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8
다이앤 딜론.레오 딜론 그림, 버나 알디마 글, 김서정 옮김 / 보림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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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귓가에서 앵앵거리는 모기를 잡기 위해 손바닥을 펴들고 잔뜩 긴장하던... 찰싹 소리가 나고, 손바닥에 모기가 납작 눌려져 있어야 안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이야기가 가장 슬프면서도 재미있네요. 옛날 서아프리카 사람들이 생각해낸 이야기,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입니다.

책은 이구아나에게 허풍을 떠는 모기 이야기로부터 시작합니다. 모기의 어처구니 없는 허풍은 이구아나가 귀를 막음으로써 끝나는 것으로 보였지요. 하지만 적도 부근의 나비가 한 날개짓이 우리나리에 태풍을 몰고오게 된다던가요. 모기의 허풍은 연이은 사건을 불러 일으키고 결국 아기 올빼미가 죽는 아주 슬픈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아기 올빼미의 죽음을 슬퍼한 엄마 올빼미가 해님을 부르지 않아 숲 속은 계속 어둠 속에 잠기게 되지요.

문제는 사자왕이 나서서 일을 해결한 뒤에도 모기가 아무런 벌을 받지 않은데 있습니다. 사자왕이 모든 동물을 불러모으고 사건을 해결할 때까지 숨어서 지켜보기만 했거든요. 자기의 허풍이 사건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안 모기는 그때부터 동물들 앞에 쉽게 나서지 못했겠지요. 동물들에게 용서받았는지 알기는 알아야겠는데 용기는 안나고, 모기가 답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한 대상이 사람들이었습니다. 모기가 물어볼 때마다 사람들은 아주 솔직하게 대답하지요. '찰싹'...

아기 올빼미가 죽는 슬픈 사건이 벌어지긴 했지만, 이야기는 무척 경쾌하게 진행됩니다. 사건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과정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야기의 흐름을 잘 잡아낸 그림 덕을 톡톡히 봤다고 봅니다. 먼저 표지 그림을 볼까요. 어딘지 이스트 섬의 거석을 닮은 듯한 사람 얼굴, 해님이라고는 짐작하지도 못했던 '해님'과 약간은 촐랑이는 듯한 표정으로 속삭이는 모기, 숨은 듯 보이는 동물들...  내용 속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딜런 부부는 각 동물들의 특징을 너무 잘 잡아내고 있거든요. 어딘지 모르게 항상 툴툴거리고 있을 듯한 이구아나의 표정하며, 경계의 눈초리를 풀지 않는 토끼와 생각보다 행동이 앞설 듯한 원숭이의 모습하며... 어떤 기법으로 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각 동물의 특징이 잘 살아나는 그림보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글 읽는 흐름도 놓쳐버릴 만큼 말입니다.

번역도 꽤 잘된 편이에요. 톡톡 튀는 의성어 사용도 재미있구요. 옛이야기를 좋아하거나 톡톡 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권해주면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독특한 그림, 모기에서 시작되어 다시 모기로 돌아오는 반복구조, 톡톡 튀는 의성어 사용 등, 이야기하는 재미와 듣는 재미, 그림보는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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