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탐정 칼레 1 : 초대하지 않은 손님 동화는 내 친구 28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보다 탐정이나 경찰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다. 경찰의 제복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인상이나 사립탐정이 보여주는 주도면밀함에 마음을 빼앗긴 까닭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작가가 깔아놓은 단서들을 조합해 사건을 해결해 내고자 하는 독자로서의 호승심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다른 어떤 소설보다 독자의 참여가 폭넓다는 점도 무시하지 못할 터이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초기작 중 하나인 소년탐정 칼레 시리즈가 얼마 전 번역되어 나왔다. 보석강도를 잡게 되는 소년 탐정의 이야기를 그린 <초대하지 않은 손님>, 살인범을 잡게 되는 <위험에 빠진 에바 로타>와 납치범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 <라스무손 박사의 비밀문서>이 바로 그것이다. 웬만한 사람들보다 더 유명한 책 속의 탐정들 에르큘 포와르나 셜록 홈즈와 달리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열 세살 짜리 남자 아이이다. 칼레 블롬크비스트. 하지만 칼레가 사는 시골마을은 제대로 된 도둑사건 하나 벌어지지 않아 칼레의 꿈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에바 로타의 집에 한 사람이 찾아 온다. 에바 로타 어머니와 사촌인 에이나르 아저씨. 어딘가 수상쩍어 보이는 에이나르 아저씨를 감시하며 칼레는 에이나르가 지닌 비밀을 파헤쳐간다. 우여곡절 끝에 소망대로 탐정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 열세살짜리 소년 이야기에 대한 아이들의 호응도가 꽤 크다. 탐정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큰애가 잘 시간까지 놓쳐가며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고, 책을 권한 주위의 아이들 반응도 비슷한 걸 보면 다른 설명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는 까닭도 있겠지만, 칼레나 에바 로타, 안데스 등 등장인물들이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라는 것, 칼레가 상상 속에서 익혀가는 탐정 공부와 또래 아이들이 벌이는 전쟁놀이의 절묘한 맞물림, 학원이다 과외다 쫓겨다니는 아이들과는 달리 자유로운 시간 속에서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우리 아이들의 시선을 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비교적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쉽게 책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은 내용. 오늘 우리 아이에게 이 책을 권해보면 어떨까. 남자 아이라면 특히 좋아하리라 생각된다. 전쟁놀이나 서커스 놀이나 대부분 남자아이들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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