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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임헌영 대담 / 한길사 / 2005년 3월
평점 :
굉장히 존경하는 리영희 선생님의 자서전 격인 이 책에 대해 서평을 쓰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다. 나는 리영희 선생님이 겪으신 <한국전쟁>이나 군사독재시절을 겪지 않았으며 나의 선배들이 투쟁으로 얻어낸 과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그 열매를 향유하고 있다. 이렇게 나의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마당에 이 책에 대해 서평을 쓰게 되는 것이 굉장히 죄송하고 조심스럽지만 솔직히 내가 돈을 받고 서평을 쓰는 것도 아니고 어떤 의무를 가지고 서평을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주관적' 관점에서 서평을 쓸 생각이다. 그러니 자신의 생각과 틀린 점이 있거나 부족한 점이 있어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본인의 경우 이른바 '베스트셀러'를 신뢰하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 표지의 '띠지'를 보면 이 책이 수많은 신문사와 출판협회 등의 권장도서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는 속담이 출판계에도 적용됨을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본인은 이 책을 구입하기를 저어할 수 밖에 없었다. 완전 2005년의 최고의 책임을 자랑하는 듯한 '띠지'들을 보면서 알게 모르게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도 불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걱정은 필요없었던 것임이 밝혀졌다. 오히려 이 책 띠지에 나타난 표현들이 오히려 부족하게 보일 정도로 2005년 최고의 책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책의 저자인 리영희 선생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순리일 듯 하다. 리영희 선생님은 1929년 평안북도 운산군 북진면에서 태어나서 1950년 한국해양대학을 졸업한 뒤 영어교사로 근무중 6.25 전쟁이 발발하여 군에 입대하여 7년간 복무했다. 복무 후 합동통신 외신부 기자, 조선일보와 합동통신 외신부장을 역임하고 1972년부터 한양대학교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중 박정희정권에 의해 해직되어 복직과 해직을 번갈아 하였다. 그후 일본과 독일 등에서 연구와 강좌를 하였다. 이런 글쓴이의 이력을 보고 있자면 일제시대~6.25~군사독재 등 평탄하지 않았던 삶을 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우여곡절이 많은 삶 속에서 글쓴이는 끝까지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 왔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글쓴이ㅇ[ㄱ[ '지식'이란 무엇인지 알려주는 글을 조금은 길지만 그대로 옮겨 보도록 하겠다.
"인간은 누구나, 더욱이 진정한 '지식인'은 본질적으로 '자유인'인 까닭에 자기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이 이념에 따라, 나는 언제나 내 앞에 던져진 현실 상황을 묵인하거나 회피하거나 또는 상황과의 관계설정을 기권으로 얼버무리는 태도를 '지식인'의 배신으로 경멸하고 경꼐했다. 사회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그에 앞서 자신에 대한 배신이라고 여겨왔다."
이런 글쓴이의 생각대로 글쓴이는 이 책에서 자신이 꾸준히 '지식인'의 삶을 살아 왔으며 특히 '친일파, 극우보수주의자, 정치인, 재벌, 기독교 원리주의자, 특히 미국'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고 진실을 알리는 삶을 꾸준히 살아왔다고 자랑하고 있다. 물론 나도 글쓴이의 생각과 같이 '지식인'으로서 '깨어있는 삶'을 살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글쓴이의 '지식인의 삶'에 대한 정의는 우리에게 진정한 지식인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좋은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가지는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분명 글쓴이가 미국에 대한 환상을 깨고 장기 집권을 원하는 극우보수주의자와 기독교 원리주의자, 친일파에 대한 것을 샅샅이 드러낸 점은 높이 살 수 있지만 책 전부에서 사실을 드러내는 것 정도를 넘어서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이고 있다. 한가지 명심할 것은 너무 어떤 대상에 대해 악감정을 드러내게 된다면 그에 대한 독자의 믿음은 반비례 할 수 밖에 없다. 즉, 한마디로 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균형잡힌 시각'을 위해 다른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미국은 정의로운 나라이며 북한은 우리의 적이라고 인식하시는 분은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