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형이야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7
셜리 휴즈 글 그림, 조숙은 옮김 / 보림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첫인상은 그리 상쾌하지 않았지만, 글과 그림을 곱씹다보면 어느 새 푹 빠지게 되는 책이 있다.  최근 읽은 책 중에도 그런 책이 있다. 바로 셜리 휴즈의 <내 인형이야>이다. 사실 처음 셜리 휴즈의 <내 인형이야>를 보았을 때만 해도 그다지 호감이 가지는 않았다. 사실적이긴 하지만 선도 굵고 느낌이 거친 이런 그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의 성화에 못이겨 책을 들고 읽어내려가는데, 이내 마음이 동하는 거다. 그림에서 받은 첫인상과 달리 글은 무척 부드럽고 따뜻했기 때문이다. 아이 역시 데이브와 몽이의 이야기에 쉽게 몰입했다. 낡았지만 침대에 함께 누워야 하는 인형이 있고, 손에 쥐고 있어야 잠이 드는 수건이 있기 때문일까.

아이가 내 분신마냥 아끼는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동질감에서 책에 빠져들었다면, 난 엄마의 입장에서 책에 빠져들었다. 몽이를 찾는 데이브를 위해 가족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 따뜻했기 떄문이다. 나 같은 경우, 아이가 뭔가를 찾으면 대충 찾아보다가 야단치기 일쑤였다. 물건 제자리에 두지 못해 엄마에게 찾아달라고 한다고. 그도 아니면 나중에 찾아줄게 해놓고 까맣게 잊어버리기 일쑤... 이런 나와는 달리 데이브네 부모는 아이를 위해 기꺼이 마음을 열어준다. 늦은 밤 아이를 위해 집안 곳곳을 뒤지는 부모의 모습에서 아이는 사랑받고 배려받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누나는 또 어떻고. 데이브를 위해 곰 인형을 기꺼이 포기하는 누나라니... 책을 읽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형제 자매간의 정이 이런 것이구나 하며 내 형제 자매를 한번쯤 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가족간의 사랑 말고 책에서 눈길을 끈 게 있다면, 바로 바자회이다. 아이들 학교에서도 바자회를 열고 있지만,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지는 못했다. 바자회에 나오는 물건도 그렇고, 임하는 사람들 마음가짐도 그렇고. 그런데 벨라네 학교에서 열리는 바자회는 마치 축제라도 연 듯한 분위기이다. 가장행렬도 하고, 아버지 달리기나 이인삼각 달리기도 하고. 학교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준비하고 함께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학교에 가야 된다고 하면 지레 걱정부터 하는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몽이를 찾았으니 이제 데이브는 잠을 푹 잘 수 있겠지. 벨라도 다른 곰 인형 친구들과 사이좋게 침대를 사용할 수 있을 테고. 데이브처럼 우리 아이들도 수건이며 인형을 손에 쥐고 잠을 청하겠지. 아주 오래도록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볼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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