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댁꼬꼬는 무서워!
한병호 지음 / 도깨비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대개의 경우 도깨비는 우리에게 꽤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사용해 정기가 쌓인 물건들이 변한 게 도깨비라던가. 사람의 정기가 쌓인 탓에 사람꼴을 하고는 있지만, 물건이 변한 탓에 어딘가 모자란 듯 보이는 도깨비 이야기가 우리 옛이야기에 많이 남아 있는 것도 그 까닭일 것이다.

유난히 도깨비 그림을 많이 그려 '도깨비 화가'라는 별명이 붙은 한병호씨가 이번엔 직접 글까지 써서 그림책을 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책을 구입했다. <꼬꼬댁꼬꼬는 무서워!>라는 제목의 이 그림책에서 작가는 도깨비가 한밤에만 나타나고 닭 울음소리에 놀라 달아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옛날 옛날 깊은 산 속에 도깨비 심심이가 살았다. 낮에도 거리낌없이 활보했던 심심이는 어느 날 너무 심심한 나머지 마을로 내려온다. 도깨비에 놀라 달아난 마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던 심심이는 사람들 대신 동물들을 친구삼아 도깨비 놀음을 하려고 한다. 줄줄이 줄줄이 동물들을 매달고 마을을 다니는 심심이와 난리를 치는 동물들. 그 소리에 놀란 수탉이 날아올랐다가 심심이 어깨 위에 내려앉는다.

심심이는 수탉을 보고 놀라고, 수탉은 심심이를 보고 놀라 사정없이 심심이를 쪼고 할퀸다. 닭에게 혼이 난 심심이는 그 자리에서 줄행랑을 놓고,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때부터 집집마다 닭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심심이가 다시 마을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도깨비 그림을 주로 그렸다는 화가답게 도깨비 그림이 생생하다. 어딘지 심술궂어 보이면서도 모자라 보이는 듯한 모습, 마을로 가서 놀고 싶은데도 가지 못해 더 느끼게 되는 무료함이 그림 속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단지 도깨비 형상이 좀 아쉽다. 우리 이야기 속에 나타나는 도깨비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뿔이 달린 모습이 아니라고 한다.

뿔이 달린 도깨비는 일본의 '오니'에서 영향을 받은 것인데, 요즘은 모두가 뿔이 달린 모습으로 도깨비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우리 도깨비들은 사람들과 비슷하긴 하지만 덩치가 크다든지, 어딘지 모자라 보인다든지 그렇다고 들었다. 우리 도깨비들의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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