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는 신라 시대때 사용하던 우물이 3개 남아 있다고 한다. 두 가지는 알고 있는데, 하나는 모르겠다. 남산 어딘가에 있다던가. 하나는 황룡사지 터에서 발굴된 우물이고, 하나는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재매정이다.

재매정은 김유신 장군의 집터에 남아 있는 우물이다. 집 규모가 꽤 컸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할 만큼 우물이 크다. '재매'는 김유신 장군의 부인 이름. 우물에 부인의 이름을 붙여줄 만큼 김유신 장군이 아내를 사랑했던 걸까. 아님, 전쟁으로 집안을 자주 비우는 남편을 대신해 집안을 잘 건사했다고 이름을 붙여줬던 걸까. 그때 살아보지 않았으니 모르겠다.

우물과 관련해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하나 있다. 김유신 장군이 전쟁터에서 오랜만에 경주로 돌아왔을 때 일이다. 경주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다시 전쟁터로 떠나야 했던 김유신, 집에 잠시 들러 우물물을 떠마셨다고 한다. 우물물을 마신 김유신은 "물 맛이 그대로구나"하고는 그대로 발길을 돌려 전쟁터로 떠났다나.

옛말에 집안이 망하려면 우물 물맛부터 바뀐다는 했다. 김유신은 물맛을 보고 집안에 아무런 변고가 없음을 짐작할 수 있었고, 집안을 잘 꾸려가는 부인을 믿었기에 뒤돌아보지도 않고 전쟁터로 떠날 수 있었겠지.

재매정엔 남아 있는 건 우물 뿐이다. 아, 한 가지 더 있다. 그 당시 김유신 장군의 집에 사용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주춧돌 십여개가 한 군데 모여있다. 아쉬운 점은 우물이 폐쇄되어 물맛을 볼 수 없다는 것. 돌로 막아 놓았는데도 어떻게 집어 넣었는지, 쓰레기가 물 위에 떠 있다. 제발 쓰레기 좀 아무데나 버리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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