과거시험 답안 대필업자였다. 그는 수없이 많은 과거에서 급제를 하였으나 단지 명예만을 더할뿐 몰락한 잔반에 불과한 그에게 벼슬의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 때문에 시대를 한탄하면서 보냈으며 양웅을 알아준 환담과도 같은 이가환이 아니었으면 역사에 기록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2부는 멋진 만남에 대한 이야기 이다. 첫번째로 허균과 화가 이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화가 이정은 당시 세도가 집에 초청되어 그림을 그려주었는데 솟을대문에 두마리의 소가 물건을 바리바리 싣고 들어가는 것을 그려주었다. 이는 "너 혼자 다 해먹어라"란 뜻이렸다. 결국 평양으로 도망을 치고 말았는데 허균이 그에게 평소 생각하던 집을 그려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나 그가 죽어서 그의 뜻을 이루어 지지 못하였고 결국 허균도 11년 후 반역을 꿈꾸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나도 허균이 그려달라고 부탁한 집에서 살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중에 나이가 먹으면 함 시도해 봐야 겠다.

 

 이어서 허균과 기생 계량의 우정의 일화가 나온다. 과연 남자와 여자와의 우정이 가능한가의 문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위의 경우는 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기생은 현대의 몸파는 계집이 아니었다. 가무와 시서화에 능숙한 전문직종이었으며 허균은 그런 계량과 몸을 섞지 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요새 선생님이 대학을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권필과 송희갑의 강화도 생활을 많은 교훈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송희갑은 원래 무식하였는데 "선비가 세상에 나서 스승 없음을 근심할 일이지 배움이 서지 못함은 근심할 것이 못 된다"라면서 강화도로 권필을 찾아오게 된다. 돌이켜보건대 나에게 있어 그런 스승은 없는 듯 하여 매우 아쉽다. 이 모두가 내가 교만하고 스승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정약용과 황상의 만남도 소개하고 있는데 황상에게 준 오로지 부지런하면 된다는 가르침을 붙잡고 글에 매진한 황상을 보면서 나를 돌이키게 된다. "부지런함"이라...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어서 홍대용과 그의 벗들의 음악이 있는 풍류를 소개하고 있다. 사실 나는 음악에 있어서 그다지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다. 늘 음악을 듣고 간단한 악기는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매우 미미한 편이다. 얼른 악기에 노력을 쏟아서 홍대용과 같은 풍류를 겪어 보아야 겠다.

 

 이어서 박지원의 돈을 꿔달라는 편지에서는 돈을 빌리는 입장이면서도 전혀 비굴해 하지 않고 위트를 섞는 연암의 성격을 알수 있었으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내의 노을치마에 써준 글에서 가족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제 3장은 일상 속의 깨달음에 대한 내용이다. 이 장에서 소개하고 있는 그림자놀이와 홍길주의 이상한 기행문과 세검정 구경하는 법등을 보면 고리타분한 양반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은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이런 글이 쓰여진 시기가 조선 초기가 아닌 후기라는 사실이다. 그 전까지는 아마도 이런 고리타분한 성리학은 우리의 상상 그대로 였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미쳐야 미친다'이다. 그런데 제 1장을 제외하면 제목과 관계 없는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래서 1장에서 받았던 감동과 나를 채찍질하게 하는 죽비소리는 2, 3장에 들어서는 단순한 '지식' 이상을 독자에게 주지 못한다. 또한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원문을 소개하고 다시 글쓴이가 풀어서 설명하는 것은 읽기에 어려운(하지만 오래된 글이라서 낯선 것일 뿐일 수도 있다.) 글을 현대어로 풀어주는 것은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해주는 순기능도 있으나 어떻게 보면 작가의 생각을 강요하는 게 될 수도 있으며 좀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쪽수를 늘리려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결국 비교적 많은 자료를 찾아서 수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인물(허균, 정약용 등)에 치우친 것과 1장을 제외하면 단순한 인물 소개를 벗어나지 못한 점, 특히 책이 전혀 하나의 흐름을 잡지 못하고 각각의 장과 에피소드가 따로 따로 설명하는데 그친 점은 책과 글쓴이에 대해 실망하게 하는 점이다. 즉,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선택하신 분은 이 책의 1장만 보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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