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프렌드 1
황미나 지음 / 세주문화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지금 우리 연예계엔 트랜스젠더인 한 연예인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커밍아웃을 했던 한 연예인이 거의 사장되다시피 했던 것에 비하면 의외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아님 성 정체성을 찾아 성전환을 한 것과 동성에 관한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우리 사회의 이중 잣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야 하려나.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 깊숙이 새겨진 유교적 의식이 동성애에 대한 개방적인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동성애의 존재에 대해 인정은 하지만,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니...

황미나의 <저스트 프랜드>에 나오는 민우가 그랬다. 음악이 하고 싶어 일본으로 떠났던 민우는 그곳에서 유키를 만난다. 음악을 매개로 우정을 나누던 민우는 유키가 실은 동성애자이며, 자신을 친구로서가 아닌 동성애의 상대로 보고 좋아했다는 사실을 깨닫곤 유키의 곁을 떠나 버린다. 우정과 사랑이라는 비슷하면서도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벽을 사이에 둔 두 사람, 많은 사건이 있었고, 그만큼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두 사람은 엇갈리기만 하던 걸음을 함께 한다. 여전히 벽은 사이에 존재하지만, 그 벽의 존재마저 희미해지게 만든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음악이라는 언어를 매개로.

황미나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동성애를 아주 맛깔스럽게 우리 앞에 펼쳐 놓았다. 자칫 어둡게 펼쳐질 수도 있었을 민우와 유키의 이야기는 때론 슬픈 이야기 속에, 때론 가볍지만 때론 짓궂은 농담 속에서 우리에게 이런 우정과 사랑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슬픔과 웃음이 함께 하는 황미나 특유의 이야기 전개에 힘입어서 말이다. 그래서 난 황미나 만화를 좋아한다. 지나치게 가볍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거워서 허걱거리지도 않는 만화. 이 나이가 되도록 만화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원흉(?)이 바로 황미나라는 걸 본인은 알까...

아, 동성애에 관해 가장 잘 설명한 글 하나. 아주 오랜 옛날에 '총체인간'이 있었다고 한다. 남자와 남자, 남자와 남자, 여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가 한 몸이 된 세 유형의 인간은 신들도 두려워할 만큼 완벽한 존재였고, 제우스는 이들을 경계하여 도끼로 몸을 분리시켜 버렸다. 완벽한 존재였으나 분리된 인간들은 그때부터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남녀동체였던 이들은 자신의 반쪽이었던 남자나 여자를, 남남동체였던 이들은 반쪽이었던 남자를, 여여동체였던 이들은 반쪽이었던 여자를.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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